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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제조의 과학

김치가 숙성되는 원리는 주변 온도와 공기 등의 자연환경을 비롯해, 첨가 조미료가 재료의 생체조직에 작용하는 효능, 자생된 각종 미생물의 활동 등으로 이뤄지는 발효의 놀라운 과학 현상이다.
이 같은 발효원리를 자연으로부터 터득하고 이를 이용한 야채 저장의 수단으로 김치를 담근 선인들의 지혜는 놀랍다. 김치는 콩을 발효해 만든 장류, 곡물 과실로 제조한 주류(酒類), 식초 등의 양조기술과 함께 현대과학이 증명한 인류 식사문화의 백미다.

모든 김치에는 소금이 쓰인다. 양(量)은 지방과 계절, 개인이나 가정의 식습관에 따라 다르지만 소금의 중요한 역활은 어디서나 마찬가지이다.
소금은 잡종류 미생물의 침입과 번식을 억제해 부패를 막고, 유효미생물을 선택적으로 생육 번식시킨다. 또 야채의 숨쉬는 세포를 죽임으로써 세포와 세포사이에 성분을 교류시켜 효소작용을 촉진시킨다. 이로써 야채 전체에 풍미와 지미(旨味) 성분을 형성한다. 소금이 함유하는 '마그네슘염' 등은 야채조직 속의 '페크틴' 성분을 경화(硬化)해, 김치의 독특한 매력인 아삭아삭 씹히는 맛을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김치나 다른 절임류에 사용하는 소금은 정제염이나 식탁염이 아닌, '보통염' 또는 '해염'을 쓴다. 마그네슘을 다량 포함하고 있어서 절임용으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김치를 익히는 동안 무거운 것으로 '눌림'을 하는 것은, 식염효과를 가속시켜 야채의 세포 속 즙(汁)을 빠르게 추출하며, 공기와의 접촉을 막아 야채가 뭉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렇게 숙성 발효되는 동안 내염성(耐鹽性) 젖산균[乳酸菌]이 번식해, 독특한 김치 맛을 이룬다. 젖산균의 활동은 부패 변질을 초래하는 잡균의 침입과 번식을 막는다. 이와 같은 숙성원리는 모든 김치에 공통되며, 재료와 배합 조미료, 숙성과정의 여러가지 상황에 따라 풍미와 품질에 약간씩 차이가 생긴다.

김치는 담그는 방법상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재료의 선택된 조미성분 형성 만을 목적으로 담그는 물리적 작용에 의한 것으로, 즉석용무침김치나 단기간 먹기위해 담그는 김치류가 이에 속한다.
또 하나는 복잡한 미생물의 활동에 의한 화학적 반응을 거치는 장기 보존용 저장 김치류다.

앞의 조미김치는 즉석용 생김치로, 발효작용에 의지하지 않고 단순히 어떤 '맛'이 배도록만 무치는 것이다.
살균과 조미기능을 겸하는 기본 물질로 야채에 맛을 입히는 것이다. '김치 샐러드' '김치 드레싱' '김치 메이스'처럼 다양한 식성을 위한 새제품들로 개발해서 폭넓은 김치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즉석 조미 김치도, 소금의 삼투압으로 야채 속의 수분을 제거한 후 재료의 자가 분해 - 물컹거림, 부패 - 를 늦춘다는 초기과정은 발효김치류와 비슷하다. 그러나 오랫동안의 발효로 독특한 풍미와 보존기능을 가지는 저장김치류의 장점에는 못 미친다.

김치나 된장 간장 고추장 젓갈 등을 '담근다' 는 말에는 '삭힌다' '익힌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유해균의 번식 발육을 저지해 부패를 막고 유익한 미생물과 효소가 작용해 재료들이 '담가'지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복합적 발효작용이 일어나 독특한 맛과 향을 생성하는 음식으로 '익는' 것이다.

김치발효에 첨가하는 유효 미생물은 기온이 낮을수록 활동이 원활해져서 부패와 이상(異常) 발효를 막는다.
따라서 김치는 낮은 온도에서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
식염농도와 배합조미료, 공기 접촉의 여부 등에 따라 미생물들의 번식과 활동이 달라지므로, 이들 조건은 김치 전체의 맛과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소금에만 절인 김치를 그대로 숙성시키면, 처음에는 염분이 삼투돼 짠 맛이외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효작용으로 인한 신 맛과 약간의 단맛이 생긴다.
이 맛이 미생물의 번식과 활동을 증명하는 ' 발효 맛' 이며, '삭은 맛'과 '익은 맛' 이다. 다른 양념이 첨가되면 양념에서 오는 맛과 미생물이 만든 맛이 혼합돼, 김치 특유의 맛이 형성된다.

