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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1484호 기획연재

“지하철 놓아야 한다” 첫 주장에 부산시 간부들…

부산시정 현대사 숨은 얘기를 찾다 - 제1화 부산지하철 뚝심으로 뚫다①
8년 9개월 지하철본부장 지낸 임원재 씨
부산지하철 필요성 35년 전 첫 제안

내용

“지하철을 놓자니? 돈이 없어 도로도 못 넓히는데, 어느 세월에 땅 밑을 뚫어서 길을 내자는 말이요? 그 엄청난 돈이 있으면 도로 확장할 생각부터 해야지…. 출퇴근 시간마다 교통대란이 일어나는 게 보이지도 않소? 도대체가 현실에 맞는 소리를 해야지, 원….”

부산에 지하철을 놓아야 한다고 했을 때 부산시 간부 공무원들의 첫 반응은 싸늘했다. 마치 팔순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최신 유행 스마트폰이나, 블로그·트위터 같은 인터넷매체를 이야기할 때의 머쓱함과 같은 기분이랄까. 우선 지하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다. 부산은 바닷가라서, 암반층이 많아서, 매립지가 있어서, 지하철을 시공할 수 없다는 제법 그럴 듯한 반대 이유를 대는 간부도 있었다. 공통적인 반응은 모두가 두 손 들어 반대한다는 것.

부산에 지하철을 놓아야 한다고 했을 때 부산시 간부 공무원들의 첫 반응은 싸늘했다. 그러나 지하철 말고는 답이 없었다. 좁은 땅에, 실타래처럼 엉킨 부산의 도로망, 미어터지는 시내버스, 도시계획 없이 들쭉날쭉 들어선 건물들을 감안하면 지상교통 확충만으론 한계가 있었다(위 사진은 1970년대 중반 부산 시내버스 승강장 모습).

때는 1976년, 정확히 3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에 지하철을 놓자는 첫 주장은 이 해 여름쯤 나왔다. 맨 처음 부산 지하철 건설을 제안한 사람은 임원재(78) 씨. 그는 이후 무려 8년9개월간 부산지하철 본부장을 맡아 갖은 반대와 난관을 뚫고 ‘부산도시철도’ 건설이라는 대역사를 일궈낸다. 부산의 도시발전을 이끈 주역이요, ‘영웅’이다. 부산의 현대 발전사에 한 획을 그은 ‘큰 일꾼’으로 손색없는 인물이다.

부산지하철 건설을 일궈낸 임원재 씨.

임 본부장이 지하철 건설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부산시 도시계획과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 “원래 저는 ‘수도쟁이’였어요. 고지대 급수사정이 좋지 않아 물동이를 이고 종종걸음을 치던 때였습니다. 회동수원지에 상수도를 놓는 일을 거쳐 그 무렵에는 상수도 시설과장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도시계획과장으로 발령이 난 겁니다.”

도시계획과장으로 발령받아 각종 서류를 챙겼다. 2015년도를 목표로 한 ‘부산시 도시기본계획’이 마련돼 있었다. 서류를 꼼꼼하게 살펴보았으나 시민생활과 가장 밀접한 교통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갈 방안은 미비하기 짝이 없었다. 2015년에 대비한 교통해결책이라는 것이 고작 도로를 넓히고, 모노레일을 놓는, 지상교통 확충방안에 불과했다. 지하철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결론은 건설 불가로 나 있었다. 바닷가에 암벽이 많고, 매립지가 있는 부산 사정으로는 지하철을 건설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려놓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근본적인 교통해결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좁은 땅에, 실타래처럼 엉킨 부산의 도로망, 미어터지는 시내버스, 도시계획 없이 들쭉날쭉 들어선 건물들을 감안하면 지상교통 확충만으론 한계가 있고, 당장 10년 뒤만 생각해도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라는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이건 아니다 싶었지요. 그때부터 교통관련 책을 사보고, 외국 사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도시인구가 150만명이 되기 전에 지하철 공사를 시작하는 게 세계적 추세였습니다. 당시 부산인구는 300만명을 넘었으니, 세계적인 도시들을 볼 때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임본부장의 기억에 따르면, 박영수 당시 부산시장의 반응 역시 간부 공무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느 날 다른 결재 건으로 시장실을 찾았다가 지하철 이야기를 꺼냈다. 시장의 질문이 이어졌다.

“지하철 놓는데, 돈이 얼마나 드요?”

“2천200억쯤 듭니다.”

사실은 5천억 정도가 들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었지만 그는 시장의 반대를 감안해, 절반 이하로 낮춰 보고 했다.

“부산시 건설예산이 얼만 줄 아시오?”

“건설부문 예산이 2천500억쯤 됩니다.”

“시장이 쓸 수 있는 예산이 얼만 줄이나 아시오?” 임 본부장은 더 이상 대답을 하지 않았다. 시장의 말이 이어졌다.

“내 재량으로 쓸 수 있는 예산이 한해 200억 남짓이오. 그럼, 지하철 공사 10년쯤 한다 치고, 나는 그 10년 동안 한 푼도 쓰지 말란 말이요? 그만, 치우소!”

작성자
박재관
작성일자
2011-07-20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484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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