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평화 중요성 배우는 살아있는 교육현장
부산 나들이 / UN기념공원·UN평화기념관
세계 유일 UN군 묘지 'UN기념공원' … UN평화기념관·조각공원·평화공원 한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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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울창창한 푸름의 계절, 생물의 에너지도 내부에서 외부로 물결친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희생정신을 기리고, 호국·보훈 의식을 함양하기 위한 달이다. 놀이도 좋지만 교육적인 측면이 강조된 나들이 장소는 없을까 고민 한 적이 있다면 남구 대연동에 위치한 'UN'이라는 '주제'가 담긴 공원에 가보시라.
'UN기념공원'과 'UN평화기념관'과 그리고 인근에 위치한 '평화공원'을 하나로 묶어 둘러본다면 잊지 못할 나들이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UN기념공원은 '대연수목원'과 'UN조각공원'과도 붙어있고, '부산문화회관'과 '부산시립박물관'도 이웃하고 있으니 전국 어디에도 이만한 명소는 드물다. 갈 곳도 마땅찮고, 아이들과 시간이나 때워보겠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갔다가 뜻밖의 큰 감동을 받고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UN기념공원.호국의 달 6월, 추모객 발걸음 줄이어
녹음 사이로 포슬포슬 부서지는 햇살을 따라 지금껏 'UN묘지'라고 불러왔던 'UN기념공원'에 도착했다. 정문의 위풍당당한 기백에 숙연해진다. 지붕은 순간과 영원을 상징하고, 기둥은 엄숙한 기립을, 추녀는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입구에서 멋진 위병이 방문객을 맞는다. 경건하게 추모하는 성지인 만큼 자전거를 타고 입장할 수 없으며, 불량한 옷차림과 애완동물 동반은 불가, 그리고 돗자리 지참과 음식물 반입도 금지다. 면적은 약 14만3천㎡이며 2007년 10월 24일 등록문화재 제359호로 지정됐다.
남구 대연동에 위치한 UN기념공원은 세계에서 유일한 UN군 묘지다. UN기념공원은 6·25 참전용사들의 묘지와 함께 추모관·기념관이 있다(사진은 UN기념공원을 찾은 시민모습).공원에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추모관과 기념관이 있다. 추모관에는 6·25전쟁과 UN군 파병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상물을 15분간 보여준다. 추모관을 나와 기념관으로 들어갔다. 6·25전쟁 당시의 UN군 사진자료와 참전국 국가원수들이 'UN기념공원'을 방문한 기념사진, 기념물, 유품들이 참전국별 알파벳순으로 전시돼 있다. 한 전시품 앞에서 심장이 얼어붙는 느낌이다. '모든 병사에게는 어머니가 있다. 모든 병사의 희생에는 그들 어머니의 희생도 함께 한다' 애틋한 사연이 담긴 편지들을 젖은 눈으로 쓰다듬었다. 발길을 붙잡는 또 하나, 6·25전쟁에서 최초로 사용된 UN기였다. '맥아더 장군'이 소장했던 것을 기념패와 함께 UN본부에 기증했는데 지금 제1기념관에 전시돼 있다.
11개국 2천300명 참전용사 모셔
6·25전쟁에 참전한 국가는 전투지원 16개국, 의료지원 5개국, 총 21개국이다. 1951년에 만들어졌던 'UN묘지'의 주묘역에는 최초 1만1천여명의 전사자가 안장됐지만 벨기에,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그리스, 룩셈부르크, 필리핀, 태국 등 7개국 용사의 유해 전부와 그 외 국가의 일부 유해가 그들의 조국으로 이장돼 지금는 11개국의 2천300기가 봉안돼 있다. 각국의 묘역 앞에는 그 나라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있다. 특이한 점은 파병 숫자와 전사자가 가장 많았던 미군의 묘지가 별로 없다는 것. 그 까닭은 미국은 전사자를 모두 본국으로 이송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이란다. 숨진 장소에 매장하는 풍습이 있는 영국은 885기로, 봉안된 유해수가 가장 많았다. 국가별로 잘 정리된 묘역을 지나 4만896명의 전몰 장병의 명단이 빼곡히 적힌 검은 벽을 만났다. 먼 이국땅에서 아름다운 청춘을 꽃처럼 떨군 장병들, 아직 그 어머니의 눈물이 축축하다.
공원 제일 위쪽에 있는 '상징구역'에 게양된 국기는 참전 국가들의 국기다. 경건함과 가슴 뭉클한 감동이 바람에 휘날린다. 게양식은 오전 10시. 하절기, 동절기 동일하다. 오후에 하강식은 하절기(5월-9월) 오후 5시, 동절기(10월-4월) 오후 4시다. 단 월요일은 제외.
