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닌 부산 선택한 이유?…바다 너머 세계가 우리를 기다리니까요!
부산에서 초중고 졸업…서울서 창업, ‘부산 유턴’
2024년 매출 27억원…올해 목표 50억원
중소벤처기업부 선정 ‘아기유니콘 기업’
- 내용
부산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후 2013년 인하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 평범한 공대생이었던 이하늘(31) 소프트스퀘어드 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건 동기들과는 다른 자유롭게 일하고 싶다는 갈망 때문이었다.
▲이하늘 대표의 소프트스퀘어드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아기유니콘 200 육성 사업’에 선정됐다. 사진제공·국제신문∎인터뷰_소프트스퀘어드 이하늘 대표
“유명 IT 기업에 가서 톱니바퀴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 내 방식으로,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었죠.”
이 대표의 선택이 옳았음은 지금의 숫자가 증명한다. 국내외 5천여 명의 상위 개발자가 그의 플랫폼에 등록했고, 200여 개 기업이 거쳐 갔다. 2024년 매출 27억원, 올해 목표 50억원. 최근엔 부산에서 7번째 중소벤처기업부 ‘아기유니콘 200 육성 사업’에 선정됐다.
5%의 창업 생존율 메타인지와 사명감으로 버텨내다
“대학 시절의 창업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제 주변을 둘러봐도 5%가 채 안 됩니다. 저도 정말 힘든 시기를 많이 겪고 여기까지 왔어요.”
그가 7년의 창업 여정에서 깨달은 생존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가장 중요한 건 ‘메타인지’였다고 말한다.
“메타인지라고 하면 어려워 보이지만, 간단해요. 내가 뭘 알고 뭘 모르는지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회계를 정말 하나도 몰라요. 그래서 창업 초기부터 회계사를 두었어요. 모르는 걸 안다고 우기면서 나중에 세무서에서 혼나고 싶지 않았거든요.”
또 하나, ‘사명감’으로 버텨냈다.
“사명감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처음엔 솔직히 ‘이력서에 CEO라고 써넣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2020년에 정말 힘들 때 깨달았죠.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버틸 수 있다는걸요.”
두 개의 엔진, ‘너디너리’와 ‘그릿지’
소프트스퀘어드는 IT(정보통신) 개발자 혹은 팀을 구독할 수 있는 플랫폼 ‘그릿지’를 운영한다. 그런 만큼 소프트스퀘어드의 비즈니스 모델은 정교하다. ‘너디너리(Nurdinary)’와 ‘그릿지(Gridge)’라는 두 플랫폼이 서로 보완하며 운영된다.
“너디너리는 개발자들이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라이징 캠프라는 부트캠프, 메이커스 챌린지 같은 프로젝트 활동, 그릿지 테스트를 통한 실력 검증, 유튜브 채널 ‘컴공선배’까지. 여기서 개발자들이 실력을 키우고 네트워크를 만들죠.”
그릿지는 수익 창출의 핵심이다. 기업이 월 구독료를 내고 프로젝트에 맞는 개발팀을 구성하는 서비스다.
“스타트업 CEO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게 팀 빌딩이에요. 좋은 개발자 한 명 뽑는 것도 쉽지 않은데, 저희 플랫폼을 쓰게 되면 디자이너, 개발자, PM까지 포함해서 프로젝트 단위로 유연하게 팀을 구성할 수 있어요.”
이런 효율이 가능한 이유는 그가 모은 개발자들의 수준 때문이다. 네이버, 카카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출신들이 상당수다.
인공지능 시대의 역설, 더 귀해진 ‘책임지는 개발자’
요즘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AI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하지만 그의 시각은 다르다. 인공지능 시대가 상급 개발자들에게는 기회라고 말한다.
“AI 덕분에 생산성이 엄청나게 올라갔어요. 하루 걸릴 일을 몇 시간에 끝낼 수 있으니까요. 다만 신입과 주니어 개발자들의 진입은 좀 어려워질 것 같아요. AI는 책임을 져주지 않기 때문에 책임을 질 수 있는 개발자가 주목받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바뀐 세상에서는 아웃소싱, 창업 영역에서 신입과 주니어 개발자들이 경력을 쌓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프리랜서와 초기 창업자 모두 재직 기업 근로자와는 무게감이 다른 책임감이 요구되거든요.”
창업하기 좋은 도시,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하다
“지난해 7월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했는데, 왜 이전했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아요. 처음에는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와 인연이 닿으면서 부산을 알게 됐어요. 그런데 와서 보니 이곳이야말로 진짜 기회의 땅이었습니다.”
이 대표가 꼽는 부산의 매력은 분명했다. “서울 못지않은 도시 인프라에 고정비가 적게 들어요. 게다가 정부와 부산시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수천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부산이라는 도시 전체가 창업에 대한 환대와 지지가 넘쳐나요.”
더 중요한 건 시대 변화였다.
“원격 근무가 일반화되면서 물리적 경계가 무의미해졌어요. 요즘 누가 사무실 보고 일 주문하나요? 우리 미국 클라이언트는 제가 부산에 있는지도 몰라요. 화상회의로만 미팅하니까요.”
그는 부산의 지리적 장점도 강조했다.
“부산은 아시아의 관문이에요. 일본까지 비행기로 1시간, 중국 상하이까지 1시간 반. 동북아 비즈니스를 생각하면 오히려 서울보다 유리한 위치죠.”
부산 창업의 골든타임, 지금이 기회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 계속 자문해 보세요. 힘들 때 ‘그냥 회사 다닐걸’ 하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거든요. 그래도 계속할 이유가 있는지가 중요해요.”
특히 부산에서 창업을 고려하는 이들에게는 적극적인 행동을 추천했다.
“지금이 부산 창업의 골든타임이에요. 정부 지원은 많고, 비용은 적게 들고, 경쟁은 덜하고. 게다가 부산시가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같은 글로벌 진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어요.”
다만 한 가지 당부도 아끼지 않았다.
“너무 부산에만 갇혀 있으면 안 돼요. 부산을 베이스캠프 삼아 전국, 더 나아가 글로벌을 봐야 해요. 로컬에서 시작해서 글로벌로 뻗어나가는 거죠.”
7년 전 그와 비슷한 환경의 프리랜서 개발자들에게 일감을 나눠주자며 시작한 그의 여정은 지금 글로벌 플랫폼을 눈앞에 두고 있다. 거창한 비전보다는 현실적 필요에서 출발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시대 변화를 앞서 읽었다. 부산에 발을 딛고 세계를 무대로 향하는 그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글·목지수 ㈜싸이트브랜딩 대표/월간 ‘집앞목욕탕’ 발행인
- 작성자
- 부산이라 좋다
- 작성일자
- 2025-09-29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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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202510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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