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경제산책- 항만 확충과 국가경쟁력
- 내용
- 조그만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의 항만은 컨테이너 처리량 기준으로 부동의 세계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 항만은 최첨단 시설을 갖췄으면서도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환경친화적으로 건설된 것이 이채를 띠고 있다. 항만 서비스도 우리와 크게 비교가 된다. 화물의 평균 처리시간이 다른 나라는 7시간이 걸리지만 각종 자동시스템과 통관과정의 간소화 작업으로 절반인 3시간30분에 불과하다. 외국화물을 유치하기 위해 화물장치장에서 72시간 동안은 보관료를 받지도 않는다. 우리나라 부두가 컨테이너를 2~3단으로 쌓은 데 비해 여기서는 6단 이상으로 쌓는다. 그마큼 항만을 튼튼하게 건설했고 공간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싱가포르가 세계1위의 항만이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광요 전 수상 등 정책입안자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 과감한 투자가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10여년 전부터 학계와 경제계 항만업계는 부산항의 대폭 확충이 필요하다고 입이 마르도록 주장해 왔다. 잠깨는 대륙인 중국의 화물이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덕도의 부산신항만이 여러 가지 이유로 지지부진하다. 이제서야 착공된다는 소식이다. 그 신항만도 1단계 6선석만 건설하는 등 당초계획보다 대폭 축소돼 반쪽 항만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주변에서 제기되고 있다. 오히려 최근에는 외국 항만재벌들의 국내 항만 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의 국내 항만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세계적인 항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용할 수 없는 중국으로 진출하는 데 한국이 최적의 입지여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앞으로 북한으로의 육로 수송이 열리면 부산은 중국 러시아를 거쳐 유라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관문이 된다. 앞으로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물류수송에 대한 대비를 해야할 시점인 것이다. 시간도 별로 없다. 이제라도 정부는 천혜의 지리적 여건을 갖춘 부산항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항만의 확충과 항만서비스 향상 등에 대해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 전폭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00-09-21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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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9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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