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고성의 농업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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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고성군 고성읍 우산리 들녘,
땅에 단단히 뿌리를 박은채 50∼60cm크기로 자란 벼줄기가 튼실해 보인다. 제비들이 논주변을 날며 메뚜기 등을 잽싸게 물곤 이내 사라진다.
고성군 농업기술센터 송정욱 농업정책과장은 "수십년간 사용해오던 화학비료, 농약 등을 사용하지 않은 첫해인데도 우렁이 미꾸라지 등은 물론 긴꼬리투구새우를 발견할 수 있다"며 "땅의 생명력이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긴꼬투리투구새우는 화학비료와 농약사용증가로 거의 자취를 감춰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지정된 보호종이다.
우산리 들녘 5ha를 비롯 고성군내 16개 단지 160ha는 고성군이 올해부터 추진 중인 ''농업혁명''의 진원지다. 친환경농법을 도입한 지방자치단체가 없진 않지만 고성군은 지역 농업 전체를 생명환경농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16개 단지의 농법은 관행 농법과 확연히 다르다. 기존 농법은 3.3㎡(=1평)당 70∼80포기의 모를 심는 반면 이들 *생명환경농업 단지엔 45포기의 모를 심었다. 포기당 줄기수는 관행 농법이 15∼20개인데 반해 2∼3개에 불과하다. 기존농법의 논에는 밀식(密植)으로 벼 줄기가 거의 똑바로 서 있으나 이들 단지에 벼줄기가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져 있다.
고성군 농업기술센터 허재용 소장은 ''벼줄기가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져 있어 햇볕, 바람, 공기가 뿌리까지 잘 통해 생육 상태가 좋아지고 병해충에도 강한 내성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발아시키기 위한 볍씨를 농약으로 소독하는 대신 섭씨 64도의 물에 10분간 담근 뒤 다시 찬물에 담가 곰팡이 균을 제거하는 냉수온탕침법을 사용한다. 농약과 화학비료대신 지역에서 채취한 토착 미생물, 가축 분뇨, 톱밥, 왕겨 등을 이용한 퇴비를 사용해 땅심을 살린다.
또 당귀, 계피, 감초 등을 발효시켜 만든 한방 영양제와 천혜녹즙 등 영양자재를 수시로 공급해 생명력 있는 쌀을 생산한다.
고성읍의 문계환(67세)씨는 "40여년 농사를 지어오면서 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처음이어서 내심 불안했다"며 현재까진 생육상태가 좋고 병해충 발생도 없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고성군(군수, 이학렬)이 농업혁명에 나선 것은 화학비료 등의 남용으로 인한 토양 오염, 농축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 등 한계상황에 달한 농업과 농촌을 회생시키기 위한 것이다.
2007년 선도 농업인 양성을 위해 농민 등 133명이 충북 괴산군 ''자연농업 생활학교'' 위탁교육을 수료했다. 2008년에도 334명이 이수했다.
고성읍 덕산리에는 생명환경농업연구소를 설치했고 294농가의 신청을 받아 16개 단지 160ha를 생명환경 농법으로 전환했다.
개천면에는 축산분뇨를 왕겨 톱밥 등과 섞어 발효시킨 뒤 퇴비로 만드는 분뇨자원화 시설을 건립했다.
고성군은 2012년까지 지역 논 7,000ha, 밭 3,000ha 등 1만ha의 전체 농경지에서 화학비료와 농약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 생명환경 농업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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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환경농업 ........... 농약, 화학비료 등을 사용하지 않고 농업, 축산업, 임업 부산물의 재활용 등을 통해 생태계와 환경을 보전하면서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
고성군이 명명한 용어로 2008년 3월 특허청에 특허를 출원했다. 농민들이 직접 만든 퇴비와 토착 미생물, 한방 영양제까지 공급하고 땅심과 벼의 내성까지 키우는 점에서 유기농과 다르다.


-- 2008. 7. 18(금), 조선일보, 강인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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