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아름다운 청년
- 내용
- ‘가깝고도 먼 나라’ 우리가 일본을 이야기할 때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 긍정의 뜻도 부정의 뜻도 없다. 이처럼 유보적인 결론을 내리고 마는 것은 아직은 서먹서먹한 관계란 뜻이다. 과거 일본이 우리에게 저지른 만행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인들의 혐한(嫌韓)의식 역시 여전히 청산되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한일간에는 대중문화와 스포츠분야에서 어느때보다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일반인 차원의 한·일 연구회나 각종 포럼 등 모임도 적지 않다. 일본에서는 과거사를 반성하는 민간단체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한국을 찾는 일본관광객이 연간 2백만명으로 10년전에 비해 두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 이를 반영한다. ▶부산출신 유학생 이수현씨가 도쿄의 전철역에서 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데에 대해 일본인들이 크게 놀란 모양이다. 평소 한국에 대해 몹시 인색한 일본 언론들은 ‘살신성인(殺身成仁)’이란 표현을 사용하며 대서특필했다. 일본의 총리가 빈소를 찾았고 일본인들의 조문도 줄을 이었다. 한 한국 젊은이의 죽음에 일본 열도가 한 마음으로 슬픔과 감사를 표하기는 유례가 없었던 일이다. ▶존속살해 등 패륜이 급증하고 자기중심적으로만 변해가는 일본에서 교민이 보여준 용기와 정의감이 그들에게 머리를 숙이게 한 것이다. 특히 고인의 집안이 3대에 걸쳐 일제에 수난을 당한 것으로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고인이 목숨을 걸고 구하려던 상대가 바로 일본인이었다는데에서 감동은 더욱 크기만 하다. ‘아름다운 청년’이수현씨의 죽음이 양국의 관계를 조금이라도 좁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01-02-01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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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9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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