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회고전
[박성미의 영화 즐기기] 미리 보는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1960년대 숨은 걸작’ 8편
주목 못 받은 감독·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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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회고전은 '1960년대 숨은 걸작'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그 동안 회고전을 통해 김기영, 김수용, 한형모, 유현목, 신상옥, 이만희, 김기덕, 정진우, 임권택 감독 등 해마다 한 감독의 대표작을 소개해 왔다. 올해는 20회를 맞아, 한국영화 최초 황금기라 할 수 있는 1960년대 숨은 걸작 8편을 한국영화회고전을 통해 재조명한다.
1960년대는 전후 회복과 함께 촬영 여건이 좋아져 영화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고 전국민이 영화에 대한 관심도 지대했다. 외국영화 007 시리즈 '황야의 무법자' 등의 마카로니 웨스턴 등 외국영화도 흥행하던 시기다. 홍영철의 '부산극장사'에 따르면 1969년 부산지역 총 54개소 극장에서 연간 23백만22만9천566명이 영화를 감상, 1인당 13.86회 영화 관람이라는 대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박상호 감독 '비무장지대'(왼쪽), 이성구 감독 '장군의 수염'.1960년대는 연평균 200편 정도의 영화가 제작됐고 양적 성장과 더불어 주목할 만한 감독도 많이 배출되었지만, 1년에 대여섯 편씩 찍어대야 하는 시스템으로 후대에 '작가'로 인정받은 감독은 적었다. 더구나 많은 영화가 소실되어 남은 몇몇 유명 감독 작품만 조명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회고전은 한국영화사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감독의 작품 8편으로 걸작의 반열에 오를 만한 작품들이다. 박상호, 조긍하, 이봉래, 이형표, 이상언, 이용민, 이성구, 최하원 등 이 작품을 만든 감독들 또한 이번 회고전을 통해 새롭게 주목 받을 감독들이다.
한국의 분단 상황을 단순하면서도 풍부하게 그린 박상호 감독의 '비무장지대'(1965)는 90년대 이후 만들어진 '공동경비구역 JSA', '웰컴투 동막골', '태극기 휘날리며' 등을 능가하는 전쟁영화다. 분단의 비극을 군사분계선에서 길을 잃은 두 아이가 겪는 일련의 사건들로 절절하게 그린 작품. 휴전 12년 만에 비무장지대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한 작품으로 제13회 아시아영화제 비극영화 부문 작품상을 받았다. 진정 '숨은 걸작'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영화이다.
한국 갱스터 영화의 출발점 '현금은 내 것이다'(1965)는 멜로드라마에 뛰어난 이상언 감독의 데뷔작. 이용민 감독의 공포영화 '살인마'(1965)는 동양과 서양의 괴담이 뒤섞인 한국 공포영화의 초기 대표작으로 가부장제 사회 속에 억눌린 성욕이 충격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이다.
1960년대는 한국영화의 모더니즘 시기이기도 하다. 대표로 내세울 이성구 감독의 '장군의 수염'(1968)과 최하원 감독의 '나무들 비탈에 서다'(1968)도 이번 회고전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장군의 수염'에는 특이하게 신동헌 작가가 만든 걸작 애니메이션이 영화 속 영화로 삽입되어 있다. '장군의 수염'은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과 견주는 작품으로 한국 모더니즘영화 시발탄이라 할 만하다. 신성일, 윤정희, 여운개 등이 출연했다. 최하원 감독 '나무들 비탈에 서다'(1968) 황순원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국전쟁의 비극에서 오는 소외와 고독, 상처를 다룬 작품. 그 동안 프린트를 찾지 못해 관객과 만날 수 없던 작품이나 올해 한국영상자료원이 프린트를 찾아 대중에 처음 공개한 영화이다. 동호는 군대에서 왜 죽었을까? 죽음의 이유를 알려달라며 동호의 약혼녀 숙(문희)이 찾아오면서 현태(이순재)의 고뇌는 깊어진다.
전후 여성상의 변화를 보여주는 작품들로, 일본영화 '여자가 계단을 오를 때'를 원작으로 하는 '명동에 밤이 오면'은 이형표 감독의 빼어난 연출력을 보여주는 영화다. 조긍하 감독의 '육체의 고백'(1964)과 이봉래 감독의 '육체의 문'(1965)은 몸을 팔아 살아가야 했던 여성의 삶을 진솔하게 바라본 영화들. 두 편 모두 우회적으로 사회비판을 시도했다. 또한, 2000년대 '국제시장'이 한국 개발발전의 시대에 희생한 아버지의 수난사를 그린 작품이라면 1960년대 '육체의 고백'(조긍하, 1964)은 어머니의 수난사를 그린 영화로 비교 감상에 좋은 예이다.
이번 한국영화회고전의 프로그래밍을 맡은 남동철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는 “1960년대는 아직 발굴되지 못한 영화가 많다. 이번 회고전을 첫 걸음으로 하여 많은 사람들이 한국영화사의 또 다른 숨은 걸작을 찾아 세상에 빛을 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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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박성미
- 작성일자
- 2015-08-24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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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694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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