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전통혼례를 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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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고 새 우는 봄날, 충렬사에 가면 주말마다 전통혼례식이 열리고 있다.
충렬사는 부산에서 손꼽히는 명당이다. 거기다가 잘 손질된 수목들과 차분한 분위기의 건물들이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곳이다. 그런 좋은 공간에서 서양식이 아닌 우리의 전통혼례식이 열린다고 하니 한번 구경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난 주말 이곳에서 두 건의 결혼식이 열린다고 해서 가보았다. 전통혼례식장은 송상현 명언비 바로 옆의 넓은 공간에 위치해 있다. 혼례식은 사회를 맡은 남자 집례자가 진행을 하고 여자 집사자 세명이 혼례를 도우고 있었다. 혼례장 한가운데에 차려놓은 초례청에는 청·홍 보자기에 싼 닭과 배, 사과, 대추, 촛불, 표주박, 쌀 등이 놓여있다.
혼례의 절차는 전안례- 교배례- 합근례- 폐백의 순으로 되어 있다.
전안례란 신랑이 기러기를 가지고 신부집에 가서 상위에 놓고 절을 하는 예다. 이곳에서는 신랑이 초례청으로 입장을 해서 전안상을 차린 뒤 신부 아버지에게 절을 두번한다. 그리고 신부 어머니가 전안상을 들고 나가면 전안례는 끝이 난다. 기러기는 다산과 정절을 의미한다고 한다.교배례는 신랑과 신부가 서로 절을 하는 예다. 신부가 초례청으로 입장하면 신랑은 동쪽으로 나가 무릎을 끓는다. 신랑은 동쪽, 신부는 서쪽에 자리를 잡는다. 집사자가 세수대야와 수건을 가지고 오면 손을 씻고 닦는다. 아마 몸과 마음을 깨끗히 한다는 뜻일게다. 이어서 신랑 신부가 절을 하는데 신부는 두번 절을 하고, 신랑은 한번 절을 한다.
합근례는 신랑 신부가 잔을 주고받는 예다. 잔은 세번을 주고받는다. 첫번째 집사자가 술잔에 술을 부어주면 신랑 신부는 술을 마시지 않고 땅에 붓고 안주도 집어서 빈 그릇에 담는다. 이는 신랑 신부가 행복한 부부가 되겠다는 서약을 하늘과 땅에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두번째 집사자가 술잔에 술을 부어주면 신랑 신부는 술은 마시되 안주는 먹지 않는다. 이는 신랑 신부가 서로 사랑하겠다는 서약을 의미하는 것이라 한다. 세번째는 술잔이 아닌 표주박에 집사자가 술을 부어 주면 신랑 신부는 술도 마시고 안주도 먹는다. 이는 혼인이 원만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 한다고 한다.
합근례가 끝나면 신랑 신부는 양가 부모와 하객들에게 감사의 절을 한다. 이렇게 혼례식을 치루는데 대략 30분 정도 걸렸다.
충렬사의 전통혼례식을 보니 주례선생 섭외는 안해도 될 것 같고, 시간에 쫓기는 불쾌한 결혼식도 안해도 될 것 같고, 비용도 많이 절감될 것 같다. 구경하는 입장에서 보니 폐쇄된 공간이 아니고 탁 트인 자연속에서 인륜지대사를 치루니 마음부터 넓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충렬사의 아름다운 풍경과 신랑 신부의 화려한 예복이 너무 잘 어울려 한폭의 그림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작성자
- 정헌숙/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3-04-16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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