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장애인 부부가 복지혜택을 받게 되자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감사의 성금'을 기부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서구 충무동에 사는 이 씨 부부는 지난달 30일 아들을 통해 박극제 서구청장에게 성금 30만원을 전달했다. 이들은 "구청을 비롯해 지역의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우리 가족이 삶의 희망을 갖고 더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며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이웃들이 우리처럼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취약계층 발굴에 적극 나서주시면 좋겠다"며 성금을 기부했다.

이 씨 부부는 폐지·고철을 줍고, 파출부 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왔다. 그런데 지난해 이 씨(60)는 허리와 다리에 골절상을 입고, 부인(56)은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의 심각한 난청으로 인해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몸이 약하던 아들마저 폐결핵 진단을 받아 일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치료비는 고사하고 끼니조차 잇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다.

서구는 지난해 11월 각 동별로 운영하고 있는 주민신고망 '복지통장'을 통해 이 사실을 알고 곧바로 지원에 나섰다. 우선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의료비 300만원을 지원했다. 의료비를 본인부담금의 15%만 낼 수 있도록 차상위계층으로 선정해 가장 큰 병원비 부담을 덜게 했다. 특히, 장애진단을 통해 이 씨는 지체장애 6등급을, 부인은 청각장애 2등급을 받아 매월 30만원 가량의 장애인연금을 받게 됐다. 부인은 장애보험금도 지급받게 됐다.

민간지원도 잇따랐다. 서구사랑의띠잇기봉사단 후원회는 이 씨 부부의 열악한 주거환경개선을 위해 도배·장판을, 한전남부건설처와 충무동새벽시장 부녀회는 식료품을 지원했다. 충무동 '희망나래단'은 이 씨의 집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며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박극제 서구청장은 성금을 전달받고 "가슴 뭉클한 아름다운 기부로 희망이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며 "지난 3월부터 복지사각지대 주민신고망 '희망나래단'을 새롭게 운영하고 있는 만큼 복지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