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보

도시 디자인을 통해 안전한 도시를 만들 수 있을까?

도시의 환경디자인을 통해 각종 범죄를 예방하고 시민 불안을 해소하려는 새로운 시도가 눈길을 끌고 있다.

도시환경 디자인을 통해 각종 범죄를 예방하고 시민 불안을 해소하는 '셉테드'를 부산에 적용하기 위한 포럼이 29일 부산시청에서 열린다(사진은 지난 2010년 '김길태 사건'이 발생한 사상구 덕포동의 후미진 골목길이 최근 벽화로 환하게 변한 모습). 사진제공·부산일보

부산광역시는 29일 오후 3시 시청 12층 국제회의장에서 '부산의 범죄예방을 위한 환경디자인 적용 방향'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한다. 관련 기관, 학계, 시민 등 25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포럼은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각종 강력범죄의 가해자가 모두 '동네 이웃'으로 밝혀지면서, 집 주변 흉악범죄를 예방하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셉테드(CPTED :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 셉테드의 개념뿐 아니라 셉테드를 도시 계획·건축 단계에서 적용시킬 수 있는 행정적 절차, 다른 시·도 사례 등을 공유한다. 부산의 지역 특성에 맞는 셉테드 적용 방법에 대해서도 전문지식을 나눌 예정이다.

셉테드는 도시환경 설계를 통해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선진국형 범죄 예방기법. 범죄가 치밀하게 계획된 뒤에 저질러지기보다는 물리적인 환경에 따라 저질러지는 경우가 많다는 개념에서 출발하는 이론이다. 범죄가 발생하기 쉬운 어둡고 인적이 드물며 감시가 어려운 곳을 밝고 사람들이 모일 수 있도록 환경을 설계해 범죄를 예방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셉테드는 1960년대 미국에서 선보인 후, 1980년대 들어서 미국과 영국, 일본 등의 건축 관계 법령에 반영돼 정착됐다. 국내에서는 강력범죄가 상대적으로 많은 수도권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셉테드 도입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가 2010년부터 새로운 뉴타운 설계에 셉테드 도입을 권고한 데 이어 경기도도 오는 6월까지 셉테드 디자인 지침을 마련키로 했다. 인천시도 셉테드 가이드라인을 연말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셉테드가 적용된 사례는 많다. 어두운 골목길에 환한 조명을 달거나 지하 주차장 곳곳에 비상벨을 설치하는 것, 고층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내부를 외부에서 볼 수 있도록 투명유리로 설치하는 것, 아파트 놀이터를 단지 중앙에 설치하는 것 등 우리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부산의 마추픽추라 불리는 감천문화마을도 울타리가 없는 계단식 집 자체가 서로를 지켜주는 기능을 하면서 마을의 안전을 확보하는 셉테드 원리가 자연스럽게 도입된 사례로 꼽히고 있다.  

김형찬 부산시 도시경관담당관은 "앞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셉테드를 도시디자인위원회 심의·설계평가 등에 활용할 방침"이라며 "이번 포럼을 통해 시민이 보다 안전한 도시환경 속에서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셉테드 방향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도시경관담당관실(888-8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