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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명태에 관한 추억!

묵자의 Food Talking ⑩

내용

“맛은 추억이다! 내가 맛을 어떻게 알겠는가… 그저 몸이 느끼는 대로 어릴 때 먹었던 음식을 되새김질하는 따름이다. 아무리 먹고 또 먹어도 달콤하고 황홀하다. 그 속엔 어머니가 계셨다!” 얼마 전 읽은 글귀인데요. ‘묵자’의 뇌리를 떠나지 않네요. 맛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옛 추억 속으로 사뿐사뿐 걸어가는 꿈결 같습니다. 한 그릇의 음식은 어느새 아련한 기억의 저편으로 ‘묵자’를 데려다 놓는데요. 옛 추억을 하나 둘 되새김질하고 곱씹다 보면 ‘맛있다’고 느끼는 감정조차 어린시절 추억이나 향수에서 연유한 어머니의 맛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칼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이면 우리의 입맛을 당기는 그리운 음식은 무엇일까요? 오늘은 목성균님의 수필에서 그 답을 찾아볼까 합니다.

다소곳한 명태 한 쌍. 한 폭의 정물화 같은 소박한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데요. 추운 겨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생선하면 명태를 빼놓을 수 없죠. 목성균의 글에선 취기에 오른 아버지가 두루마기 젖는 지도 모르고, 명태 한 코를 사가지고 오신 이야기를 정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어느새 나이가 들어 자신이 아버지처럼 명태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온 날. 아버지와 함께 겸상으로 먹었던 담백하고 시원한 명태국의 맛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아릿하게 표현되고 있는데요. 추운 겨울. 이른 아침에 아버지와 함께 먹었던 명태국의 맛. 오늘은 그 맛을 찾아 ‘묵자’ 길을 떠나볼까 합니다.


명태(明太)는 차가운 물에 사는 흰 살 생선입니다. 명태의 어원은 함경도 관찰사로 부임한 아무개가 명천군을 방문했다가 식사를 하는데… 식탁에 오른 생선이 하도 맛있어서 이름을 묻자 이름이 없다고 하니… 명천군의 ‘명’자와 고기를 잡은 어부 태씨의 이름을 따서 ‘명태’로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불리는 이름이야 ‘명태’말고도 수십 가지가 되는데요. 새끼명태는 노가리, 냉동하지 않은 싱싱한 것은 생태, 꾸덕꾸덕하게 반쯤 말린 것은 코다리, 완전하게 얼린 것은 동태, 두 달 정도 바짝 말린 것은 북어, 봄에 잡힌 춘태, 산란 후에 잡힌 꺽태, 작은 것은 막물태, 애기태 그리고 강태. 망태, 백태, 왜태, 조태, 진태… 덕장에서도 여러 가지 이름이 있습니다. 덕장에서 머리가 떨어져 나간 것은 무두태, 몸이 부서진 것은 파태, 속이 붉고 딱딱한 놈은 골태, 검은빛을 띤 놈은 흑태….
 

우리나라에서 명태는 조선 중기 이후 '국민 생선'으로 대접받아왔습니다. 속살, 알, 창자는 물론 눈알, 아가미, 껍질까지 하나도 버릴 게 없는 생선이 바로 명태인데요. 가난한 서민들의 식탁에 단골로 오른 메뉴였을 뿐 아니라, 서민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시, 노래, 수필로도 자주 등장했습니다만, 동해바다에 명태가 사라진지 오래라고 합니다. 그 많던 명태가 도대체 어디로 갔을 까요… 1980년 때 까지만 해도 수십 만 톤씩 잡히던 명태는 2006년부터 급격히 어획량이 줄더니… 이제 아예 통계에서 조차 사라졌다고 합니다. 국내 명태는 오호츠크해나 베링해에서 잡아온 것이 대부분이라고 하는데요. 국내 수요의 70%를 차지하는 강원도 황태 덕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원양어선에서 잡아온 명태도 워낙 비싼데다 구하기가 쉽지 않아 금태로 칭송되는데요. 제대로 된 생태를 구경이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더군요. 이런 가운데 반가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일본 홋카이도에서 낚시 태로 잡은 싱싱한 생태로 지리를 끓여내는 가게가 있다는데요. 바로, ‘아침에 생태탕’이라는 곳입니다.


