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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이야기리포트

시간의 문을 열고, 조선통신사가 걷다

남포동을 물들인 작은 행렬의 큰 울림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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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부산 남포동 거리에서는 낯설면서도 어디선가 본 듯한 풍경이 펼쳐졌다. ‘조선통신사 약식 행렬’이 시민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수백 년 전 조선과 일본 사이를 오가던 외교 사절단의 복식과 기품이 현대 도시를 천천히 가로지르자, 도심은 잠시 과거로 접어든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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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는 정식 퍼레이드가 아닌 약식 행렬이었지만, 조선통신사의 역사적 무게와 품격을 전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전통 복장을 갖춘 사절단과 해설자가 선두에 서고, 이어지는 악대와 수행원의 진지한 행렬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한·일 간 평화외교의 기억을 다시 일깨우는 교육의 장이 됐다.


조선통신사는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총 12차례 일본에 파견된 조선의 공식 외교 사절단으로, 문화 교류와 우호 증진에 힘썼다. 특히 부산은 이들의 출발점이자 국제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그중에서도 남포동과 자갈치 일대는 통신사 일행이 부산포를 통해 일본으로 떠났던 관문이자 교류의 현장이었기에, 이번 행사의 장소로서 상징성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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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후 남포동 거리를 찾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행렬이 지나갈 때마다 걸음을 멈추고 휴대폰을 들어 순간을 기록했다. 조선통신사 역할을 맡은 배우들과 기념사진을 남기는 가족 단위 관람객,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행렬을 따라가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전통을 재현하는 행사가 동네 산책처럼 자연스레 일상 속으로 스며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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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는 정식 퍼레이드에 비해 작았지만, 이 작은 행렬은 ‘조선통신사 정신’을 오늘의 도시 한가운데로 끌어왔다. 긴장과 갈등의 시대를 넘어 상호 존중과 문화 교류를 추구했던 옛 외교 철학은 지금 이곳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진다.


바다를 건너던 외교 사절단이 이제는 도시의 중심을 유유히 걷는다. 역사가 숨 쉬는 도시 부산, 그 속에서 남포동은 또 한 번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교차점이 됐다.

작성자
임주완
작성일자
2025-07-14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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