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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칼럼

공정하지 못한 도시

[부산 이야기] 이야기 칼럼

내용

‘도시란 무엇인가(What is the city)?’ 도시문명사가 루이스 멈퍼드의 유명한 도발적 명제다. 도시에의 평가는 그만큼 극단적이다. 도시는 화려한 물리적 경관과 고도의 물질적 생산력을 지닌 창조와 혁신의 원천이다. 한편, 도시는 빈곤·범죄·환경 같은 도시문제를 안고 있으며 많은 불만을 간직한 정치·사회적 갈등의 장소다.

“신은 촌락을 만들고 인간은 도시를 만든다.” 이 가설대로, 도시는 인간의 창조물이다. 어떤 이는 말한다, 현대 도시는 이미 인간의 노력으로 그 모습을 바꾸어 놓을 수 없는 숙명적 존재라고. 이는 인간의 무책임한 회피이다. 인간의 부주의 또는 탐욕의 결과, 도시에의 통제력을 잃고 여러 도시문제며 갈등을 자초할 뿐이다.

역사상 명멸한 도시패망의 사례를 보라. 한 도시의 궁극적 목표는 흥성이다. 그 목표를 이룰 필수요소를 잃으면 그 도시는 멸망한다. 도시멸망의 요인을 제어할 자기시정 능력이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천년제국 로마는 왜 멸망했나? 고대 휴양도시 폼페이의 멸망과정이 남긴 교훈은 무엇인가? 미국의 자동차 중심도시 디트로이트가 도시기능을 잃을 만큼 퇴락한 이유는 또 뭔가? 결국은 인간탐욕의 궁극적 결실이다.


인간, 도시 창조하며 부주의·탐욕 끝에 도시 문제·갈등 자초

이즘 우리 도시에서 이런 탐욕을 본다. 신이 만든 ‘촌락’적 요소와 인간이 만드는 ‘도시’적 요소의 조화를 외면한 채, 눈앞의 탐욕만을 앞세운 패망적 요소들을 본다. 여러 도시구성 요소 중 눈을 좁혀, 화제에 오른 부산의 몇몇 건축사례를 보라. 도시는 생활공간이자 공동체일 터, 오직 나의 포만에 눈멀어 사회를 배려하지 않는 탐욕의 결실은 무엇일까?

“공중으로 치솟는 집 ‘하늘의 게토’ 될까 두렵다.” ‘도시 디자이너’ 김석철 박사의 월간지 기고다. 부산 해운대의 건축현상을 ‘21C 바벨탑, 초고층 주상복합’에 초점 맞춘 글이다. 그는 경고한다, “반인간적·반자연적 주거공간 문제 산적…, 도시적 조건과 미래문명을 내다보는 안목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초고층 아파트시대, 안전대책 이상 없나?’- 부산 일간지의 심층 시리즈다. 시리즈의 우려들은 이제 현실이다. 대형화재를 낸 ‘주거형 오피스텔’ 화재를 보라. ‘주거형 오피스텔’은 뭔가? 외벽을 ‘불쏘시개’ 황금색 알루미늄 패널로 치장한 부분은 어떤가? 해운대 해변의 ‘주거형 콘도’는 또 뭔가. 이제 ‘주거형 관광리조트’, ‘주거형 업무타워’도 들어선다. ‘형’이라는 명칭에 비정상적 건축과정의, 홀로 빛나는 황금색 패널에 탐욕의 흔적이 있다. 김 박사는 지적한다, “도덕적이지도 않고, 미래에의 생각도 없는 개발업자의 분별없는 주거건축”이라고.

‘실물적’ 도시에 ‘철학적’도덕이 왜 필요한가? 도시의 많은 문제며 갈등은 인간의 포만 때문이라는 것 아닌가. 자연의 법칙을 거스른 인간의 과욕에 바벨탑이 무너졌듯, 도시형성의 룰과 주변을 배려 않는 행위 역시 도시를 파괴하는 숨은 씨앗이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한탄한다, “실물적 측면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생각하고 느끼는 바에 지독할 정도로 관심이 없다”고-.


도시패망 피하려면 실물적 시각 극복·사회배려의 도덕 필요

세계적 도시경쟁시대이다. 뚜렷한 도시전략 없이 한 도시의 발전을 기약할 순 없듯, 우리 역시 도시목표를 추구하며 도시에의 도덕적 철학부터 확고히 갖춰가야 한다. 실물적·가시적 영역만을 보는 조악한 방식을 넘어, 한 도시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문화의 중요성이다. 새무얼 헌팅턴이 말한 ‘마음의 모델’(mental models)이 필요하다.

다시, 도시란 무엇인가? ‘인간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과 ‘인류가 만든 최고의 골칫거리’ 사이에서, 우리가 챙겨야 할 ‘마음의 모델’은 무엇일까? 해운대 초고층의 주거화 내지 불법사용은 개인선택에 맡기고, 그 건물들이 저지른 탐욕의 끝은 또 어떨 것인가? 오피스텔·콘도가 들어설 경관지역을 주거용이 독점하며 도시문제와 갈등을 빚는, 그 끝은 어떨 것 같은가?

“권력과 재력이 탐욕에 눈 멀 때 국민은 절망한다.”-최근 기업소설 ‘허수아비 춤’을 출간한 작가 조정래의 탄식이다. 한 도시의 성원이 다른 성원의 탐욕에 절망하고 분노할 때 그 도시는 과연 미래를 꿈 꿀 온전한 공동체일 것인가? 정말이지, 이제 우리는 넘실거리는 포만을 제어할 자기시정 능력을 되찾아야 한다. 실물적 ‘법대로’는 말할 것도 없이, 도덕적 ‘마음의 모델’을 더 다듬어야 한다. 요즘 말로 ‘공정한 사회’론을 되새기는 것은 또 어떤가?

작성자
차용범
작성일자
2010-11-30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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