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어린이신문 기자
스크린 너머의 시간여행: 부산은 어떻게 '영화의 도시'가 되었을까?
지난 주말, 부산 영화 체험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홍영철의 유산, 부산 영화를 담다> 기증 자료 특별전에 다녀왔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화려한 최신 영화관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지만, 스마트폰 화면 속 영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깊은 감동과 생생한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시간이었습니다. 부산은 매년 10월마다 세계적인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명실상부한 '영화의 도시'입니다. 그 이름에 걸맞게 부산 영화 체험박물관에는 한국 영화의 역사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보물들이 가득합니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특별공로상을 받은 홍영철 한국 영화 자료연구원 원장의 기증 자료 특별전 <홍영철의 유산, 부산 영화를 담다>는 부산영화체험박물관 1층 홍영철 영화 아카이브 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기증 자료 특별전과 함께 박물관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영화의 세계로 푹 빠져보았습니다. 사라진 극장들과 추억이 담긴 부산의 극장가 풍경 이번 특별전은 평생을 부산 영화 자료 수집에 바친 故 홍영철 한국 영화 자료연구원장의 소중한 유산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지금은 이름만 남거나 사라진 부산의 옛 극장 사진들과 간판들이었습니다. 영화관의 포스터들이 익숙한 지금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예스러워 멋지게 느껴지는 극장 간판들. 특히 1979년부터 23년 동안 주말마다 촬영하셨다는 부산 극장가의 사진 속에는 부모님 세대의 추억과 함께 지금은 사라진 문화와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한결같이 영화 자료 수집을 열심히 하셨던 고인의 정성과 성실함이 느껴져 감탄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특히 날짜와 상영관 이름이 꼼꼼하게 적힌 옛날 영화 표와 전단, 단체 관람 풍경을 보면서 옛사람들도 우리처럼 영화를 보며 울고 웃었겠구나 하는 친근감이 들었습니다. <출처: 본인 촬영- 기증 자료들을 살펴보며 관람하는 모습> 한국 영화의 뿌리를 만나다 초기 부산 영화 자료 코너에서는 한국 영화가 걸어온 눈부신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었습니다. 빛바랜 시나리오와 오래된 영화 잡지, 손으로 직접 그린 듯한 영화 포스터들은 디지털 시대에는 느낄 수 없는 아날로그만의 멋과 정성이 가득했습니다. 영화를 향한 뜨거운 열정 하나로 이 모든 보물 같은 자료들을 모아온 수집가의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날 부산이 당당히 '세계적인 영화의 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장면이 촘촘히 담겨 있는 아날로그 필름의 실물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신기하고도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출처: 본인 촬영 - 옛 영화 자료들을 살펴보는 모습> 부산 영화 100년의 발자취와 세계로 뻗어가는 영화의 축제 부산 영화의 역사는 1900년대 초 시작됩니다. 일제강점기 동안 23개의 상설 극장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당시의 상황을 짐작하게 합니다. 1920년대에는 조선 최초의 주식회사 형태 영화 제작사 조선키네마 주식회사가 설립되었는데, 이곳을 통해 초기 한국 영화를 이끌어갈 주요 감독, 배우, 제작자들이 배출되었습니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에는 부산으로 피난 온 영화인들에 의해 한국 영화 평론가협회가 만들어졌고, 1958년에는 한국 최고급의 영화상인 부일 영화상이 창설되었습니다. 부산은 1960년대까지 서울과 더불어 영화 산업의 양대 산맥을 이루었습니다. 서울의 충무로가 영화의 메카로 떠오른 이후에도 많은 영화인들이 여전히 부산을 찾았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바로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1996년부터 개최된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은 부산이 세계적인 영화 도시로 거듭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부산국제영화제 초반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관객들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던 곳이 바로 초창기 부산 극장 문화의 메카였던 곳입니다. 이렇게 부산 영화의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랜 세월을 거치며 유유히 흐르고 있었습니다. 부산 영화 체험박물관의 또 다른 매력 하지만 부산 영화 체험박물관의 매력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 속 캐릭터들이 반갑게 우리를 맞이해 줍니다. 특히 지난 2018년 부산의 광안대교, 자갈치시장, 마린시티, 주례동, 사직동 일대 촬영을 해서 화제를 모았던 영화 <블랙 팬서>의 흔적도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우리가 사는 부산이 영화 속에 멋지게 등장했다는 사실이 새삼 자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부산 영화 체험박물관에서의 시간은 단순히 과거의 물건을 관람하는 것을 넘어, 부산이 품고 있는 영화의 깊은 뿌리와 세계적인 영화의 매력을 동시에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스크린 뒤편에서 영화를 사랑하고 지켜내려 했던 수많은 사람의 흔적을 만나고 나니, 앞으로 영화를 볼 때마다 그 감동이 훨씬 더 크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출처: 본인 촬영- 부산 영화 체험박물관에서 기념사진 찰칵!> 부산 영화 체험박물관의 역사적 사연 부산 영화 체험박물관이 위치한 자리가 깊은 역사적 사연을 품고 있는 곳이라는 사실도 아셨나요?원래 조선시대에는 '동향사'라는 절이 있던 자리였습니다. 동향사는 대마도에서 파견한 승려가 조선과 대마도 간에 오가는 외교문서 및 왜관 업무에 관한 서류를 검사, 기록, 보관하였던 사찰입니다. 이는 초량왜관이 조선과 일본 사이 외교의 최전선임을 말해줍니다. 청·일 전쟁 이후 이곳은 일본인 자녀의 유치원으로 활용되었으며, 지금은 부산 영화 체험박물관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과거 절과 유치원이 있던 자리는 이제 부산 영화의 역사를 품은 보물창고가 되었습니다. 부산의 영화 사랑은 과거의 필름 한 조각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10월, 영화의 도시 부산에서 열릴 부산국제영화제가 벌써 기대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부산의 영화가 세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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