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통 멸치 한 마리에 담긴 부산의 맛 "거, 쥑이네∼"
대변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미각
22∼24일 기장멸치축제
전국 최대 멸치 전문 어항 명성
멸치젓 곰삭는 냄새로 봄 시작 알려
싱싱한 멸치 따라 부산의 맛 펄떡
멸치회·멸치찌개 등 이색요리 풍성
- 내용
▲ 부산의 봄 미각은 바다에서 온다. 이맘때 기장 대변항에 가면 임금님께 진상한 전국에서 가장 맛있는 멸치회를즐길 수 있다(사진은 대변항에서만 볼 수 있는 멸치털이 장면). 사진제공·기장멸치축제추진위원회
4월의 부산은 이미 봄물이 들다 못해 완연하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감내 나는 봄바람이 간질간질∼ 사람 마음을 간질이고 있다. 햇볕 따뜻한 날, 송정의 벚꽃길 따라 길을 나서면 어느새 잔잔한 바다의 대변항이 평화롭게 펼쳐진다.
부산 기장 대변항. 전국 최대의 멸치 전문 어항. 싱싱한 멸치 비린내와 멸치젓 곰삭는 냄새로 하루가 시작되는 곳. 그래서 전국적으로도 대변항은 멸치젓갈 생산, 유통시장으로 유명하다. 한마디로 멸치젓갈의 고향이자 메카이다.
그러하기에 대변에는 멸치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파는 멸치 전문 음식점들이 집단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멸치회, 멸치회무침, 멸치찌개, 멸치구이, 멸치쌈밥 등, 이곳에 오면 봄맛 든 멸치밥상 한 상을 넉넉하게 받아볼 수가 있는 것이다.
봄볕의 대변항을 어슬렁거려 본다. 멸치배들이 여유롭게 줄을 지어 정박해 있고, 멸치배 옆으로는 한 무리의 어부들이 한창 멸치를 털고 있다. 그물을 후리면 멸치가 하늘로 튀어 오르고, 그 멸치의 비늘에는 봄 햇살이 한 움큼 소금처럼 반짝인다. 그 주위로 동네 아낙들이 떨어진 멸치를 줍는다고 분주하다. 가족들의 풍성한 밥상을 차릴 생각에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 기장멸치축제는 기장 멸치의 맛을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축제다. 사진제공·기장멸치축제추진위원회| 포구 포장마차마다 봄 미각 넘실
대변항을 따라 줄을 이어 서 있는 천막가게에는 멸치젓갈과 기장특산의 건미역, 다시마, 반건조 오징어 등을 팔고 있다. 알이 꽉 찬 가자미도 보이고 장만된 멸치횟감과 학꽁치도 보인다. 갈치도 다사로운 햇살에 은빛 색깔 번득이며 누워있다. 봄의 풍요로움이 흘러넘치고 넘친다.
멸치를 다듬는 아낙들은 소란스레 남편 욕들 구수하게 쏟아놓고,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멸치젓갈 사러 가게를 기웃거리고 있다. 멸치와 소금을 버무려 즉석에서 멸치젓갈을 담가주는 아낙들의 손놀림은 거의 '생활의 달인'처럼 재빠르고 민첩하다.
멸치젓갈 가게에는 깊고 구수한 멸치젓 냄새가 진동을 한다. 예부터 대변항에서는 팔고 남은 멸치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 자체 염장법이 발달했는데, 그 시절의 젓갈 담는 비법이 오늘날에 이어져 맛이 깊은 멸치젓을 생산해오고 있는 것이다.
슬슬 시장기가 돌면, 근처 멸치 전문 음식점에 들어서면 된다. 기장의 봄 미각을 대표하는 멸치회무침을 빠뜨릴 수 없다. 부산 사람들 중 봄날에 멸치회무침 한 번쯤 안 먹어본 사람은 없을 게다. 멸치는 산란 전의 봄멸치가 제일 맛이 좋다. 그중에서도 4∼5월이 한창 적기이기에 더욱 그렇다.
▲ 멸치회무침. 사진·김도근 드론프레스| 멸치회 먹어야 부산의 봄 삼킨 것
멸치를 장만해 갖은 채소를 섞고, 온갖 양념으로 조물조물 버무려서 먹는 멸치회는 봄을 알리는 갯것 음식 중 최고 반열 중 하나이다. 멸치의 비릿한 회 맛과 미나리, 깻잎 등 온갖 채소의 향긋하고 풋풋한 풀냄새, 또 회초장의 새콤달콤한 맛이 서로 어울려서 온 입안이 봄맞이 하듯 파릇파릇해지는 것이다.
상추에 멸치회와 회초장 버무린 채소 가득 올리고, 땡초 하나, 마늘 한 조각 올려 한 입 크게 싸먹는다. 입안으로 봄바다가 출렁이고 봄바람이 살랑인다. 비릿한 멸치가 이리저리 튀어 오르고, 온갖 채소들이 상쾌한 봄노래를 불러준다.
멸치찌개도 시킨다. 멸치회와 함께 대변의 멸치음식으로 쌍벽을 이루고 있는 것이 멸치찌개다. 멸치찌개 냄비에 멸치가 수북하게 들어가 있다. 냄비가 파르르 끓자 멸치 익는 냄새와 된장을 푼 육수의 구수한 냄새가 식욕을 맛있게 자극한다.
국물 한 입 떠먹어 본다. '으음∼ 바로 이 맛이야∼!' 탄성이 절로 난다. 깔끔하고 맵싸하니 깊은 맛이 뒤를 잇는다.
찌개 속 멸치를 한입 맛본다. 멸치의 보드라운 살이 입안에서 파닥이는 것 같다. 그 맛이 짭조름하면서도 구수한 게 그저 그만이다. 부드러운 살과 함께 잔뼈들도 씹힌다. 아작아작 씹는 맛이 그 또한 괜찮다.
| 대변항에서 맛볼 수 있는 절대미각
대변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멸치음식 중에는 숯불에 고소하게 구워내는 멸치구이도 있다. 특히 멸치축제 때는 굵직한 멸치를 포구 곳곳에서 석쇠로 구워 먹느라 난리가 난다. 멸치처럼 작은 생선을 어떻게 구워 먹겠나 싶겠지만, 숯불에 은근하게 구워놓으면 그 고소함이 어디에 내놓더라도 손색이 없다. 젓가락으로 발라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멸치떼와 함께 부산의 봄은 우리 가슴을 간질이고 있는 것이다. 곧 기장 멸치축제다. 올해 기장 멸치축제는 4월 22∼24일까지 3일간 이어진다. 다양한 멸치 관련 행사와 맛있는 음식들로 대변의 봄은 또 그렇게 풍성하게 우리들 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 작성자
- 최원준 시인
- 작성일자
- 2016-04-14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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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724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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