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하철에 여성 배려칸을 정식으로 실시한다고 한다. 출퇴근 시간에 여성만 타는 칸을
마련해 설문조사 실시한결과 찬성이 더높아 지속적으로 한다는 소식이다.
이유는 말 그대로 여성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다.
전철의 여성 전용칸 운행은 처음이 아니다. 서울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여성 전용칸을 두었었다. 역시 이때도 혼잡한 전철 안에서 약자인 여성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이었다. 여성들을 성추행 등의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실시했다. 성추행을 하는 남성들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전철에서 여성과 남성을 구분해서 태우는 것은 여러 나라에도 퍼져 있다. 가까운 일본부터 중동 국가, 그리고 멀리 멕시코, 브라질 등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다. 이 중에 몇 나라는 우리와 문화가 다른 면도 있지만, 대부분의 나라는 역시 여성에 대한 보호 차원에서 한다.
여성 전용칸 정책은 우리나라에서 잘 지켜지지 않았다. 그래서 오래 전에 폐기됐다. 그런데 이 제도가 다시 등장했다. 부산 교통공사는 시범 실시 후 호응이 좋아 계속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중간 조사를 했는데, 성공을 기원하는 쪽이 제법 있다고 한다. 여성들만 타면 무엇보다도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소소하게는 출퇴근 시간에 여자들끼리 있으면 차 안에서 화장을 할 수도 있어서 좋아한다는 의견도 보인다.
이 정책은 여성들이 우리 사회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웅변한다. 실제로 전철 안에서는 여성들이 직접적으로 추행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휴대 전화 등을 이용한 추행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뉴스도 자주 들린다. 밤길에서는 여성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도 한다. 아무 죄도 없는 여성들이 조현병 환자로부터 목숨을 잃기도 한다. 그때마다 남성의 한 사람으로 괜히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여성 전용칸을 만드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이는 그저 상대방이 싫다고 벽을 쌓은 것과 같다. 벽을 쌓는 것은 편해 보일 수 있지만, 이런 선택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여성 전용칸은 겉으로는 안전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이는 모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오류의 함정을 파는 꼴이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안전하지 않다는 방증이 되기도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철 여성 전용칸은 성숙한 방어 기제가 아니다.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은 이해하지만, 이 시스템은 해서는 안 되고, 더욱 성공해서도 안 된다. 마주하고 있는 사회 현상이 거북하다고 그때마다 거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런 방식이라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더 안전하게 계속 벽을 쌓아 가야 한다. 지하 주차장에서 여성이 피해를 보면, 여성 전용 지하 주차장을 만들어야 한다. 택시에서 여성이 피해를 보면 여성이 타는 전용 택시도 지정해야 한다. 남녀 화장실을 구분하는 윤리는 필요하지만, 생활 자체를 구분하는 사고의 틀은 바른 길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모습은 복잡 다양하다. 어느 한 국면으로 규정지을 수 없는 성격이 있다. 밝고 건강한 모습이 많지만, 생각에 따라서는 퇴치해야 할 어두운 면도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두운 면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여기에도 지혜가 있어야 한다. 분리라는 쉬운 선택보다는 함께 가는 고민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지하철 경비 등을 더욱 촘촘하고 치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모든 남성이 아닌 아주 극소수의 치한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시스템도 엄격하게 가동해야 한다.
그와 함께 우리가 할 일은 밝은 면을 널리 퍼지게 하는 것이다. 이 문제도 정책이 아닌 우리 사회의 노력에 기대야 한다. 오랜 전통과 관습, 윤리적 양속 등의 실천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회의 자정기능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의 자존감이 우선이다. 남성들을 백안시하고는 아름다운 사회의 꽃을 피울 수 없다. 남녀가 함께 사는 관계형 사회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이 답이다.
사실 우리는 마음 저 깊은 곳에 끼리끼리 모이려는 욕망이 있다. 벽을 쌓고 벽 밖에 있는 사람들과 다름을 즐기고, 배타적인 정서를 표출한다. 출신 지역끼리 모이고, 모교 선후배끼리 밀어주면서, 비합리적인 선택으로 고착되어 간다. 정치권의 여야 갈등, 보수와 진보, 심지어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사이에도 벽이 있다. 이 과정에 벽이 사회 문제로 노출되면서 그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다. 세월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도 비정규직의 함성이 끊이지 않는 것도 벽 쌓기가 견고하게 남은 것이다.
물론 이런 사회의 병폐와 전철 여성 전용칸의 양상은 평면 비교하기 어렵다. 그러나 여성 전용칸이 실시되면 그것은 우리 사회에 퇴보의 모습으로 남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모습은 사정을 잘 모르는 이방인들에게도 긍정적으로 비춰지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배타적이고 폐쇄적이라는 증거로 정착될 뿐이다.
지금 사회는 치열하게 변한다. 경쟁으로 인해 각박하기도 하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그 가운데 다양한 생각이 충돌하고 갈등을 빚는다. 그렇다고 이것이 우리의 삶을 가로막지 못한다. 우리는 그 복잡함과 다양성 속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무엇보다도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면서 성장한다. 특히 어울리기 힘든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도 힘을 발휘하고, 상승효과를 가져온다. 남녀가 한 전철 안에서 밝게 웃으며 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