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시민게시판

시민게시판

보안과 관련되어, 홈페이지에 접속하신 후 화면이동없이 30분이 경과되면 자동으로 로그아웃되오니 작업시간에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게시판 글쓰기를 하실때, 세션 종료로 작성하신 글이 모두 삭제 될 수 있으니 반드시 다른곳에서 먼저 글을 작성 하신 후 복사 하여 붙여넣기 해서 글쓰기를 완료 하시기 바랍니다.

  • 이 게시판은 자유롭게 의견을 게시 할 수 있는 열린공간이며, 자율과 책임이 공존하는 사이버문화 정착을 위하여 실명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 부산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부산민원120-통합민원신청을 이용해 주시고, 내용 입력시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상업성 광고,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 반복적 게시물, 개인정보 등은 관리자에 의해 통보 없이 삭제 될 수 있으며, 특히, 게시물을 통한 명예훼손 및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유출은 법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으며, 불법유해정보를 게시하거나 배포하면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벌칙(징역 또는 벌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안철수가 ‘바보 노무현’이 되는 길~

내용
안철수가 ‘바보 노무현’이 되는 길~



"3당 합당 이후 여대 야소로 바뀌자 민자당의 독주가 시작되었다. (중략) 국회가 공전하고 있는 사이에 국군보안사령부가 여야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민간인들을 무차별 사찰한 사실이 밝혀졌다. 또 여야 합의로 통과된 지방자치법을 어기면서까지 지자체 선거를 연기하려 했다. 무엇이든 힘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나는 지방자치제 실시, 내각제 포기, 보안사와 안기부의 정치사찰 중지, 민생문제 해결을 내세우며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국민을 무시하는 기만적 술수에 더 이상 끌려갈 수 없었다."

1990년 10월 8일, 당시 평민당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사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가던 때를 회고록에서 이렇게 기억했다. 김 전 대통령의 단식에 노태우 정권은 결국 91년에 지방의회 선거를, 94년에 자치단체장 선거를 치르겠다고 백기를 들었다. 김 전 대통령은 13일만에 단식을 풀었다.

95년 치러진 첫 단체장 선거에서 집권 민자당은 15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5곳,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230곳 중 71곳 밖에 승리하지 못하는 참패를 당했다. 반면 민주당은 서울에서 시장과 구청장 25곳 중 23곳을 휩쓴 것을 비롯해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84곳을 차지해 민자당을 눌렀다. 물론 선거과정과 결과는 좋게만 보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이 내세운 ''지역등권론''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소재로 활용되기도 했다. 또한 지역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측면을 제어할 방안을 제대로 찾지 못해, 요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이 나오는 이유가 됐다.

하지만 암(暗)보다는 명(明)이 컸다. 지역에 뿌리를 둔 주민자치운동과 생활정치가 현실정치에 착근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전국 단체장의 상당수가 야권으로 바뀌면서 선거 때마다 횡행하던 관권선거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됐고, 97년 첫 정권교체의 밑거름이 됐다.

2014년 현재, 기초선거 무공천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정치권의 상황은 1990년과 여러모로 비슷하다. 거대여당의 일방 독주와 약속 파기, 정보기관의 정치개입이 그렇다. 집권당을 향해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야당 입장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90년 당시 김 전 대통령이 보여준 ''결기''를 찾기 힘들다.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향해 연일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을 지켜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말 뿐이다. 당내에서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는 압박이 쏟아지자, 30일 시작한 기초선거 무공천을 촉구하는 거리서명에 잠시 나왔을 뿐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어떤 정부인가. 지난해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을 두고 수개월간 장외투쟁을 벌였지만 꿈쩍도 않던 정부 아닌가. 이를 알면서도 몇 시간 거리서명 ''행사''를 한다고 청와대가 움직일 거라고 생각하는 이는 어디에도 없다. 당내 불만 무마가 목적이라는 새누리당의 비아냥이 마냥 비아냥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더 큰 차이는 투쟁의 대의와 설득력이다. 김 전 대통령이 무기한 단식까지 하며 요구했던 지자체 선거 실시는 ''민주주의 확대''라는 누구도 거부하지 못하는 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새정치연합의 기초선거 무공천 요구는 안철수 공동대표가 항상 하는 말처럼 "약속을 지켜야한다"는 명분 외에는 거부못할 대의를 찾기 어렵다. "''합당 안한다''와 같은 다른 약속은 안지키면서 왜 그 약속에만 그렇게 집착하나"라는 비난은 차치하더라도, 애초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한 것이지 ''남이야 하건 말건 나는 무공천 하겠다''는 게 아니라는 지적은 정확하다. 내각제 공약을 걸었다가 개헌이 안됐는데도 대통령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비판이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가장 큰 차이는 그 주장이 민주주의 확대와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냐는 것이다. 90년의 지자체 선거 실시 요구와 달리 지금의 무공천 주장은 지지층에서조차 반대여론이 비등하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지구당 폐지와 비슷한 경로를 따라 갈 공산이 크다. 정당정치에 역행한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2004년 ''정치 혁신''과 ''돈 안드는 선거''라는 명분 아래 진행된 지구당 폐지는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의 발목을 잡았다. 새누리당은 각종 관변단체들이 지구당을 대신하며 지역에서 정치활동을 벌였지만, 지역 조직이 무너진 민주당은 이를 우두커니 바라봤다. 정당정치를 복원하겠다는 대의가 아니라 대중들의 정치혐오 심리에 기대어 정치의 영역을 축소한 게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오는 기초선거 무공천으로 중앙정치에 이어 지방정치의 주도권까지 보수세력에 넘겨간다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눈에 훤하게 보이지 않은가.

안철수 공동대표는 31일 새정치연합 첫 의원총회에서 기초선거 무공천 논란에 대해 ''바보 노무현''을 언급하며 "국민을 믿고 가야한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대패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기초선거 무공천 입장을 고집하는 자신을, 낙선이 뻔한데도 끊임없이 지역구도 타파에 나선 노 전 대통령에 투사시킨 모양이다. 단순 형식 논리만 따진, 번지수를 잘못 짚은 비유다. 지역구도 타파는 누구나 말로는 주장하면서도 자기 기득권을 희생하면서는 실천하지 못한 일이지만, 기초선거 무공천은 야권에서조차 왜 그래야 하는지 합의되지 않는 주장이다.

반대여야 한다. 기초선거 무공천을 고리로 합당을 결행한 안 대표가 무공천 입장을 철회한다면, 그의 정치생명이 심각히 위험해진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대표가 대의와 정권교체를 위해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는 ''바보'' 같은 일, 달리 말해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라는 자신의 기득권을 놓는 일을 해야 ''바보 노무현''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