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풍경에 담은 쓸쓸하고 애틋한 삶의 그림자
엄경근 개인전 ‘달동네, 여섯 번째 이야기’ 1월 25일~2월 2일 민주공원
- 내용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곳, 달동네의 풍경을 그려온 엄경근 화가가 여섯 번째 개인전 ‘달동네, 여섯 번째 이야기-아버지의 바다’를 1월 26일~2월 2일 부산민주공원 기획전시실에서 연다.
엄경근 화가는 달이 가장 가깝게 뜨는 달동네의 화가이자 ‘문제아’ 출신 화가로도 꽤 유명하다. 그는 소위 문제아였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담배를 피우고 오토바이를 탔고, 패싸움을 했고, 파출소를 드나들었다. 탈출구 없이 질주하던 그의 삶은 고2때 그림을 만나면서 방향을 틀었다. 담배와 오토바이를 버리고, 붓을 들고 캔버스 앞에 앉았다. 그림은 질풍노도의 사춘기 소년의 가슴을 할퀴던 거친 바람을 잠재우고, 위로했다. 그림은 그의 새로운 길이 되었다. 대학 졸업 후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하면서 작가는 자신을 키운 원형인 달동네의 풍경을 그렸다. 좁고 아슬아슬한 골목과 위태로운 산비탈, 둥근 보름달이 비추던 달동네의 계단과 가로등, 오래된 계단을 오르내리던 사람들의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달동네와 맞닿아 있던 삶이 아니었다면 결코 그릴 수 없는 그림으로 주목받았고, 지금 그는 달동네 화가 엄경근으로 불린다.
▲엄경근 ‘달동네-아버지의 퇴근길’.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아버지에 주목한다. 전시회의 부제도 ‘아버지의 바다’다. 같은 제목의 연작은 작가의 부친의 삶을 담았다. 배를 탔던 작가의 아버지는 한 달에 한 번 보름달이 뜨면 돌아왔다. 아버지는 딱 나흘을 땅에서 머문 후 다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상현달이 보름달로 차오르면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은 보름달처럼 부풀어갔고, 다시 달이 하현달로 이울 때에는 다가올 이별에 목이 멨다는 작가의 유년 풍경이 애잔하게 펼쳐진다. 그림 속 아버지는 작가의 아버지만은 아니다. 이 시대의 아버지들이다. 아버지라는 이름이 벼랑 끝에 서있는 시대에 아버지가 짊어진 외로움과 고독은 달동네의 가난한 풍경과 겹쳐져 더욱 쓸쓸하다.
엄경근 화가는 ‘달동네’의 가난에만 주목하지 않는다. 꿈과 희망도 함께 얘기한다. 꿈과 희망의 근거는 인간에 대한 온기를 품고 있는 달동네의 가난한 마음이다. 가난하기에 돈과 권력으로부터 오염되지 않은 달동네의 쓸쓸하고 푸른 영혼은 먼 별처럼 낮게 반짝인다. 그의 그림이 담고 있는 미학이다.
전시에는 달동네의 풍경을 담은 회화와 부조작품 40여점을 선보인다.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월요일 휴관.
문의 (010-4400-8715)
- 작성자
- 김영주
- 작성일자
- 2018-01-24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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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812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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