UN기념공원을 찾은 참전용사 유가족들이 전몰 장병 추모 명비를 바라보고 있다.6·25전쟁 참전 프랑스인 이례적으로 UN공원 안장
동백나무 길을 걷다보면 '무명용사의 길'에 닿는다. 11개의 물계단과 11개의 분수대, 양옆으로 줄을 맞추고 선 11그루의 소나무가 있다. '11'이란 숫자는 안장된 11개국을 상징한다. 묘역 끝으로 잘 만들어진 수로가 있는데 이름이 다운트 수로(Daunt Waterway)다. 호주출신의 최연소 병사의 성을 붙였다고 한다. 묘역(죽음)과 녹지(삶)의 경계에 맑은 물이 흐르고 물속에는 수많은 금붕어가 산다. 물이란 정화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살아있는 물고기를 수로에 방류한 것은 새 생명을 얻어 부활하라는 뜻이 담겨있다.
'UN기념공원'을 거의 다 둘러봤을 무렵 우뚝 선 'UN군 위령탑'을 만났다. 위령탑 내부 공간에는 전사자 명부가 소장돼 있는 제2기념관이 있다. 맨 마지막 평화공원으로 들어가기 직전, 많은 귀빈들이 'UN기념공원' 방문을 기념해 식수한 나무들이 눈길을 잡아끈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반기문 UN사무총장까지. 엄숙함과 고마움이 저절로 생겨나는 이곳에 우리나라의 평화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참전해 목숨을 잃은 고귀한 영혼들이 잠들어있다.
지난 5월15일, 참전용사인 프랑스인 고(故) 레몽 조셉 베나르(Raymond Joseph Benard) 씨가 'UN기념공원'에 안장됐다. 그는 6·25전쟁에 참전하고 본국으로 돌아갔으나 자신의 집에 태극기를 걸어두는 등 한국 사랑이 지극했다. 'UN기념공원에 묻히고 싶다'는 그의 유언이 있었으나 규정상 전사자와 치료 중에 숨진 군인에게만 안장이 허락된 상태라 고인의 뜻이 실행되기까진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참전국 11개국으로 구성된 국제관리위원회은 인도주의적 해석으로 베나르 씨의 안장을 최초로 승인했다. 자유 수호라는 UN의 정신을 받들어 한 몸 뜨겁게 산화한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을 다시 한 번 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도심 속 자연·놀이 가능한 평화공원·UN조각공원
'UN기념공원'에서 나와 2005년 조성된 '평화공원'에 들어섰다. 나무그늘에서 바둑을 두는 노인들과 유모차를 끌고 산책 나온 가족들, 하나같이 꽃향기를 뿌리는 저녁 바람처럼 평화롭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대연수목원'과 'UN조각공원'으로 연결된다. 빼곡하게 심어진 소나무와 대나무길, 그리고 무궁화원을 지나면 맑은 실개천이 졸졸 흐른다. 노랑 창포꽃이 지천이다. 시냇물이 흐르고,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바람이 쉬어가는 정자도 있다. '아열대식물체험관'에는 수백 종의 열대식물이 자라고, 지피식물원과 허브화원에서 뿜어내는 6월의 향기는 고혹적이다.
조각공원에는 어린이를 위한 '꿈마루 놀이체험장'이 있다. 투호, 윷놀이, 굴렁쇠, 제기차기 등 전통놀이와 목공예, 짚공예, 페이스페인팅을 즐길 수 있다. 체험 놀이는 부산시가 '노인 일자리사업'으로 추진하는 '공원놀이지도사' 전문교육과정을 수료한 어르신들이 진행한다. 생각보다 인기가 많아 '페이스페인팅'해주는 곳은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길었다. 체험비는 모두 무료, 목공예 목걸이 재료비만 1천원을 받는다.
UN기념공원과 연결된 평화공원·UN조각공원·대연수목원은 온 가족 나들이 장소로 안성맞춤이다(사진은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는 시민 모습).국내 유일 'UN평화기념관' 지난해 11월 개관
평화공원에서 찻길 건너편 언덕배기에 'UN평화기념관'이 보인다. 2014년 11월11일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을 기점으로 개관한 기념관은 지하 2층, 지상 3층의 심플한 현대식 건물이다. '턴 투워드 부산'은 한국시간으로 11월 11일 11시, 전 세계가 'UN기념공원'을 향해 1분간 묵념을 하는 대규모 추모시간이다.
