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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1472호 문화관광

김형석 시인 ‘들꽃은 갈망할 때 핀다’

내용

'그해 팔월은 몹시 추웠다/ 휘몰아친 신군부의 야비한 해일은/ 정든 일터를 단숨에 덮쳐/ 반골이라는 덫을 씌워 강제로 표류시켰다/ 천둥 번개 폭우 울부짖는 저녁/ 하늘이 대신 울어주었으나/ 회색지대는 죄목을 밝히지 못했다/(중략)/ 그 해 몹시 추웠던 팔월/ 절박한 다리를 건너온 아들 딸은/ 부모가 되어 길을 닦는다/ 역사는, 먹구름 뒤의 푸른 하늘같이/ 진실만을 적고 펼친다'('걸어서 아침으로' 중)

첫 시집 '들꽃은 갈망할 때 핀다'(푸른별)를 낸 김형석 시인은 해직기자 출신이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 그의 삶 속에는 녹아 있다. 어쩔 수 없이 굴곡 많은 삶을 감내해야 했던 그는 운명처럼 시인의 길을 걷게 됐다.

2006년 강제 해직 26년 만에 정부로부터 명예회복 조치를 받은 후 본격적으로 시 작업에 몰두했다. 그 후 5년, 계간 ‘시의 나라’ 신인상을 수상하며 시인이라는 새로운 운명을 받아 들였다.

그는 시를 통해 아팠던 역사와 화해를 시도한다. 낭인시절 자연과 어우러진 삶을 살았던 그는 상처에 새살이 돋듯 시대적 아픔을 딛고 희망을 전한다. 사람들에게 시기, 질투, 절망을 하지 말라는 그의 목소리에는 시련을 이겨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설득의 힘이 존재한다.

'나무는 서로 싸우지 않는다/ 헐뜯고 치고받거나 몰아낼 줄 몰라/ 손을 잡고 커간다/ 나무는 서로 속이지 않는다/ 겉멋으로 감춘 탐식을 위증할 줄 몰라/ 속살을 다진다/ 나무는 서로 절망하지 않는다/ 눈바람에도 빈 몸 쓰러뜨릴 줄 몰라/ 껴안고 견딘다'('나무의 길' 중)

들꽃은 시인을 상징한다.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들꽃에 굴곡진 삶을 살았던 시인의 생이 오롯이 녹아 있다. 그는 <부산시보> 편집주간을 지냈다. 시련 속에서 조탁한 단단한 시어가 강인한 아름다움을 뿜어 낸다.

작성자
김영주
작성일자
2011-04-26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4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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