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술의 결, 부산에서 가지를 뻗다
미디어아티스트그룹 오온 그룹전
‘감각과 만남의 전이’ 14일까지
3D 프린트로 새로운 융복합 미술 첫 선
- 내용
또따또가 아카이브 스페이스 닻에서 지난 1일 닻을 올린 미디어아티스트 그룹 오온 그룹전 '감각과 만남의 전이'전은 어쩌면 우리나라 미술사의 새로운 역사를 쓴 전시로 후대에 기록될지도 모르겠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청년 예술가 3인의 실험적인 작품이 내걸린 전시에 '새로운 역사를 쓴 전시'라고 예견하는 것은 전시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이 전시가 내포하고 있는 함의 때문이다.
'감각과 만남의 전이'전은 부산은 물론 우리나라 미술시장에 선보이는 첫 3D프린팅 전시다. 3인의 청년 작가들이 3D프린팅에 주목한 이유는 기술과 미술의 융합을 현실화시켜주는 도구로서, 새로운 미술형식을 모색할 수 있는 가능성 때문. 기술과 미술과 접목한 새로운 미술 영역을 처음 열었다는 점에서 이 전시는 오래 기억되고 또한 기록될 것이다.
이세윤 작 '아버지와 나'.전시는 컴퓨터 작업으로 그린 스케치와 드로잉은 물론이고 색채 작업까지 작가가 영상 매체로 표현한 시각적 이미지를 입체감이 있는 3D 프린터로 출력해 미술작품으로 만든 것이다.
전시를 총괄 기획한 이세윤 작가는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서 모든 그림을 부조 형태로 구현하고자 했다"고 말하고 "3D 프린트가 가지고 있는 정교함은 패턴 아트와 텍스쳐를 구현하는데에 커다란 장점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작품의 표면에 표현되는 텍스쳐는 미술에서 촉감의 요소를 부각시킴으로써 '시각 본위의 미술 감상'이라는 한계를 넘을 수 있다는데 주목했다"고 말했다.
이세윤 작 '푸딩 시리즈'.3D 프린팅 작업이 가지고 있는 시각 이미지의 촉각 이미지로의 전환은 그동안 미술작품 감상에서 소외되어온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새로운 미술감상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때문에 이번 전시는 전시 기획단계에서부터 시각장애인들이 손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준비되어 왔다. 전시장을 가보면 시각장애인들이 '손으로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세윤 작가는 "3D프린팅 작업은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미술의 영역을 열어줄 뿐 아니라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예술의 장벽을 허무는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시각과 촉각을 결합해 눈으로 보면서 동시에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그림을 가능하게 해 시각의 장애에 관계없이 함께 향유할 수 있는 베리어 프리(장벽 없는) 전시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부산의 청년 작가들이 새로운 미술 영역에 주목한 이유는 미술이 갖는 태생적 한계의 극복 그리고 '시장'으로 변질되고 있는 미술계의 자본주의화를 뛰어넘으려는 저항의 몸짓이기도 하다.
작가들은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모든 그림을 부조 형태로 구현하고 있는데, 이는 3D 프린터가 가지고 있는 정교함을 통해 촉감의 요소를 부각시킴으로써 '시각 본위의 미술 감상'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장르 파괴이다.
또한 3D 프린팅은 자본의 종속에서 벗어나 작가들이 철저하게 작품성으로 승부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자본이 잠식한 기존의 유통구조를 초월해 디자이너, 작가의 콘텐츠 판매의 독립적 구조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
기존의 한계를 혁파하기 위해 새로운 도구를 발굴하고 영토 개척에 나선 청년 작가들의 몸짓이 예사롭지 않는 전시가 '감각과 만남의 전이'전이다. 미술에 관심이 있는 애호가라면 한번쯤 관심을 가져볼 만한 이유다.
참여 작가는 조종성, 이세윤, 손호목. 조종성과 이세윤 작가는미술 작품을 부조형태로 구현한 테마를 중심으로 그림과 영상이 겹쳐진 작품, 영상과 음악이 호응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조종성 작가는 동양적인 선을, 이세윤 작가는 서양화에서 구현되는 물감의 질감 그리고 패턴의 변별을 중점적으로 표현했다.
전시가 내포하고 있는 함의와는 별개로 전시 벽면을 그윽하게 채우고 있는 빛의 병렬은 아름답고 은은하고 황홀하다. 첨단 디지털 기술의 결합으로 가능했던 전시는 뜻밖에도 아날로그의 웅숭한 울림을 보여준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만남, 기술과 예술의 만남이 작가들의 손끝에서 숙성되었음을 은은하게 넘실대는 빛의 너울이 말해준다.
이번 전시는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을 받았다. 전시기간 10월 14일까지. (010-9739-****)
- 작성자
- 김영주
- 작성일자
- 2015-10-07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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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699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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