김치재료인 야채들은 토막으로 자른다 해서 금세 조직세포가 죽는 것이 아니다. 일정 시간 살아 숨쉬는데, 조직이 죽지 않는 한 염분이 야채 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
소금이 침투되지 않은 야채는 조금도 조직이 허물어지지 않아 조미료들이 배어들지 못한다. 야채와 액즙의 맛이 균일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겉절이나 생채무침이 이처럼 세포조직이 숨죽지 않은 상태의 김치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염분의 삼투압에 의해 야채 조직 속의 수분이 축출되어 활성세포들이 숨죽는다. 이때부터 조미성분이 야채에 스며들어, 즉 외부의 조미액이 세포 내부의 수분과 치환을 일으켜서 야채가 연해지고 안밖의 맛이 균일해진다. 끊는 물에 살짝 데치거나 그늘에서 약간 시들게해도 야채의 조직세포를 숨죽일 수 있다. 그러나 식염을 사용해 절이는 것이 세포의 더욱 단축한다. 이렇에 즉석 처리되는 김치는 바로 먹을 수 있으며, 식염과 양념의 농도, 주변 온도에 따라 삼투압의 속도와 미생물의 활동을 조절할 수 있다. 따라서 계절과 지역에 따라 김치 맛에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김치류의 숙성은 주로 젖산발효에 의한 것이나, 발효과정에서 젖산 외에 불 휘발성인 호박산과 휘발성인 낙산, 또 프로피온산 등의 부산물이 생긴다.
익은 김치의 특유의 향미는 이 모든 것들의 화학작용에서 비롯된다. 아직 이물질들이 어떤 상황에서 생성 도태되는지는 화학적으로 명백히 규명되지 않았다. 그래서 식초 양조류 장유류 젓갈류 같은 발효음식의 맛을 인공적으로 흉내내지 못한다.

김치가 익는 과정에서 만약 젖산 발효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야채는 식염에 의해서만 절여진다.발효가 없는 '절임' 기간이 더욱 길어질 것이며, 이는 발효식품의 맛과는 전혀 다른 단순한 염장식품일 뿐이다.

숙성에 관여하는 각종 유기산은 새콤 달콤한 김치 맛을 만들며, 호박산과 아미노산 종류가 많이 생길 즈음 가장 좋은 맛을 낸다.
이때 비타민 C의 양도 최고치에 이르게 된다. 장유류 식초 등은 물론, 맥주 포도주의 중요한 맛도 호박산으로부터 온다. 이처럼 호박산과 젖산이 생성 함유된 음식은, 쉽게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풍미를 지니게 된다.

양념으로 첨가되는 단백질 분해물 또한 김치 맛의 형성에 관여한다. 장유류 맛의 주성분도 단백질 자체가 아닌 그 분해물질인 아미노산이다.
김치에 첨가하는 젓갈은 단백질 분해물질로 적은 양으로도 맛에 큰 영향을 미친다.

김치는 효모에 의해 여러 화학성분 중 당분이 발효돼 '에스테르'를 생성하고, 유해 잡균을 억제했을 때 가장 맛이 뛰어나다.
이후 젖산균의 발육이 진행되면서 주정(酒精)과 당분이 소모돼, 점차 신 맛을 더하고 산패해 간다. 그러므로 김치가 익는 도중 적당히 공기를 통하게 해 지나친 젖산균의 발육을 막는 것이 좋다.

김치를 대량생산하는 경우는 대부분 용기에 산소공급 장치가 부착돼 산패를 지연시킨다.
김치를 대량생산하기 위해서는 숙성의 최적 조건을 선택해, 이를 잘 관리해 줘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공장들은 김치 제조의 이론과 실제를 일치시키지 못하는 몇몇 어려움들을 겪고 있다. 특히 대량의 신선한 재료를 동시 처리하는 연속 공정 체계가 미흡한 것이 김치 산업화 현장의 실태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이미 서양의 피클류처럼 다양하고 새로운 맛의 김치를 개발해, 저온 보관하거나 방산화제를 첨가시키는 등으로 산업규모의 김치제품이 등장했다.
국제화시대에 걸맞는 김치로 만들어져 국내시장에 역수입될 수도 있다. 유럽의 포도주를 미국에서 상품화해, 다시 유럽 나라들로 수출하는 경우와 같다. 어엿한 종주국을 제치고 세계시장에서 일본 김치, 미국 김치, 영국 김치라는 김치 상품들이 난무하기 전에, 식품으로의 김치, 문화로서의 김치 과학으로서의 우리 김치를 알리기 위해 더욱 분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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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정책팀
홍창우 (051-970-3705)
최근 업데이트
2019-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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