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햇살에 부서지는 알록달록 지붕 … 가난한 마음 하늘에 닿네
어려운 시절 서민생활 모습 그대로
다양한 벽화·예술작품 있는 문화마을
골목마다 역사·추억있는 명소
다음달 13∼15일 골목축제 열려
- 내용
하늘에 닿을 듯한 형형색색의 지붕과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달동네, 감천문화마을은 또렷하게 살아있는 생동감으로 여행객을 반긴다. 낮은 지붕들이 양떼처럼 산을 오르고, 이곳의 자랑인 골목은 가로로 뚫려 산자락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는다. 앞집이 뒷집의 조망을 가리는 법이 없다. 가난한 서민들이 궁핍한 세월을 함께 헤쳐 온 따뜻한 배려고, 역사의 현장이다. 디지털의 엄청난 속도에 떠밀려 옛 시절은 멀리 갔지만 추억은 장소성이 부여될 때 현재와 연결된다. 감천문화마을, 삶의 맥박이 쿵쾅거리는 곳이다.
▲ 감천문화마을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감천문화마을 전경. 이웃의 지붕과 담장에 어깨를 살포시 기대고 있는 정겨운 지붕이 사람 냄새
물씬한 이곳의 정취를 말해준다.
| 젊은 예술인 모여들며 문화마을 변신
감천문화마을에서는 '스탬프투어'를 해야 한다. '감천문화마을 안내센터'에서 2천원에 판매하는 관광안내지도의 번호를 따라 투어를 한 뒤에 찍는 스탬프 미션도 쏠쏠한 재미다.
탐방은 스탬프 코스(2시간)와 작가공방 코스(1시간 30분)로 나눠지는데, 효율적인 혼합형 선택도 좋다. 이를테면 '등대 포토존'에서 '빛의 집'으로 내려가 골목투어를 하는 식이다.
낙후된 마을에 불과 몇 년 사이에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오고 있다. 변신의 시작은 2009년 젊은 예술인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부터. 가난한 예술가들은 이곳에서 예술적 상상력이 뿜어져 나오는 작품들로 마을을 단장하기 시작했고,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면서 이름을 알렸다.
감천문화마을의 민낯을 보려면 먼저 외곽 길을 따라 한 바퀴 돌면서 설치된 작품과 마을에서 운영하는 커뮤니센터를 둘러 본 뒤, 거의 마을 정상에 가까운 '등대 포토존'에서 '빛의 집'으로 가는 동선을 따라가면 된다. 골목 중심지에 있는 작은 구멍가게 담벼락에는 동네 아이들이 숨바꼭질하는 그림이 입체감 있게 그려져 있다. 실핏줄처럼 흩어져 있는 골목, 구석구석 예쁜 꽃이 환하게 피어 있고, 공룡의 꼬리를 잡으면 선사시대로 데려다 줄 것 같은 벽화도 있다.
▲ 양현준 작가의 '날라리 생선가게'.
| 마을 곳곳 벽화와 예술작품
마을입구 긴 담벼락에 설치한 '골목을 누비는 물고기'는 진영섭 작가의 작품으로 소통의 통로인 골목길을 표현했다. '하늘마루'는 집의 형태를 그대로 보존해 전시관으로 이용했으며, 하늘마루 옥상 전망대는 감천문화마을의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상의 장소다. 중앙동 바다와 용두산 공원, 그리고 감천 앞바다까지 360도로 휘돌아가는 광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빨간 우체통이 있는 마당에는 1년 뒤에 받아 볼 수 있는 '느린 우체통'을 운영한다.
'별보는 계단'이라는 표지판이 있다. 뒤돌아보니 하늘에서 189계단이 냇물처럼 쏟아진다. 보기만 해도 숨이 찬다. 낭만적인 이름과는 달리 무거운 짐을 지고 계단을 오르다 문득 돌아보면 현기증으로 눈앞에 별이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온가족의 즐거운 놀이터인 감천문화마을은 단순하게 구경하고 사진 찍는 것으로 그칠 게 아니라 골목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능동적으로 관람한다면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수준 높은 관광지다.
감천문화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감천문화마을 골목축제가 다음달 13일부터 15일까지 열린다. 근대 부산의 역사와 동네의 역사와 공동체를 오롯하게 간직해온 감천문화마을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축제다. 골목이 숨겨둔 내밀한 이야기가 감천문화마을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빛처럼 빛날 골목축제는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산과 부산사람들의 또 다른 생의 얼굴이다.
골목축제와 감천문화마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감천문화마을 홈페이지(www.gamcheon.or.kr)를 참고하면 된다.
▲ 가파르고 좁은 골목을 오르내리다 보면 젊은 예술가들의 감성이 번득이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 작성자
- 이영옥 시인
- 작성일자
- 2016-04-27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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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726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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