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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106호 문화관광

시민과 함께 하는, 부산 정신 담은 문학관

2006년 11월 금정구 남산동 생가터에 개관
낙동강 파수꾼…한국 리얼리즘 대표 작가
‘사람답게 살아가라’ 가르침 ‘생생’

내용

12∼13면-요산문학관-메인
△‘사람답게 살아가라.’ 요산 문학을 대표하는 문구이자 요산문학관을 대표하는 문구다. 그래서 문학관으로 향하는 길가 담벼락에도 이 문구가 큼지막하고 문학관 안팎 벽면에도 큼지막하다. 문학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구조로 1층 북 카페, 2층 전시실과 도서실, 3층 작가를 위한 집필실로 이뤄져 있다.


부산 나들이_요산문학관

요산은 부산이다. 한평생 부산에서 뜨겁게 살았던 소설가의 호가 요산이다. 좋아할 ‘요(樂)’ 뫼 ‘산(山)’, 요산. 산을 지극히 사랑했던 소설가는 산만큼이나 강을 사랑해 낙동강 명작을 숱하게 남겼다. 그래서 ‘낙동강 파수꾼’으로 불린다.


길가 수렁과 축축한 둑에는 빈틈없이 갈대가 우거져 있었다. 불쑥 보기 좋게 순과 잎을 뽑아 올리는 갈대청은,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과는 판이하게 하늘과 땅과 계절의 혜택을 흐뭇이 받고 있는 듯, 한결 싱싱해 보였다.

-김정한 소설 ‘모래톱 이야기’ 중에서-


부산서 나고 자란 ‘부산 토박이’

요산을 호로 썼던 소설가는 김정한(1908.9∼1996.11). 부산서 나고 자란 부산 토박이이다. 한평생 부산을 ‘물고’ 있었지만, 명성은 전국구였다. 전국 어디 가서도 김정한 이름 석 자를 내밀면 다들 허리를 숙이고 마음을 숙였다. 한국 리얼리즘 대표 작가를 품은 부산에 허리를 숙이고 마음을 숙였다.


12∼13면-요산문학관 (11)

△요산 김정한. 그는 부산서 나고 자란 부산 토박이이다. 
 

요산문학관은 김정한을 기념하고 기억하는 공간이다. 타계한 지 딱 10년인 2006년 11월 금정구 남산동에 개관했다. 여기가 나고 자란 생가라서 낙동강 파수꾼의 문학관을 금정산 자락에 세웠다. 건립을 앞두고 당시 김중하 요산문학관장이 건립취지문에 밝혔듯 ‘부산의 자긍심을 높이고 부산인의 정체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염원’이 똘똘 뭉쳐서 문학관으로 우뚝 섰다. 한동안 방치되던 기와집 생가는 2003년 복원, 요산문학관을 고색창연하게 한다.


요산문학관 가는 길, ‘요산문학로’는 초입부터 문학적이다. 도시철도 1호선 범어사역 1번 출구로 나오는 순간 문학의 향내가 진동한다. 도로명이며 초등학교 담벼락과 도로변 담벼락을 가득 메운 사진이며 그림이며 문구가 모두 요산으로 이어진다. 요산이 부산이고 부산이 요산임을 실감하는 길이다.


요산문학관은 초등학교 정문에서 직진하면 나온다. 약간은 가파른 길을 의심하지 말고 계속 가면 누가 봐도 문학적이다 싶은 삼층집이 나온다. 거기가 요산문학관이다. 이 길은 필자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대학 졸업할 때까지 뻔질나게 다녔다.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다니던 길이 문학로가 되었으니 나를 문학으로 이끈 길이었을까 싶다.


12∼13면-요산문학관 (4)

△요산의 낙동강 문학을 대표하는 ‘모래톱 이야기’는 1966년 발표작이다. 환경에 무지했고 무심했던 그 시절 낙동강 생태를 들먹인

 요산은 시대를 앞서서 열어간 선각이었다. 가진 자의 불의와 가지지 못한 자의 불행을 그냥 넘기지 않은 게 요산의 문학이고 

 요산의 작가정신이다.
 

불의와 타협 하지 않은 올곧은 정신

‘사람답게 살아가라.’ 요산 문학을 대표하는 문구이자 요산문학관을 대표하는 문구다. 그래서 길가 담벼락에도 이 문구가 큼지막하고 문학관 안팎 벽면에도 큼지막하다. 요산 정신을 대변하는 이 문구는 단편소설 ‘산거족’에 나온다. 원문은 이렇다. ‘사람답게 살아가라. 비록 고통스러울지라도 불의에 타협한다든가 굴복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람이 갈 길은 아니다.’


