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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부산이야기 통권 제114호(2016년4월호)호 전체기사보기

형형색색 지붕이 하늘에 닿을 듯 이어지는 풍경

어려운 시절 서민생활 모습 그대로 … 다양한 벽화 · 예술작품 있는 문화마을

내용

 

하늘에 닿을 듯한 형형색색의 지붕과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달동네, 감천문화마을의 첫 느낌은 또렷하게 살아있는 생동감이다. 낮은 지붕들이 양떼처럼 산을 오른다.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는 인간의 능력이 놀랍다. 감천문화마을의 특징은 골목이 가로로 뚫려 산자락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따뜻한 배려처럼 앞집이 뒷집의 조망을 가리는 법이 없다. 가난한 서민들이 궁핍한 세월을 함께 헤쳐 온 역사의 현장이 싱싱하게 숨 쉬고 있다는 게 경이롭다. 옛날은 디지털의 엄청난 속도에 떠밀려 멀리 갔지만 추억은 장소성이 부여될 때 현재와 연결된다. 삶의 맥박이 쿵쾅거리는 감천 문화마을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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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천문화마을 '하나되기' 포토존. 

  ​감천문화마을 곳곳에는 예쁜 벽화가 가득하다(사진은 벽화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연인 모습). 

 

2009년 젊은 예술인들 모여들며 문화마을로 꾸며

먼저 ‘스탬프투어’를 하기 위해 ‘감천문화마을 안내센터’로 갔다. 스탬프투어를 하는 관광객에 한해 짐을 맡아 주는 깔끔한 물품보관소가 눈에 들어온다. 2천원에 판매하는 관광안내지도의 번호를 따라 투어를 한 뒤에 찍는 스탬프 미션도 쏠쏠한 재미다.

탐방은 스탬프 코스(2시간)과 작가공방 코스(1시간 30분)로 나눠지는데, 효율적인 혼합형 선택도 좋다. 이를테면 ‘등대 포토존’에서 ‘빛의 집’으로 내려가 골목투어를 하는 식이다. 

낙후된 마을에 불과 몇 년 사이에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오는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변신의 시작은 2009년 젊은 예술인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예술적 상상력이 뿜어져 나오면서부터 란다. 마을 입구에 세워진 ‘달콤한 민들레의 속삭임’이 첫 미술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맞은편 ‘작은박물관’으로 들어갔다. 마을의 변천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자료와 마을 주민들로부터 기증받은 갓이 씌워진 남포등과 오래된 다리미, 앉은뱅이 재봉틀, 다다미 등으로 눈요기를 했다. 감천문화마을 입주작가 전미경 작가의 벽화 ‘감천아리랑’이 박물관 바깥 벽을 가득 채우고 있다. 

감천문화마을의 민낯을 보려면 먼저 외곽 길을 따라 한 바퀴 돌면서 설치된 작품과 마을에서 운영하는 커뮤니센터를 둘러 본 뒤, 거의 마을 정상에 가까운 ‘등대 포토존’에서 ‘빛의 집’으로 가는 동선을 따라가면 된다. 골목 중심지에 있는 작은 구멍가게 담벼락에는 동네 아이들이 숨바꼭질하는 그림이 입체감 있게 그려져 있다. 실핏줄처럼 흩어져 있는 골목, 구석구석 예쁜 꽃이 환하게 피어 있고, 공룡의 꼬리를 잡으면 선사시대로 데려다 줄 것 같은 벽화도 있다.

다닥다닥 붙은 집들의 빨래는 발 아래 펼쳐진 세상을 내려다보며 말라간다. 슬래브 지붕 너머로 특별한 주거형태를 읽을 수 있다. 산자락에 부채처럼 펼쳐진 계단식 골목을 보면 ‘꿈꾸는 마추픽추’란 이름이 딱 맞아 떨어진다. 깨진 고무통에 키우는 푸성귀는 전시용이 아닌 식용이다. 산허리의 매서운 바람에 반눈을 뜬 동백의 검붉은 빛은 어쩐지 굳세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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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천문화마을을 둘러보기 감천문화마을 안내센터 방문하면 스탬프투어 안내와 관광안내지도를 받을 있다(사진은 감천문화마을 입주 작가의 갤러리 모습).

마을 곳곳 벽화와 예술작품 … 공방 체험 가능해

마을입구 긴 담벼락에 설치한 ‘골목을 누비는 물고기’는 진영섭 작가의 작품으로 소통의 통로인 골목길을 표현했다. ‘하늘마루’는 집의 형태를 그대로 보존해 전시관으로 이용했으며, 하늘마루 옥상 전망대는 감천문화마을의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상의 장소다. 중앙동 바다와 용두산 공원, 그리고 감천 앞바다까지 360도로 휘돌아가는 광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빨간 우체통이 있는 마당에는 1년 뒤에 받아 볼 수 있는 ‘느린 우체통’을 운영한다. 무슨 소중한 약속을 남기는지 엽서를 쓰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진지하다. 토박이 주민의 말로는 1층 예술인 공방으로 활용하는 5평 남짓한 작은방은 공동화장실을 사용하며 내일을 꿈꾸던 가난한 신혼 살림집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전망대에서 눈을 잡아끄는 것은 ‘사람과 새’란 조형물인데,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형상화한 새들이 앞집 처마 끝에 오종종 앉아있다. 금방이라도 푸드덕 날아갈 것 같다.

손몽주 작가의 작품 ‘어둠의 집’에서 시작해 마지막 노주련 작가의 작품 ‘빛의 집’까지의 여정을 목공물고기가 친절하게 안내한다. 물고기는 작품을 찾기 위한 동선 표시와 방향성, 그리고 미래의 비전을 상징한다. 

