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내복
- 내용
- 춥고 배고프던 시절 누구나 첫 월급을 타면 부모님 내복을 사드렸다. 문고리가 손에 쩍쩍 달라붙는 한파속에서 노인들은 겨울나기가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겨울철 추위를 견디자면 내복은 반드시 갖추어야할 필수품이었다. 슬하를 떠난 자식이 첫 월급을 탔다며 무릎을 꿇고 내미는 내복 한 벌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지 않은 부모가 없었다. ▶이 내복이 1980년대 들어서면서 박대를 받기 시작했다. 아파트에서는 한 겨울에도 반팔 속옷 차림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직장에서는 와이셔츠 차림이 춥지 않을 정도로 난방이 잘 돌아가면서 겨울철이 별로 춥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내복이 옷 모양을 망치는 촌스럽고 거추장스런 물건으로 취급되면서 40대 중년층에서도 내복 입는 사람은 급격하게 줄었다. ▶그러나 IMF직후 내복이 잠시 되살아 나기도 했다. 겨울철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 실내온도를 낮추면서 내복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60년대 궁핍한 시절을 배경으로 한 SBS TV드라마 `은실이’에서 전라도 청년 양정팔의 빨간 내복은 단연 인기였다. 내복을 입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시민단체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경제회복 기미가 보이면서 내복은 다시 박대를 받았다. ▶지난 13일 부산에 반세기만에 기록적인 눈이 내리고 이어 한파가 몰아쳤다. 많은 사람들이 내복을 다시 입었다. 그러나 강추위와 함께 경제한파도 기세가 꺽이지 않고 있다. 내복을 입으면 실내온도를 6~7도 낮춰도 같은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겨울철 추위와 경제한파를 견뎌내려면 이런저런 이유로라도 내복을 입고 겨울을 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01-01-18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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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9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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