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PIFF,`매너리즘'의 경계부터 넘어라!
차 용 범 부산시보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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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없음 <칼럼> PIFF,`매너리즘'의 경계부터 넘어라!
차 용 범 부산시보 편집주간
부산국제영화제(PIFF)는 이제 부산의 확실한 구성요소이다. PIFF는 부산사람의 불같은 성원을 딛고 `세계 5대 영화제'로 도약하고, 부산은 PIFF의 쉼 없는 성장을 딛고 `아시아 영화·영상 허브'를 꿈꾼다. 부산과 PIFF의 번영은 분명 정함수관계이다.
그런 만큼 PIFF에 대한 부산사람의 애정은 참 각별하다. PIFF의 제 몸 가다듬기 노력도 참 열심이다. PIFF의 올 공식 슬로건은 `경계를 넘어서'. 장르·영상기술·대륙·중앙과 변방의 벽을 뛰어넘겠다는 다짐이다. PIFF의 12년은 결코 가벼운 세월이 아닐지니, 이제 새 지향점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이 란은 지난 2003년 제8회 PIFF를 보고 "PIFF, 더 타락하라"는 칼럼을 게재, PIFF의 과감한 방향 전환을 촉구한 바 있다. PIFF가 예술성과 함께 대중성도 추구, 부산시민과의 교감을 넓혀줄 것을 당부한 것이다. 제9회 PIFF를 보곤 "PIFF, `타락'으로 성공 얻다"란 칼럼에서 `시민과 함께' 변신하여 `부산의 자랑'으로 뿌리내린 PIFF를 상찬했다. 부산사람이면 너나없이 PIFF의 발빠른 성공에 감격하며, `아시아 영화·영상 허브'의 꿈을 앞당겨 줄 것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그 바탕 위에 PIFF의 오늘을 보는 약간의 걱정을 토로한다. PIFF의 변신·도약은 눈부실 정도이되, 허술하거나 서투른 부분 역시 적잖다는 것이다. 우선 PIFF의 상징이라 할 개막식 진행만 해도 그러하다.
가을비 속에 6천여명의 관객을 모신 개막식이 30분 이상 늦춰진다? 식후 공식 사진촬영 시간에 영사화면과 대형 스크린이 서로 맞지 않는다? 레드 카핏 위를 걷는 내빈이 누구인지 소개가 없다? 개막작의 한글 자막 처리가 희미하여 내용을 식별하기 어렵다?
빗속의 개막식이 왜 늦어져야 했는지 관객은 알지 못한다. 더러 아무 소개도 받지 못한 채 입장하는 `스타', 또는 `내빈'의 민망함은 또 누가 알까. 부부 사회나 집행위원장의 전에 없던 동요현상 역시 PIFF의 그 깔끔함을 의심케 하는 아쉬움이다.
오늘의 PIFF가 어떻게 50년 전 쯤 한국을 기억하게 하는 후진성을 드러냈을까? PIFF가 12살을 먹으며 벌써 오만에 빠졌을까? "관행대로 준비하면 성공하리니…"하는 지독한 매너리즘에 젖었을까?
사연이야 어떻든 PIFF가 튼튼한 실속, 여문 껍질을 갖추기엔 아직 이른 듯 하다. 부산사람이면 PIFF의 `실수'를 너그럽게 보려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여러 실수들은 결국 세계 속 PIFF의 성패를 가름하는 쐐기일 수 있다. 그래서, PIFF는 우선 넌지시 온존해 온 매너리즘의 경계를 넘어, 오늘을 냉철하게 돌아보는 작업을 서둘러야겠다. PIFF가 내세운 대로 `관객과 소통하는 영화제'를 지향하며 `아시아 영상문화'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그러하다. PIFF의 온전한 성장은 곧 부산의 든든한 번영의 한 축일지니-.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07-10-10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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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2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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