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사투리, 생각해보니 재미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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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서울 중류층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표준어라 규정하고 표준말을 쓰자는 캠페인도 벌였다. 그러나 요즘은 사투리도 각 지방들의 개성과 특징을 담고 있다고 해서 예전 보다는 좀 덜 비하 시키는 것 같다.
나도 부산사람이라 부산사투리를 많이 쓰는 편인데 무심코 튀어나오는 부산사투리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나름대로 재미있는 법칙 같은 것을 발견하게 된다.
부산사람들은 '산등성이' 를 '산만디' 라고 말한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산복도로투어버스 이름이 '만디버스' 다.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은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지만 부산사람들은 잘 안다.
또 단단히, 야무지게, 조심스럽게 행동을 하라고 할 때 '단디' 라는 말을 쓴다. '만디' '단디' 라는 말을 생각하다 보니 '문둥이'는 '문디', '순둥이'는 '순디', '물구덩이'는 '물구디', '주둥이'는 '주디', '궁둥이'는 '궁디', '껌둥이'는 '껌디', '모퉁이'는 '모티', '쌍둥이'는 '쌍디' 라고 말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니까 '둥이'를 '디'로 축약시킨것이다.
또 '할아버지'는 '할배', '뒤집어지다'는 '뒤비지다', '먹어봐'는 '무봐', '그렇다면'은 '그라믄', '어떻게 하든지간에' 는 '어짜든지', '왜 이렇게 하는데' 는 '와이라는데' 로 줄여서 말하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부산사람들은 왜 이렇게 언어를 축약시켜 말하는 것일까? '문둥이'란 세글자보다는 '문디' 라는 두글자가 말하기도 쉽고 간편하면서 전달속도도 빠르다. 특히 구강구조상 '문디' 가 '문둥이' 보다는 에너지도 훨씬 적게 든다. 이것은 바로 언어의 간단성, 편의성, 절약성, 경제성을 추구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장황하게 서론 본론 결론 다 갖추고 인사말까지 하다보면 때때로 듣는 사람들은 지루하고 이야기의 핵심을 놓칠 때가 많은데 부산사람들은 특히 이런 것을 못견뎌한다. 그냥 쓸데없는 말은 치우고 빨리 요점만 말하라는 것이 부산사람들의 기질이다. 그런 기질때문에 가능한 긴말은 짧게 축약시켜 말하는 것 같다.
요즘 젊은이들이 휴대폰으로 주고받는 문자도 축약현상이 심한 것 같다. '알았다'는 그냥 'ㅇ' 으로, '우습다'는 'ㅋㅋ' 으로 , '너무'는 '넘', '재미'는 '잼'으로 표시하고 있다. 이것 역시 의사전달의 속도를 빨리하면서 손가락 하나라도 덜 움직여 보자는 신속성, 절약성, 경제성, 간편성 등에서 기인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구보면 부산사투리나 요즘 젊은이들의 문자 등에서 등장하는 언어축약 현상은 겉치례의 형식주의를 배격하고 가능한 시대에 맞게 신속하면서 간편하고 경제적인 것을 추구하는 실용주의에서 생겨난 현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 작성자
- 정헌숙/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5-10-06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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