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간염, 예방접종·정기검진이 최선
Culture & Life / 닥터B의 의학칼럼 / 만성 B형 간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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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염’은 말 그대로 간에 염증이 생긴 것을 말한다. 간염을 일으키는 원인에 따라 바이러스가 감염돼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간염, 알코올 섭취 혹은 비만에 의해 간에 지방이 쌓여 발생하는 지방간염, 약물 혹은 독성 물질의 섭취에 따른 독성 간염 등으로 분류한다.
염증의 지속시기에 따라 염증 발생 후 3∼4개월 이내에 회복·완치가 되는 급성 간염과 6개월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만성 간염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만성 간질환의 60∼70%를 차지하는 것이 만성 B형 간염이다.
국내 만성 간질환의 60∼70% B형 간염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전체 국민의 3%가 만성 B형 간염이고, 남성 3.4%, 여성 2.6%로 남성에서 높은 비율을 보였다. 연령별로 보면 남녀 모두 30대부터 증가해 남자는 50대(6.7%), 여자는 40대(3.8%)가 가장 높은 B형 간염 보유율을 보였다. 만성 B형 간염이 지속되면 간이 딱딱해지는 간경변증 혹은 간에 암이 생길 수도 있는데 간경변증과 간암의 5년 누적 발생률은 각각 23%, 3% 정도이다.
만성 B형 간염의 진단은 혈액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B형 간염 표면항원 검사가 양성이면 만성 B형 간염으로 진단할 수 있다. B형 간염에 감염되는 경로는 크게 3가지다.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인 산모로부터 신생아가 감염되는 수직감염, 성 접촉을 통한 감염,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의 혈액이 상처에 닿아 감염되는 경우다.
B형 간염 산모 출생 신생아 90% 만성 간염
우리나라의 만성 B형 간염 환자의 대부분은 B형 간염 산모로부터 출생한 신생아가 수직 감염되는 경우이며, 이 경우 90% 정도가 만성 간염으로 진행된다. 감염된 B형 간염 바이러스는 간세포 안으로 들어와 숨게 되는데, 어릴 때는 면역계가 성숙하지 못해 바이러스를 제거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렇게 면역계가 바이러스를 파괴시키지 않고 봐주고 있는 시기를 ‘면역 관용기’라고 한다. 면역계가 바이러스를 처리하는 과정 중 간세포가 파괴되고, 이로 인해 간에 염증이 생기고 GOT, GPT라고 하는 간수치가 상승하게 되는데, 면역 관용기에는 간세포가 파괴되지 않기 때문에 간수치는 정상이나, 바이러스의 증식은 계속된다.
이후 20∼30대 정도에 성숙한 면역계가 바이러스를 처리하기 위해 간세포를 파괴하게 되면서 간수치가 상승하게 되는데, 이 시기를 ‘면역 제거기’라고 하고, 이 때 면역계가 확실히 바이러스를 죽여서, 바이러스가 거의 없어지게 되면 전쟁을 멈춰 간수치가 정상이 되는 시기를 ‘건강 보유기(흔히 보균자라고 알려진)’라고 하고, 바이러스 제거가 부진하여 전쟁을 계속하게 되면 ‘만성 활동성 시기’가 되는 것이다. 건강 보유자라고 해서 모두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닌데, 1/3 정도는 바이러스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서 바이러스가 다시 증식하게 되는데, 이 시기를 ‘재활성기’라고 한다.
만성 B형 간염의 치료를 고려하는 경우는 위에서 언급한 4가지의 시기 중 ‘만성 활동성 시기’와 ‘재활성기’이다. 치료법은 크게 경구용 항바이러스제와 주사제(페그인터페론)로 분류된다. 주사제의 경우 내성의 발생이 없고, 치료기간이 1년으로 정해져 있으며, 반응이 있을 경우 치료를 중지하고도 바이러스 제거효과가 유지될 수 있지만, 발열, 근육통 등의 치료의 부작용이 있고, 한국인의 경우 치료반응이 있을 확률이 낮다. 경구용 항바이러스제의 경우 부작용이 적으며, 바이러스 치료 반응이 탁월한 장점이 있으나 중지 후 바이러스가 재활성화 될 확률이 주사제에 비해서는 높다.
근본적인 예방책, B형 간염 예방접종
간염도 급성으로 심하게 오면 간부전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만, 대부분 간염 자체보다는 간염이 지속됨으로 발생하는 간경병증 및 간암과 같은 합병증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 불릴 정도로 둔한 장기이므로 증상이 있을 경우는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만성 B형 간염은 비록 건강보유자라고 할지라도 간암 발생의 고위험군으로 6개월마다 정기검진(복부 초음파 검사와 혈액검사)을 통해 간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3개월 전부터 잦은 피로감과 상복부 불편감을 호소하며 병원에 방문한 회사원 김 모(45) 씨가 조기검진의 중요성을 알리는 사례다. 어머니와 형이 B형 간염이었던 김 씨는 학창시절 본인도 B형 간염이긴 하나 보균자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후 간에 대한 검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하지 못했다. 복부CT 시행결과 간의 오른쪽에 8㎝ 크기의 거대간암이 발견돼 수술로 절제를 시행, 현재 회복한 상태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B형 간염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다. 1980년대 초에 발표된 한국인의 B형 간염 표면항원 양성률은 6.6∼8.6%이었지만, 2011년 3.0%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인데, 이는 1980년대 초에 B형 간염 백신이 국내에서 개발돼 국가적인 예방접종사업 및 관리를 부지런히 시행한 결과이다.
B형 간염 환자는 음주, 미상의 약초 등 간에 부담을 주는 음식의 섭취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그 외 일반적인 식사는 제한이 없으며, 규칙적이고 위생적인 생활 습관과 균형 있는 영양섭취는 모두 간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만약 약을 처방 받아 복용 중이라면 다른 약을 처방받을 경우 이미 복용하는 약이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 작성자
- 황상연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소화기내과 과장
- 작성일자
- 2016-09-29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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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2016년 10월호 통권 120호 부산이야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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