요산은 삶이 기구했다. 기구했다면 기구했고 파란만장했다면 파란만장했다. 그 모두가 꼬장꼬장하다면 꼬장꼬장하고 반골이라면 반골인 성정에 기인했다. 일제강점기 일본에 유학할 정도로 부잣집 아들이었지만 툭하면 일제에 대들어 잡혀갔고 광복이 되고 나서도 두세 차례 옥살이를 감내해야 했다. 가진 자의 횡포를 나 몰라라 할 수 없었기에, 가지지 못한 자의 서러움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었기에 치른 기구였고 파란만장이었다.


나는 어떤가. 당신은 어떠신가. 나 몰라라 이쪽인가, 저쪽인가. 요산의 문학적 동력은 결국 이거였다. 가진 자의 불의와 가지지 못한 자의 불행을 그냥 넘기지 않은 게 요산의 문학이고 요산의 작가정신이다. ‘불쑥 보기 좋게 순과 잎을 뽑아 올리는 갈대청’을 괴롭히지 말라며 낙동강 파수꾼이 되었고 낙동강 지킴이가 되었다. 요산의 낙동강 문학을 대표하는 '모래톱 이야기'는 1966년 발표작. 환경에 무지했고 무심했던 그 시절 낙동강 생태를 들먹인 요산은 시대를 앞서서 열어간 선각이었다.


문학관 내 도서관 인기

“다른 문학관과는 달리 도서실이 있어서 책을 보며 요산의 향취를 접하는 분이 많아요.” 요산문학관은 시민 모두를 위한 공간을 표방한다. 그 증명이 도서실이다. 대개의 문학관은 상설 전시 위주. 한 번은 가도 두 번 가기가 쉽지 않다. 요산문학관은 도서실 드나들며 요산의 시민정신과 작가정신을 접하는 부산시민이 꽤 된다며 문학관 나여경 사무국장은 귀띔한다. 나 국장 역시 소설가다. 생가와 같이 있는 점도 요산문학관 향취를 높인다. 부산을 대표하는 건축가로 꼽히는 가가건축 안용대 대표가 설계했다.


12∼13면-요산문학관 (5)

△요산문학관은 시민 모두를 위한 공간이다. 그 증명이 도서실이다.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인문학교실. 문학 강좌. 요산문학관은 언제 가 봐도 파릇파릇하다. 갈대청 같다. 부산시민과 함께하려는 마음이 문학관에 생기가 넘치게 한다.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숨을 고르는 편이지만 함께하려는 마음만은 코로나도 어쩌지 못한다. 문학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구조다. 1층 북 카페, 2층 전시실과 도서실, 3층 작가를 위한 집필실이다. 요산이 꼼꼼하게 작성한 2층 전시실 낱말 카드와 식물도감, 육필원고는 ‘휘리릭’ 지나다가는 요산 선생에게 한소리 듣지 싶다.


1998년 시작한 요산문학축전

‘마주 보는 얼굴이 아름답습니다.’ 요산문학축전은 요산문학관이 역점을 두는 연례행사다. 1998년 시작해 작년 제23회 행사를 했다. 사단법인 요산기념사업회 주관, 부산작가회의가 주최하는 이 축전은 요산의 정신을 시민정신으로 승화시킨다는 취지에 걸맞게 당대 시대상을 반영한다. 2020년 축전은 코로나19 극복 의지를 담아 '마주 보는 얼굴'을 전면에 내세웠다.


12∼13면-요산문학관-(12)
 

요산문학관의 또 다른 명물은 은행나무. 요산의 문학만큼이나 높아서 멀리서도 보고 찾아온다. 단풍 좋다고 티를 내는 나무와 달리 거기 있는 것조차 알리지 않지만, 단풍이 들기 전에도, 단풍이 들고 나서도 찾아오는 사람은 찾아온다. 몇 시간을 같이 있어도 돌아서기 아쉬운 당신처럼 몇 시간을 같이 있어도 돌아서기 아쉬운 나무가 요산문학관 은행나무다.


‘직필야인주지 곡필야천주지(直筆也人誅之 曲筆也天誅之).’ 요산은 붓글씨에도 일가를 이루었다. 전시실 안쪽 ‘직필’로 시작하는 친필 휘호는 보는 순간 머리칼이 쭈뼛 선다. 직필은 사람이 베고 곡필은 하늘이 벤다! 요산은 살아서도 사람을 쭈뼛 서게 하더니 죽어서도 쭈뼛 서게 한다. 요산은 요산이다.


12∼13면-요산문학관 (7)


12∼13면-요산문학관 (9)
 


·홈페이지 : www.yosan.co.kr

·관람 : 화요일∼일요일 10시부터 17시까지. 월요일과 법정 공휴일은 휴관

·입장료 : 1천 원

·가는 길 : 도시철도 1호선 범어사역 1번 출구  또는 시내버스 80번 타고 남산동 정류소 하차.


글 동길산 시인·사진 문진우



작성자
조민제
작성일자
2021-03-30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106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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