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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김 모락모락 피어나는 온천, 부산의 겨울은 그래서 따끈하다!

동래 · 해운대온천 전국적 유명세 … '값싼 온천+관광명소' 일석이조

내용

해운대해수욕장 야외 온천족탕은 부산시민은 물론 겨울 부산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사진은 야외 온천족탕을 즐기는 시민 모습).

백학(白鶴)과 백록(白鹿). 둘 다 전설에 등장하는 영물이다. 무슨 전설일까? 온천 전설이다. '다리를 다친 학이 사나흘 머물더니 말끔하게 나았다. 학이 머물던 곳에는 뜨거운 샘물이 솟았고 다리가 불편한 한 어르신이 다리를 담갔더니 효험이 있었다.' 그게 온천이다. 백학 전설 골자다. 하얀 사슴이 잠자고 가는 곳을 파 보니 온천이더란 백록 전설도 여러 군데서 전한다.
백학과 백록 하얀 색은 온천수 하얀 수증기를 연상시킨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에 감싸인 것은 무엇이든 하얗게 보였으리라. 학과 사슴도 김에 감싸여 하얗게 보였으리라. 상상력 풍부한 사람들이 신비스런 영물 백학과 백록을 주역으로 내세우면서 신비의 샘 온천은 더욱 신비스러워진다.

유서 깊은 부산의 온천 … 동래 · 해운대 온천
찬바람 부는 계절이다. 온천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하얀 김 모락모락 피어나는 온탕에 들앉아 있으면 온몸 피곤이 스르르 녹고 세상 시름이 스르르 녹는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 너머 보이는 그대가 곧 백학이고 백록이다. 그대가 들앉았다 일어서는 자리, 그 자리가 곧 뜨거운 샘물 솟는 온천이다.
찬바람 부는 계절, 부산은 뜨뜻하다. 남도라서 뜨뜻하고 한국에서 알아주는 온천이 있어서 뜨뜻하다. 부산 온천의 특징은 토박이 단골이 많다는 것. 부산 온천이 대단히 우수하다는 증거다. 부산 온천에 맛을 들이면 굳이 타지 온천을 찾지 않는다. 그러기에 한 번 온 사람은 다음에 또 오고 대를 이어 또 온다.
부산을 대표하는 온천은 동래온천과 해운대온천. 또는 해운대온천과 동래온천이다. 어느 온천을 앞에 두고 뒤에 두느냐는 늘 난감하다. 우열 가리기가 쉽지 않다. 둘 다 한국을 대표하는 명문 온천이기 때문이다. 한 번은 동래를 앞에 두고 한 번은 해운대를 앞에 둬야 뒷말이 나오지 않는다. 엎치락뒤치락 두 온천 모두 한 이름 한다. 명불허전이다.
동래온천은 동래 온천장에 있다. 온천을 지명으로 쓸 만큼 온천 역사가 오래고 유명하다. 역사는 한국 최고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이 동래온천이다. 동래온천 첫 기록은 삼국유사에 나온다. 신라 제31대 신문왕 시절인 683년 재상 충원공이 동래온천에서 목욕하고 성으로 돌아갔다는 기록이 그것이다. 백학 전설이 전한다. 학소대, 동래학춤 등 동래에는 학과 관련된 지명과 풍속이 숱하다.
온천장 한쪽 용각(龍閣) 마당에 화강암 비석이 보인다. 영조 42년(1766년) 세운 온정개건비다. 동래부사가 온정(溫井)을 고쳐 새로 만든 업적을 기리는 비다. 고풍스런 동래온천을 더욱 고풍스럽게 한다. 비석 한 대목이다. '온정은 (동래)읍 북쪽 5리에 있다. 금정산에서 발원한다. 탕에 들어가 목욕하면 온갖 질병이 낫는다. (중략)9간이나 되는데 남탕과 여탕을 구분하였다. 상쾌하고 화려하여 꿩이 날아가는 것 같다.' 용각과 온천장 일대에선 매년 용왕대제를 치른다. 온천의 역사가 면면히 이어지고 온천의 역사를 면면히 이어간다.

