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보

병원에서 청소를 하며 중학생·초등학생 손자 둘을 어렵게 키우는 60대 할머니의 낡은 집이 산뜻한 '희망의 보금자리'로 변신했다.

부산광역시와 (사)부산국제건축문화제는 지난 2013년부터 벌이고 있는 취약계층 주거환경 개선 'HOPE 프로젝트' 아홉 번째 대상자로 이모(68) 할머니와 손자들이 생활하는 집을 선정, 최근 대대적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지난 10일 입주식을 가졌다.

향토기업과 건축사 등의 재원·재능기부로 취약계층 주거환경을 개선해 주는 'HOPE 프로젝트' 제9호 주택이 지난 10일 입주식을 가졌다(사진은 주택 리모델링 공사 전후 모습).

서구 남부민동 천마산 비탈에 자리 잡은 할머니와 손자들의 집은 지은 지 30년이 넘어 낡고 오래된 주택. 석면 노출 위험이 큰 슬레이트 지붕이 삭아 내리는데다 집 밖에 있는 화장실이 좁아 할머니와 손자들이 생활하기에 너무나 열악한 환경이었다. 이곳에서 이 할머니는 일정한 소득 없이 틈틈이 병원청소 등으로 생계를 꾸리며 두 손자를 힘들게 뒷바라지하고 있었다.

할머니와 손자들의 열악한 주택은 'HOPE 프로젝트' 대상으로 선정된 이후 지난 한 달 남짓 만에 실내 화장실과 깔끔한 주방, 밝은 조명을 갖춘 산뜻하고 편리한 집으로 변신했다. 집 외벽에는 귀여운 강아지와 새가 가족들을 반기는 예쁜 벽화도 그려졌다. 부산 향토기업 경동건설(주)(대표 김정기)과 (주)메종건축사사무소 이원영 건축사, 디자인사회(대표 노상우) 등이 재원·재능기부를 통해 대대적 리모델링 공사를 벌여 '희망의 보금자리'를 완성한 것. 서구청도 지붕 교체를 후원하는 등 힘을 보탰다.

부산시는 지난 10일 입주자와 재원·재능 기부자, 마을주민들을 초청해 조촐한 입주식과 축하연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이 할머니는 "평생을 서민동네에서 살아오면서 손자와 함께 우리 가족이 이런 축복을 받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무엇보다 손자들이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여한이 없다"고 기뻐했다. 할머니는 또 "손자들이 부모 사랑을 못 받고 자라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성격이 밝고 우애가 좋다"며 "손자들이 밝고 깨끗해진 집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 앞으로 훌륭한 사람이 됐으면 한다"고 감격했다.

한편, 이번 'HOPE 프로젝트' 9번째 사업을 후원한 (주)경동건설은 지역사회를 위해 꾸준한 나눔 실천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 향토기업이며,  (주)메종건축사사무소 이원영 건축사는 지난해 부산건축가회 신인건축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