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시민게시판

시민게시판

보안과 관련되어, 홈페이지에 접속하신 후 화면 이동 없이 30분이 경과되면 자동으로 로그아웃되오니 작업시간에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게시판 글쓰기를 하실 때, 세션 종료로 작성하신 글이 모두 삭제될 수 있으니 반드시 다른 곳에서 먼저 글을 작성하신 후 복사하여 붙여넣기 해서 글쓰기를 완료하시기 바랍니다.

  • 이 게시판은 자유롭게 의견을 게시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며, 자율과 책임이 공존하는 사이버 문화 정착을 위하여 실명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 부산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부산민원 120-통합민원신청을 이용해 주시고, 내용 입력 시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상업성 광고,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 반복적 게시물, 개인정보 등은 관리자에 의해 통보   유출은 법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으며, 불법 유해 정보를 게시하거나 배포하면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벌칙(징역 또는 벌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부산 서구 송도 암남공원

내용
송도 암남공원 - 수 정 중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났다. 새해 해돋이행사에 참여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들떠서 잠이 제대로 오지 않았다. 새천년이 되는 첫날 시댁근처에 있는 산에 올라가 해맞이 하러 갔던 적이 있었다. 장엄한 광경에 숨죽이면서 바라본 해는 그 이후에 나의 가슴속에 계속 살아남았고 그래서 그런지 그해와 그 이후로 모든 일이 잘 풀렸던 것 같다.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간밤의 뉴스에 혹시나 하여 창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구름의 흔적은 없다. 그이와 함께 암남공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송도해수욕장이 보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보잘 것 없고 허허벌판이었던 송도가 가히 상전벽해(桑田碧海)라 할 만큼 변모하였다.
예전에는 서구가 부산의 중심이었다. 6.25전쟁과 피난민 시절에 사람들이 하나하나 모이면서 지금의 청와대와 같은 대통령 집무실이 생겼으며 따라서 입법 사법 행정의 모든 기관들이 주변으로 들어섰다. 지금도 서구 부민 동에 가면 임시수도 기념관이 있어 그 당시를 기념하는 각종 전시물이 진열되어 있다. 그리고 여름이면 많은 사람들이 깨끗한 백사장에서 더위를 식히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오염되지 않은 빛바랜 사진속의 송도를 바라보다가 언제쯤 우리 서구가 옛 영광을 되찾을까? 주민들은 물론이고 이곳이 고향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염려와 걱정을 하였다.
몇 해 전부터 시작한 송도연안사업이 송도의 미래를 확 바꿔 놓았으며, 많은 사람들이 다시 송도를 찾았다. 놀라운 변화이다. 차창 밖으로 바다를 바라보면서 그 동안 수고 하신 분들의 노고를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졌다.
부산하면 보통 태종대 또는 명사십리(明沙十里)해운대를 떠올린다. 그러나 그곳 못지않게 탁 트인 바다와 깎아지른 절벽을 감상할 수 있고 항구까지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암남공원이다. 부산 서구 암남동에 위치한 12만평 크기의 이 공원에는 원시에 가까운 자연숲이 있다. 동쪽으로는 부산 남항, 서쪽으로 감천항, 남쪽엔 두 도가 자리해 바다와 항구·숲이 어울려 절경을 이룬다.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3.8㎞의 순환산책로에서는 1억 년 전 형성된 옆줄무늬 퇴적암, 절벽의 신비로움을 감상할 수 있고 맑은 날은 대마도까지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구름다리, 광장 전망대, 야외공연무대 등이 갖춰져 있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다. 그리고 얼마 전에 새롭게 단장한 바다산책로는 푸른 물결과 어우러져, 봄이면 흐드러진 벚꽃과 노란 개나리 그리고 진달래가 여름이면 패랭이꽃, 도라지, 수련, 채송화, 각시원추리, 초롱꽃들이, 가을이면 하늘하늘한 코스모스, 구절초, 왕고들빼기, 부용, 하얀 드레스를 입은 쑥부쟁이가 합창을 하고, 겨울이면 소나무에 눈 덮인 설화(雪花)가 산책하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발길을 멈추게 한다. 게다가 아래로 내려가면 주차장이 있고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라인 스케이트장 등 놀이공간도 많다. 지난여름 해거름에 아이들과 함께 이곳에 온 적이 있다. 여러 사람들이 피서 겸 놀러왔다.
돗자리를 깔고 누워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수없이 많은 타다 만 불꽃들이 바람에 일렁이며 꺼질 듯 말듯, 금가루를 뿌린 듯 반짝이고 달빛은 고요한 바다와 어우러져 나도 모르게 선경(仙境)에 빠지는 것 같았다. 마치 이태백이 너무나 사랑한 달과 송도의 바다위에 떠 춤추는 환영인지 꿈인지? 한참 동안이나 아득하고 몽롱하였다. 그때 기억이 좋아서 내려갈려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해를 보고 싶은 마음에 산위로 올라가 두리번두리번 하다가 마침 적당한 자리를 찾았다.
아래는 천길 낭떠러지 시퍼런 바닷물이 흰 물살을 가르며 너울거리고, 성급한 강 태공들은 대를 드리우고 낚시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차츰차츰 날이 밝아지기 시작하면서, 수평선너머 조금씩 붉은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처음엔 구름에 가려서인지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영영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가슴을 졸였다. 그러다가 구름 사이로 해가 조금 보이기 시작하면서 온 시야가 갑자기 환해지며, 마침내 햇살이 모세의 기적 같은 바다 길을 열었다. 황금색 물결은 돌을 던지면 파문이 일 듯 잔잔한 수면을 깨우고 있었다. 마치 그가 하늘을 향해서 기도했던 것처럼 간절하게 가정의 평화와 건강을 기원했다.
기도가 끝나고 암남공원을 둘러싼 바다를 바라보다가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리곤 언제나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생각이 하나 있었다. 코펜하겐의 인어공주상은 작고 평범하기 그지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이 몰리는 것은 안데르센의 이야기 때문이며. 로렐라이 언덕의 경우는 더 심하다. 진짜인지 의심스러운 그 평범한 언덕을 보려고 하는 것은 어린 시절 불렀던 노래의 가사 때문이다.
송도나 암남공원은 다른 어떤 곳 보다 잘 꾸며져 있어, 동화속 보다 못할게 전혀 없다. 아무리 좋아도 들어낼 수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들이 우리의 뇌리에 살아남은 것은 위대한 작가의 글이 있었기 때문이다.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면서 나도 그분과 같이 사람들 마음속에 살아남아 감동을 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 다짐을 하면서 즐거운 맘으로 산에서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