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 흙더미에 어르신 발만 동동 “가슴 아파 더 열심히 하는 거죠”
□ 수해복구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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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워서 눈물이 다 납니다. 할머니 혼자 치우고 계신 거 보니까 가슴이 너무 아파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는 거죠 뭐."
마당은 진창이 되어 있었다. 젖은 가재도구를 꺼내는 손자의 눈은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집안 가득한 절망은 썩은 내 풍기는 항아리를 들어내고 계신 할머니의 굽은 허리를 더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었다. 현관문을 여니 안방까지 물에 잠긴 흔적이 선명하다. 다들 "아이고"라는 한숨 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다시 쓸 수도 없게 된 냉장고, 세탁기, 장롱 같은 큰 물건들을 들어내야 방이라도 치울 텐데 힘쓸 사람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던 거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들 들러붙어 냉장고며 장롱을 끄집어내고 쓸 수 없게 된 물건들을 치운다. 얼굴선을 타고 땀이 뚝뚝 떨어진다. "살다 살다 이런 일은 처음이에요." 애지중지 아끼던 장독을 버리며 한숨처럼 할머니가 한 마디 하셨다.
부산시 직원들로 구성된 수해 복구 지원팀이 지난달 28일 찾은 곳은 금정구 장전3동 주택가와 기장군 장안읍 좌천마을 등. 또 다른 집으로 이동한다. 좁은 마당에 검은 진흙이 가득 쌓였다. 어떻게 이 많은 흙이 쌓였을까 싶을 정도다. 냄새까지 고약하다. "할아버지 혼자 사세요?"라고 여쭤보니 "젊은 사람은 돈 벌러 가야 하니 나 혼자라도 집을 치워야지" 하신다. 창고 물건까지 다 꺼내 내다버리니 "이거 너무 고마워서…"라며 어쩔 줄 몰라 하신다. 골목까지 토사가 쌓였다. 흙을 마대에 퍼 담아 도로에 내놓는다. 자기 집 앞을 치우고 있으면 같이 거드는 게 인지상정이다. 할머니 한 분만이 청소한 자리를 씻어낸다. 집 안에 있다가 차 몰고 나가는 헬스로 다져진 몸매의 저 젊은 분은 뭐하시는 분이신고! 요즘은 동네 청소는커녕 자기 집 앞 쓸어보고 자라는 아이가 드물다. 그러니 이웃에 대한 예의니 애향심이란 게 있겠는가. 콘크리트 응결력이 떨어지면 건물은 무너진다.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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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원성만
- 작성일자
- 2014-09-03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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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6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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