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죽인 것도, 살린 것도 나전”
윤성룡 윤슬 나전칠기 대표 공예명장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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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오랜 기간 칠(漆) 전통 기법을 이어오며 지역 공예문화 발전에 기여한 윤성룡(·79) 윤슬 나전칠기 대표가 지난 10월 15일 올해 ‘부산광역시 공예명장’으로 선정됐다. 부산시 공예명장은 최고 수준의 숙련 기술을 보유하고, 장기간 공예 기술 발전과 공예인의 지위 향상에 기여한 장인에게 주어지는 영예로운 자격이다.

윤성룡 공예명장과 그가 제작한 나전칠기 제품.
윤 대표는 장애를 극복하고 오로지 ‘나전칠기’ 한 길을 걸어온 장인으로, 전통 공예 기술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국내외에 널리 알렸왔다. 그는 “나를 죽인 것도 나전이었지만, 나를 살릴 것도 나전이다”는 신념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전통공예의 가치를 전파했다.
나전칠기는 청자와 더불어 고려시대 공예문화를 상징하는 기술이다. 얇게 간 자개를 나무 표면에 붙이고 옻칠을 수십 번 반복해 완성하는 작업으로, 온도와 습도, 손의 감각이 모두 맞아야 한다. 그는 나전칠기 공예를 두고 수행자처럼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 섬세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나전칠기로 인해 생활이 어려워 잠시 경비 일을 한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던 중 눈을 다쳐 실명 위기를 겪으며 병원에 입원했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KBS 문화예술대전 포스터를 보고 출전해 대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이 전환점이 돼 그는 “나를 살릴 것도 나전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을 굳히고 “나는 나전을 위해 태어났다”는 마음으로 평생을 나전칠기에 헌신했다고 회고했다.
윤 대표는 이번 부산시 공예명장 선정으로 “작게나마 이름 석 자를 나전으로 남긴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통영에서 나전칠기 명인 송주안 선생 댁에 셋방살이를 하며 송 선생에게 8년 정도 기술을 사사받았으며, 자개를 갈아 나무에 붙이고 생명을 불어넣는 기법을 보고 “이게 내 길이구나” 싶었다고 했다.
나전칠기 경력 60년의 윤 대표는 후진 양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특히 장애인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말하며, 이 기술이 사라지지 않고 “누군가의 삶을 살리는 ‘나전’이 되도록 하는 게 마지막 꿈”이라고 밝혔다. 윤 대표는 부산시 장애인기능경기대회 나전칠기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후진 양성에도 힘써왔다. 또한 부산시 공예명장으로 선정된 만큼 내년에는 대한민국 공예명장에도 도전할 계획을 밝혔다.
부산시 공예명장으로 선정된 윤 대표에게는 공예명장 칭호가 부여되며, 개발·생산장려금 1천만원이 지원된다. 공영주차장 주차 요금 50%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 작성자
- 구동우
- 작성일자
- 2025-12-02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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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202512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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