도시철도 2호선 해운대역 1번 출구로 나와 쭉 걸어가다 보면 해운대구청 맞은편에 경찰서가 눈에 띄는데요. 경찰서를 끼고 골목길로 접어들면 ‘아침에 생태탕’이라는 가게가 있습니다.

간판 제목을 보니, 정말 아침엔 시원한 생태탕 한 그릇 해야 될 거 같은데요. 가게로 들어서니, 햇살 좋은 창가에 도란도란 앉은 손님들이 생태탕 한 그릇을 가뿐히 비워내고 있습니다.

탕 한 그릇을 거뜬히 비워내는 손님들. 순하고 담백한 생태 맛에 손님들까지 반한 걸 까요… 이래저래 들이대는 카메라에도, 귀찮게 말을 거는 ‘묵자’에게도 싫은 표정 하나 없이 넉넉한 웃음을 지어보입니다. 오히려 “잘 찍어주이소” “속 풀이에 끝내준다~” “입안에서 살살 녹네~” “한 그릇 하이소!” 음식을 권합니다. 베시시 입가에 미소 짓게 하는 생태탕. 그 맛을 제대로 보기 위해 ‘묵자’도 햇살 가득한 창가에 앉았습니다. 목성균의 수필처럼 아버지와 겸상하며 먹는 시원하고 담백한 명태탕을 추억하며… 오롯이 기다려봅니다. 드디어, 생태 한 마리가 통으로 들어간 ‘생태탕’ 한 그릇이 나오는데요. 뜨거운 김을 뿜어내는 맑은 국물에 몸을 담근 생태.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 싱싱한 자태를 드러냅니다.

이곳에 들여온 생태는 홋카이도에서 낚시태로 건져 올린 생태로 빙장해서 부산에 직송된 것입니다. 사장님이 매일 아침 경매시장에서 직접 구매해 들여오는데요.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싱싱한 생태탕.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데요. 국물 먼저 맛보니~ 캬아- 시원하면서도 담백합니다. 육수는 따로 끓여 빼는데… 무와 다시마 외에 통배추와 황태머리, 표고버섯을 넣고 끓여내기 때문에 이렇게 깊고 구수한 맛이 난다고 해요. 시원한 육수에 반한 뒤~ 보들보들한 생태 맛에 또 한 번 반하게 되는데요. 담백한 생태 살을 입에 넣으니 보들보들 눈 녹듯 살살 녹아내립니다.

이곳엔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유난히 많은데요. 하얀 백발의 노부모를 모시고 온 며느리도 있고요. 아이들과 함께 온 젊은 부부도 눈에 띕니다. 연세가 있으신 어르신들은 생태지리와 함께 명태 통한마리 전을 주문하는데요. ‘명태 통한마리 전’이 이집만의 별미중의 별미입니다. 보기엔 그냥 단순한 부침개처럼 보이는데요. 명태 통한마리에 밀가루 전분을 발라 고소하게 구워낸 말 그대로 ‘명태 통한마리 부침개’입니다.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워 어르신들 입 맛에 맞는 인기메뉴라고 해요.
 

어른들이 칼칼한 ‘명태 매운탕’으로 속 풀이 하는 동안, 아이들은 쫀득쫀득한 떡갈비로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는데요. 살살 발라낸 명태 살에 밥 한 숟가락 비우고, 스테이크처럼 쫄깃한 떡갈비로 두 숟가락 뚝딱 비우니… 아이들에게 인기만점. 밥도둑이 따로 없죠.

한겨울 꾸덕꾸덕 말린 코다리 찜부터 시원하고 담백한 생태탕, 속 풀이에 좋은 명태 매운탕, 고소한 통마리 전까지... 한겨울 얼어붙은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풀어줄 친구로 명태 한 그릇 어떠세요~! 아침에 생태탕 051)747-8655

작성자
민경순
작성일자
2011-02-1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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