그릇의 방과 달의 방으로 구성된 ‘평화의 집’이 있고, 관광객들이 직접 자신만의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낙서 갤러리’가 있다. 미닫이와 중첩으로 만든 벽에 적힌 낙서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현대인들의 반복되는 일상을 표현한 작품인 ‘현대인’, 초록색 와이어가 가득한 ‘바람의 집’, 건물모양을 빨간 손잡이에 하얀 컵 모양으로 형상화한 ‘북카페’ 등 감천문화마을은 그 이름답게 다양한 예술작품의 연속이다. 캐리커처를 직접 그려 주는 ‘카툰공방’을 비롯해 ‘카투니스트 네가지’, ‘생태 공방’, ‘서양화 공방’, ‘감천연가’, ‘소똥갤러리’, ‘생태 공방’, ‘천연염색 공방’ 등은 관람뿐 아니라 체험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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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천문화마을에는 마을기업 1호인감내카페 비롯해 다양한 식당과 카페가 있어 먹거리를 즐길 있다.

포토존에서 사진 찍고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을기업인 ‘아트숍’은 입주예술가의 작품을 전시·판매한다. 손수건, 스카프, 도자기, 금속제품, 양초 등 작가의 손길이 닿은 아기자기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마을기업 1호점 ‘감내카페’에서는 마을주민이 직접 바리스타가 돼 커피를 팔고, 2층 작은 전망대 쉼터에서는 감천마을에 자생하는 꽃차를 판매한다. ‘힘이 들면 잠시 쉬어가도 좋아요’라는 문구가 지나가는 발길을 붙잡는다. 커피와 꽃차 한 잔 가격은 2천원, 꽃차의 종류는 엉겅퀴차, 매화차, 생강나무꽃차, 도화차 등 다양하다.

감천문화마을은 그 어디라도 예쁜 사진을 남길 수 있지만 꼭 잊지 말고 찾아야 할 포토존이 몇 군데 있다. 첫 번째는 알록달록한 집들이 계단식으로 층층이 늘어선 감천문화마을의 모습을 담을 수 있는 ‘하나 되기’, 두 번째는 감천문화마을에서 가장 인기 좋은 ‘어린왕자와 사막여우’, 마지막으로 등대모양의 조형물이 있는 ‘등대포토존’ 이다. ‘감내어울터 전망대’는 지금껏 봤던 각도가 아니라 마을을 올려다보는 풍경이다. 포토존에 설 때마다 같은 듯 다른 풍경에 한 컷 한 컷이 설렌다. 

그리고 커뮤니티 거점인 ‘감내어울터.’ 폐업한 목욕탕을 문화공간으로 꾸민 곳이다. 손님이 없는 카운트에서 졸고 있는 목욕탕집 아줌마와 탕 속에 들어간 동네 어르신 모형 작품이 인상 깊다. ‘감내골 행복발전소’에서는 여러 가지 체험이 가능하다. 금속공예, 캐리커처, 목공예, 퍼즐 페인팅 등이 있으며 10인 이상이면 예약가능하다. 재료비는 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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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내골 행복발전소에서는 금속공예, 캐리커처, 목공예, 퍼즐 페인팅 여러 가지 체험이 가능하다.

고단한 시절 추억 남아있는 ‘별보는 계단’

‘방가방가 게스트하우스’는 감천문화마을의 빈집을 개조해 운영하는 곳이다. 마을공동체에서 운영하며 수익금은 마을을 위해 사용한다. 여행에 먹거리가 빠질 수 없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오면 삼거리 쪽 씨앗호떡 2층에 ‘감내맛집’이 있다. 김밥, 어묵, 비빔밥 등 메뉴가 다양하다. 수익금은 마을 발전 기금으로 사용한다.

내려오는 길에 ‘별보는 계단’이라는 표지판이 있다. 뒤돌아보니 하늘에서 189계단이 냇물처럼 쏟아진다. 보기만 해도 숨이 찬다. 예전엔 차도 다니지 않았던 마을 꼭대기까지 무거운 쌀이며 연탄 등 잡다한 생활용품을 어떻게 운반했을까. 아니나 다를까 안내문을 읽으니 낭만적인 이름과는 달리 무거운 짐을 지고 계단을 오르다 문득 돌아보면 현기증으로 눈앞에 별이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힘든 삶을 끌고 온 당시 사정을 말해준다. 질긴 목숨 하나로 척박한 환경을 헤쳐나간 사람들의 땀 냄새가 바람에 훅∼ 실려 올 것 같다.

온가족의 즐거운 놀이터인 감천문화마을은 단순하게 구경하고 사진 찍는 것으로 그칠 게 아니라 골목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능동적으로 관람한다면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수준 높은 관광지다. 커뮤니티센터와 갤러리가 된 오래된 동네 목욕탕, 옛 추억을 부풀려 먹는 달고나, 70년대 풍의 이발소간판, 옷 수선집, 골목을 배회하는 길고양이, 줄에 매여 물끄러미 사람구경을 하는 순한 개도 정겨운 감천의 풍경이다. 비탈을 내려오는 숨찬 바람 한 줄기가 앞지른다. 남겨진 골목은 젊은 꿈을 꾸고, 관람을 마친 사람들은 알찬 느낌이 가득해져 기분이 좋아진다. 

 

 

• 시설물 개방 : 9시~18시(3월~11월), 9시~17시(12~2월)  

• 찾아가는 길

   도시철도 1호선 토성역 6번 출구 (마을버스 사하1-1, 서구2, 서구2-2, 감정초등학교 하차)

   도시철도 1호선 괴정역 6번 출구 (마을버스 사하1, 사하1-1, 감정초등학교 하차)

 

 

작성자
이영옥 시인
작성일자
2016-03-30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부산이야기 통권 제114호(2016년4월호)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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