'공존의 광장'이란 마당에서 4층 전망대까지 꼼꼼하게 관람하고 나면 한편의 영화를 보고 나온 듯 마음이 먹먹해진다. 1층은 안내데스크, UN한국전쟁관, 기획전시관, 4D상영관이 있다. 2층은 UN참전기념관, UN국제평화관, UN평화센터가 위치하고 있으며 3층은 컨벤션홀이 있다. 4층과 5층은 전망대로 꾸며져 있다. 어린이 동반 시에는 먼저 1층 기획전시관부터 보라고 권하고 싶다.
기획전시관에 들어서면 설치미술가의 작품처럼 노란 테이프가 길게 늘어져 시선을 방해한다. 밀림 같은 테이프를 헤치고 나갈 동안 총을 겨누는 군인을 만나기도 하지만 무사히 방을 빠져나가면 가족들이 살고 있는 그리운 집이 나온다는 스토리다. 그리고 계속 벽을 따라가면 파키스탄의 '모하메드'가 엄마를 찾아다니며 겪는 이야기를 체험형식으로 꾸며 놓았다. '모하메드와 함께 떠나는 UN이야기'에는 UN을 구성하는 산하 기구를 소개하고, 세계 난민기구의 필요성과 그들의 거주지, 교육, 의료, 구호활동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특히 깨끗한 식수의 중요성 강조하고 자갈을 이용해 오염된 지하수를 정수하는 원리를 설명한 진흙항아리 모형 '나디필드'가 인상적이다.
지난 해 11월11일 개관한 'UN평화기념관'은 세계 최초의 UN관련 기념관이다.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로 3개 상설전시관, 4D영상관, 다목적 컨벤션홀, 전망대 등을 갖췄다(사진은 UN평화기념관을 관람하고 있는 시민 모습).전쟁 상흔 고스란히 간직한 소장품 전시
1층 'UN한국전쟁관'에는 참전용사 유족들이 소장하고 있던 전쟁 기념품들을 무상기증 받아 전시해 두었는데 6·25전쟁 당시의 사진과 군복, 미군 공군 병사의 헬멧, 음반과 서적, 전투식량, 편지와 낡은 수통, 야전 코펠, 방한 털모자 등이 그때의 시간과 역경을 고스란히 안고 잠들어 있다.
'UN평화기념관'에는 참전용사 유족들이 소장하고 있던 전쟁 기념품들을 무상기증 받아 전시하고 있다. 6·25전쟁 당시의 사진과 군복, 헬멧, 음반과 서적, 전투식량, 편지와 수통 등이 전시돼 있다.전쟁의 협상은 결렬되고, 전우들의 희생이 속출하는 황폐함 속에서도 따뜻한 물 한 잔을 나눠 마시며 희망을 잃지 않았을 참전자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4D상영관에는 긴박한 분위기를 살려낸 음악과 함께 곡선의 벽면에 조명을 쏘아서 입체적 영상을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실내계단을 이용해 2층으로 오르니 'UN 참전기념관'이 나왔다. 참전했던 21개국에서 기증해 준 물건들이 그때의 참상과 용기를 전시하고 있다. '개관기획전시관'에는 '전쟁은 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 나라 국민을 위하는 것이 진정한 승리!'라고 말한 따뜻한 인간애의 소유자였던 '리처드 위트컴'(1894∼1982) 장군에 대한 이야기가 전시돼 있다. 그는 전역한 뒤에도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 남아 수많은 전쟁고아를 돌봤다. '피란민의 대부' '전쟁고아의 아버지'로 불린 그의 유품들이 당신의 발을 잡을 것이다.
'UN 참전기념관'을 나와 마주보이는 곳이 'UN국제평화관'이다. 벽면에는 UN의 활동상이 자세하게 설명돼 있고, 희망나무에 조그마한 불빛들을 매달아 관람객의 기부참여를 돕고 있다. 전쟁의 피폐함으로 '못 사는 나라', '수혜국'에서 이젠 가난한 나라를 도울 수 있는 '공여국'이 된 것이 가슴 벅차다.
전망대에 오르니 마린시티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시원한 전경이 펼쳐진다. 분홍빛 노을이 조금씩 묻어오는 'UN기념공원'과 'UN평화공원'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니 과거에서 시작해 미래로 이어지는 '끝없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생각나 가슴이 뜨겁다.
UN평화기념관 전망대에 오르면 해운대 마린시티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시원한 전경이 펼쳐진다.UN평화기념관
※ 운영시간 : 오전 10시 ∼ 오후 6시 (월요일 휴관)
단체 관람(5인 이상 50인 이하)은 방문 일주일 전 사전예약제로 진행
※ 단체관람문의 : 901-1400 / ****@naver.com
- 작성자
- 글·이영옥 시인/사진·문진우
- 작성일자
- 2015-06-05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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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683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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