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친절체험 우수사례(7) 알콜중독자 회생시켜 보람
서덕순(강서구 대저1동)
- 내용
-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초가을이었지만 낮에는 여전히 햇살의 따가움이 가시지 않은 어느 금요일 오후였다. 생활보호대상자의 의료비 지원 작업을 하던 중 전화기가 울렸다. 전화기 속의 목소리는 술만 취하면 동사무소로 찾아오는 박씨였다. 지금 너무 아파서 병원에도 갈 수 없다며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전화를 끊고 박씨의 집을 방문하기 위해 나서려는데 배를 움켜쥔 박씨가 비틀거리며 급하게 동사무소로 들어왔다. 고통을 참지 못하고 그새 찾아온 듯했다. 그를 급히 긴의자 위에 눕히고 119구조대에 응급구조를 요청했다. 병원에 도착해 응급조치를 취하고 입원을 위해 그의 진료기록을 찾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때부터 생기기 시작했다. 간호사가 가져온 진료기록 맨 앞장에는 `보호자 없이는 입원할 수 없음\"\이라는 파란 딱지가 붙어있었고, 상단에는 빨간 글씨로 병원비 체납금액이 조그맣게 적혀있었다. 병원 측에서는 박씨를 입원시킬 수 없다며 완강히 거부하고 나섰다. 당황한 나는 박씨 보호자의 연락처를 알아내 전화를 했지만, 겨우 통화한 여동생은 자신도 도울 방법이 없다고 말하며 끊어버렸다. 시계는 오후 5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이미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에는 늦은 시각이었다. 급히 00의료원 원무과 담당자와 상담을 위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자리에 없었다. 다시 언뜻 떠오른 김해××병원 간호과장에게 연락을 해 보았지만 그 병원에는 입원시킬 병실이 없는 상태였다.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김해00병원 원무팀장에게 전화를 했다. 다행히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상황 설명을 하고 간곡히 부탁을 해 입원 승낙을 얻어낼 수 있었다. ○○병원에 도착해 나는 박씨를 휠체어에 앉히고 방사선과, 임상병리과를 돌며 검사를 지켜보았다. 마지막으로 배속에 차있는 알콜가스를 빼내기 위해 치료하는 과정에서 그는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집으로 가고싶다고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 힘들게 겨우 입원 승낙을 받아 한숨을 돌리고 나니, 이젠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고 나서는 상황에 어이가 없었다. 30분간 달래고 협박을 하며 그를 진정시켰다. 입원을 위해 보증서약서를 쓰고 입원조치를 취한 후 조용히 그를 두고 병원을 나섰다. 자정이 훨씬 넘어 지친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박씨 같은 사람이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질병인데 막상 이들이 아플 때 마음 편히 찾아갈 수 있는 병원이 어디에도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언제쯤이면 이들이 병원비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을지 착잡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다음날 출장을 달고 병원을 다시 찾았다. 그는 어제의 고통을 말끔히 씻은 듯 맑은 정신으로 나를 맞았다. “선생님, 못난 놈 살려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는 눈물을 글썽였다. 나는 박씨의 손을 잡으며 빨리 일어나라는 말로 그의 마음을 달래 주었다.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서 `목숨을 구해줘서 고맙다\"\고 한 박씨의 말을 떠올렸다. 사람의 목숨을 구해주는 일보다 더 소중한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나의 작은 수고가 죽음을 느낀 한 생명을 살렸다는 데서 나는 공무원의 생명이 `보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서 덕 순/강서구 대저1동알콜중독자 회생시켜 `보람\"\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00-06-09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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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8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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