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대 사태’ 희생경관 청동 부조로 부활
사건 24년 만에 보상금 지급·명예회복...
내러티브 리포트(Narrative Report) - 3일 부산경찰청 추모공간 흉상 부조 제막
- 내용
1989년 5월 3일 새벽 5시께, 부산 부산진구 가야3동 동의대 중앙도서관에서 유혈사태가 발생, 경찰 6명이 숨지고 경찰 10명 학생 1명 등 11명이 중상을 입었다. 시위 대학생에게 붙들려 밤을 샌 시위진압경찰 5명을, 경찰이 구출하는 과정에서다. 경찰을 붙들고 농성 중이던 학생들이 건물복도 등에 부어둔 인화성 액체에 불길이 붙어 화재로 번진 것. 희생경관들은 현장에서, 또는 불길을 피하려 유리창을 깨고 아래로 뛰어내리다 숨졌다. '5·3 동의대 사건'이다.
언론들은 이 사건을 “...사복경찰 5명을 인질로 잡고 시위 중이던 학생들이 진입하는 경찰을 저지하기 위해 던진 화염병이 화재로 번져 경찰관 7명(현장 중상자 1명 추가 사망)이 숨진 사건”으로 보도하고 있다.
한 부산 일간지 현장 단독취재
'방화만행' 지적·폭력추방 유도당시 부산지역 한 일간신문은 이 사건 발생과정을, 언론 중 유일하게 현장에서 취재, 보도했다. '오열 속 동료시신 운구' 사진을 곁들여서. 세계 외신에 널리 타전된 특종보도 사진이다. 경찰의 동틀 무렵 작전을 독점취재에 성공한 것은 경찰간부로부터 작전시간을 귀띔 받고, 취재진을 미리 현장에 배치한 덕분.
1989년5월3일 '동의대 사건'을 현장에서 취재한 부산 한 일간지의 특종보도.신문은 이 날 1면에 “동의대 시위진압 경찰 6명 사망”, 14-15(사회)면에 “순식간에 불길, 새벽 아비규환” “동료시신 보고 절규” 등 보도기사와 함께, “'방화만행'·허술작전이 빚은 참사” 제목의 해설기사를 게재했다. '방화만행'이란 표현을 쓴 것은 현장취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한 때문. 이어, 당시 시대상황으론 쉽지 않을 '화염병 폭력'을 개탄, 전국각지의 폭력시위 추방운동과 학생조직들의 '화염병·돌 자제 결정'을 이끌어내는 계기를 제공했다.
사건발생 사흘 후, 법원은 영장청구 대상 76명 전원에 구속영장을 발부. 대법원은 사건 관련 학생 31명에 대해 방화치사죄로 무기징역에서 징역 2년까지를 선고.
DJ정부, 사건 관련자 민주화 유공자 인정
MB정부, 역사 재해석... 순직경관 보상1999년 김대중 정부는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 회복과 보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를 설치, 2002년 4월 동의대 사건 관련자(학생) 46명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했다. 보상금도 지급했다.
당시 경찰은 '법적 정당성을 뿌리째 흔들고 경찰 사기를 저하시키는 결정'이라며 즉각 반발. 희생경관 유족들은 법률의 위헌성을 들어 헌법소원까지 제기했다. 헌법재판소는 “동의대 사건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한다 해서 순직한 경찰관들이 곧바로 부정적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는 모호한 결론으로 사건을 각하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사건에 대한 평가는 뒤집혔다. 2009년 당시 한나라당은 '동의대 사건 등 희생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을 발의, 법률을 제정. 경찰은 보상심의위의 보상 결정에 따라 올 들어 보상(직무 중 순직 시 지급 보상금)절차를 시작했고, 명예회복 사업을 추진했다.
24년만의 추모... 흉상 제막
2013년 5월 3일 오전, 부산경찰청 동백광장 추모공간(국가현충시설). '동의대 사건' 24년을 맞아 희생경관 추모행사가 열렸다. 순국경관 7명의 흉상 부조를 함께 제막했다. 정면을 응시한 채 어깨에 계급장을 단 경찰 7명의 얼굴은 살아 숨쉬는 듯 했다. 부조 중앙에 자리 잡은 고 최동문 경위, 그의 아들 봉규씨(32, 당시 초등 2)는 아버지를 이어, 지금 늠름한 부산경찰이다. 부조 곁에 있는 퇴직경관 김송심씨의 추모시 귀절, '...해마다 한 맺힌 설움 다시 도져, 핏빛 장미 울음 터뜨릴 무렵 오월이 오면, 님들의 고혼을 어찌 달랠 수 있었으리까....' 경찰에서 이성한 경찰청장과 신용선 부산청장, 정부에서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부산에서 허남식 부산시장 등 내빈들이 두루 참석. 추모헌시와 진혼무에 이어, 조총도 발사했다.
3일 부산경찰청 동백광장에 제막한 '동의대 사건' 희생 경관 흉상 부조를 유가족이 어루만지며 오열하는 모습.“희생 잊지 않을 것”... 경찰 명예·헌신 기원
경찰은 동의대 사건 순직경찰을 추모하기 위해, 지난 3일까지 1주일동안 전국 경찰서 현수막을 내걸었다. '당신들의 희생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들의 엄정한 경찰정신을 이어 가겠습니다'
뒤늦은 보상 및 명예회복을 결정한 보상심의위는, 뒤집힌 평가를 바로잡으며 순국경관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명시했다. 한 사건이 뚜렷한 진실을 인정받으며 엄정한 역사적 귀결에 이르기까지, 꼬박 24년이 걸린 셈이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추모사에서 “이 땅에 다시는 불법과 폭력의 역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함께 결의를 다짐해야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13만 경찰의 명예와 헌신이 영원하기를 기원했다.
- 작성자
- 구동우
- 작성일자
- 2013-05-03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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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576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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