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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1658호 전체기사보기

세밑 색깔, 먹처럼 고요하거나 원색으로 빛나거나

성각스님 ‘선서화 기획전…용두산미술전시관 11∼21일
30년 선화 역사 갈무리한 출판기념회 겸해

내용
성각스님은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19호 선화 기능보유자로 지정받은 인간문화재다. 선서화 문화재로 인정받은 것은 성각스님이 국내에서 유일하다.

어느 덧 한해의 끝자락이다. 대문호 톨스토이의 말처럼, 한해의 마지막이 처음보다 나아졌는가 하는 반성이 여지없이 몰려온다. 한해의 처음에 품었던 꿈, 이루었든 묵혔든 간에 세밑에는 그마저 다 털어내고픈 갈망이 있다.
채움과 비움을 반복하며 깨달음의 경지로 나아가는 성각스님의 선서화를 만나보자. 참된 나를 찾는 시간이 조용히 찾아든다. 반면, 표출해야 감정해소가 된다는 이에게는 신홍직 화가의 유화그림을 권한다. 원색의 강렬함에는 억제된 감정을 후련하게 분출하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두 그림의 표현방법은 극과 극이지만 미의 궁극적인 것을 추구하는 정신과 예술의 정화의 기능은 분명 같은 맥이다.

성각스님 선서화 '오늘은 참 좋은 날'.

 남해 망운사, 새벽 풍경소리가 잦아지면 묵향이 번진다. 참선하며 그린 선(禪)의 세계가 어언 30년, 입지의 세월을 맞았다.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19호 선화(禪畵) 제작 기능보유자인 성각스님이 선서화 특별기획전을 연다. 부산시립미술관 용두산미술전시관에서 오는 11일부터 21일까지다.
전시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맞아 선 예술의 세계를 널리 보여 주자는 취지와 맞물렸다. 한편 해운대 센텀시티 KNN센텀광장에 마련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기념하는 부산시 무형문화재관에도 스님의 선서화가 내걸린다.
오는 11일에 열리는 개막식은 대한불교 조계종 제13교구 쌍계총림 방장 고산 큰스님의 법어로 시작되며 이날 출판기념회도 겸한다. 30년간 걸어온 선화의 역사를 입증하는 출판기념회다. 논문집 ‘선예술 그 본질과 전개’(집옥재), 반연록 ‘성각 스님의 선서화를 읽다’(집옥재), 회고집 ‘성각 스님의 선묵전 30성상 회고’(보문) 등 묵향 그득한 책 세 권이다. 개막식에는 스님과 오랜 교분이 있는 탤런트 전원주, 선우용녀 씨가 함께한다. 전시회에서는 ‘선다일미(禪茶一味)’, ‘다향(茶香)’, ‘분타리화(芬陀利華·하얀 연꽃)’, ‘산(山)’ 등을 비롯하여 미소 짓는 동자와 달마 등 30여 점을 선보인다.
선서화는 무심의 상태에 든 수행자가 일필휘지로 자유로이 그리는 그림이다. 점 하나가 마음의 점이고 선 하나가 마음의 선이다. 삼라만상의 여여한 모습 그대로 자연이나 동심을 그리는 선서화의 무애경은 수행자의 마음 그 자체이기에 구도의 마음으로 선서화를 들여다 볼 때 그 세계가 좀더 넓게 혹은 깊이 있게 보일지도 모른다.

성각스님은 요즘도 새벽 예불 후 기운이 가장 승할 때나 한밤 사위가 정적에 잠겼을 때 붓을 든다. 스님에게 그림은 수행이다.  그의 선화(禪畵)는 오랜 수행의 고갱이가 녹아들어 맑고 담백하다. 사바세계에 대한 따스한 온기가 흐른다. 그러나 스님은 30여년 몰두한 선서화가 정점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더 겸손하고 낮아져야 한다고 한다. 여전 ‘백척간두 진일보’의 심정으로 정진해 나가겠다는 구도자의 마음을 버리지 잃지 않기 위해서다.

신홍직 유채화 '해운대'.

부산의 중견화가 신홍직이 2010년부터 3년간 유럽 등지를 돌며 느낀 그 감흥을 유감없이 캔버스에 담았다. 부산공간화랑에서 17일까지 ‘신홍직전’으로 전시회를 연다. 과감하고 호방하게 나이프와 붓으로 그려낸 산과 바다, 해안의 마을들은 들뜬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청춘의 분방함이 넘친다. 원색의 화려함이 군무를 추는 그의 그림은 마티스의 ‘원무’처럼 경쾌하고 고흐의 ‘별 헤는 밤’처럼 날이 서 있다.
신홍직이 그린 그림은 특유의 질감이 있다. 오일물감의 주는 재질감은 제법 두텁고 묵직하다. 나이프로 짓이겨지고 뒤섞였음에도 불구하고 원색의 물감들은 저마다의 빛을 잃지 않고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어 그림임에도 아주 시각적으로 보인다. 신홍직의 유채화는 한 마디로 ‘격정적인 터치가 빚은 순색의 절묘한 조화’로 정리하기에 족하다.
전시에는 융프라우 만년설의 위용과 베네치아 곤돌라의 경쾌함, 크로아티아의 고풍스런 마을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탈리아 베르나차 지역에서 본 지중해와 맞닿은 언덕이 해운대 달맞이 언덕을 환기 시킨 것일까 유럽 풍경 속에 나란히 걸린 ‘해운대’는 매우 이국적으로 다가온다.  
신 화백은 그림 곳곳에 ‘날것의 드러남’을 감추지 않는다. 야수파가 되살아난 듯 강력하고 후련하다. 그의 속도감 넘치는 필치는 오랜 시간 작업에 몰두한 노력의 산물일 것이다. 물 위를 튀어오르는 은빛 물고기처럼 그의 그림이 지닌 순색의 생명력은 미적인 쾌감이 있다. 그래서 연말, 그의 그림이 주는 선물은 후련한 감동이 된다.

작성자
박성미
작성일자
2014-12-10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658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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