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심장 살려낸 그들 ‘하트세이버’
“살아다오, 제발!” 심폐소생술, 꺼져가는 생명 회생 기적
부산 119구급대원 1,271명·시민 88명 ‘명예 배지’ 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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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다오, 제발!”
마음속으로 수도 없이 외치며 멈춘 심장을 살리려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는 그들. 1분 1초를 다투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그들은 침착함을 잃지 않고 환자의 가슴을 누르고 또 누른다. 멈춘 심장이 반드시 다시 뛸 것이라는 신앙 같은 믿음은 그들에게 포기를 끝까지 허락하지 않는다.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환자의 심장박동이 희미하게 느껴질 때, 그들은 세상에 기적이 존재함을 경험한다. 그들의 이름은 ‘하트세이버’, 멈춘 심장을 살려내는 사람들이다.
부산소방안전본부는 지난 11월 9일 제55회 소방의 날을 맞아 부산의 ‘하트세이버’들을 소개했다.
▲‘남매 하트세이버’ 김정은·김경태 소방교가 하트세이버 인증서를 들고 기념촬영하는 모습.심장이나 호흡 정지 등으로 생명이 위험한 환자를 구한 119구급대원과 일반시민들은 꾸준히 있어왔지만, 소방청이 ‘하트세이버’라는 명예로운 이름과 배지, 인증서를 준 것은 지난 2010년부터다.
부산에서 2010년부터 지난 6월 말까지 하트세이버 인증을 받은 119구급대원은 1천271명. 일반시민은 88명이다. 이들 중에는 9명의 목숨을 살린 하트세이버도 있다.
부산 119구급대원 중에는 ‘부부 하트세이버’도 있다. 부산 항만소방서 부두센터 유지웅 소방교와 남부소방서 대연센터 최현희 소방사는 동료 구급대원의 소개로 만나 지난 2013년 결혼한 부부 구급대원. 유 소방교는 2014년부터 7명의 생명을 살려냈으며, 최 소방사는 올해 2명의 생명을 살린 하트세이버다. 두 사람은 결혼 뒤 하트세이버 배지를 잇따라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유 소방교는 지난 1월 말 남구 감만동 부두 크레인 위에서 작업 중 쓰러진 50대 남성을 살려내 화제가 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그는 구급가방과 자동제세동기를 메고 약 20m 높이의 크레인에 올라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심장을 살려낸 다음 환자를 지상으로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아내 최현희 소방사는 지난 1월 남구 자택에서 심정지로 쓰러진 70대 어르신을 20여분 동안 200여회가 넘는 가슴압박과 6차례의 전기 충격으로 살려내 하트세이버 배지를 받았다. 최 소방사는 지난 6월에도 운동을 하다 쓰러진 50대 남자를 살리는 등 올해만 2개의 하트세이버 배지를 받았다.
▲부산소방안전본부는 지난 11월 9일 제55회 소방의 날을 맞아 부산의 ‘하트세이버’들을 소개했다(사진은 ‘부부 하트세이버’ 유지웅 소방교와 최연희 소방사가 하트세이버 배지를 기슴에 달고 손으로 하트를 만드는 모습).부산에서 가장 많은 생명을 살린 하트세이버는 해운대소방서 좌동 119안전센터에 근무하는 김영란 소방위다. 김 소방위는 9명의 심정지 환자를 살려 가장 많은 하트세이버 배지를 보유하고 있다.
부산에는 훌륭한 하트세이버들이 많지만, 심정지 환자의 소생률은 높지 않다. 2017년 상반기 부산에서 918명의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지만 41명만이 살아나 소생률은 4.4%에 그쳤다. 심정지 환자의 소생률에는 많은 요인들이 작용하지만, 가장 큰 것이 환자 주변 사람들의 심폐소생술 실시 여부다. 지역사회 곳곳에서 실력이 뛰어난 하트세이버가 활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러진 환자 바로 옆 누군가가 하트세이버로 활약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이유다. 멈춰버린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환자 주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바로 우리 모두가 하트세이버다.
▲부산시청에서 시민들이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는 모습.
- 작성자
- 구동우
- 작성일자
- 2017-11-16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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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802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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