신경통부터 고혈압까지 … 온천 성분 따라 효능 달라
해운대온천 또한 그 역사와 지명도가 만만찮다. 동래온천과 막상막하다. 선사시대 구석기 유물이 중동과 좌동에서 나온 해운대는 예부터 주거지였다. 온천이 일찍부터 생활 안으로 들어왔음이 짐작된다. 신라시대엔 구남온천으로 불렸다. 해운대는 애초 해수욕장으로 알려진 게 아니라 온천으로 알려졌다. 지금부터 1천100여 년 전 통일신라 진성여왕 때였다.
천연두를 앓던 여왕이 여기 온천에서 목욕한 뒤 병이 나으면서 찾는 사람이 늘어났다. 여왕을 모시던 고관대작이 찾아오고 여왕이 총애하던 최치원이 찾아왔다. 해운대 해운은 최치원 호 해운과 일치한다.  
흔히들 해운대를 사포지향(四包之鄕)이라고 한다. 산과 바다, 하천 세 가지에 온천을 포함해 사포다. 온천은 그만큼 지역의 소중한 자산이다. 신혼여행지와 수학여행지로 해운대온천이 각광받던 시절도 있었거니와 지금도 여전히 호황을 누린다. 대중탕과 가족탕, 숙박시설로 나눠져 있다. 해운대구청 담장 모서리에 온천 상징비가 있다.
온천은 약천이라고도 한다. 만병통치 약샘인 온천이다. 지역마다 산 다르고 물 다르듯 부산의 두 온천 역시 성분이 다르고 약효가 다르다. 해운대구청 홈페이지에 소개된 내용이다. '알칼리성 단순식염 온천으로 라듐분이 함유돼 피부병, 요통, 고혈압, 류머티스, 빈혈, 소화기 질환 등 각종 성인병에 효험이 있다. 하루 약 4천750t이 생산돼 연간 60만 명 정도가 이용한다.'
"200m 안 되는 깊이에서 끌어올리는 동래온천은 수질이, 여기 도표가 있습니다만, 전국 최곱니다."
2010년부터 4년간 동래온천번영회 이사장을 맡았던 윤한진(67) 선생은 동래온천 자랑이랄지 사랑이 각별하다. 윤 선생이 보여준 도표는 '동래 온천수질 성분 분석표.' 동래온천 성분은 자그마치 21가지다. 동래구청 홈페이지는 염소성분과 마그네슘이 풍부해 신경통, 위장병, 부인병, 피부병, 아토피, 고혈압, 당뇨병 등에 치료효과가 있다고 밝힌다.

5천∼6천원으로 온천 즐겨 … 주변 관광명소는 덤
동래온천과 해운대온천은 시와 소설에서도 곧잘 등장한다. 천하제일 풍광에 온천까지 품었으니 시인묵객 발길이 잦았을 것이다. 밀양의 쇳소리, 조선의 절개 점필재 김종직(1431~1492)이 쓴 '동래현 온정' 한 대목이다.
"바위 겹겹이 둘린 금정산 그 아래서 유황수가 나오네. 천 년 동안이나 찌는 듯 끓어올라 달걀도 익힐 수가 있네. 그 누가 땔감을 마련하는지 신이 시키는 일은 헤아릴 수가 없네." 달걀 익힌다는 표현은 빈말이 아니지 싶다. 동국여지승람 동래현 산천조에도 계란을 익힐 정도로 물이 뜨겁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태준(1904~?)은 단편소설 지평을 넓힌 작가. 한국 소설계에 끼친 영향이 묵직하다. 중편 '석양'의 주요 무대가 해운대온천이다. "매헌은 또 의자에 앉은 채 졸았다. 얼마쯤 뒤에 눈을 떠보니 술이 확 깨이며 오싹 추워진다. 탕으로 갔다. 한 시간이나 후군히 몸을 데워 가지고 나오니 자리에 들어가기가 아깝도록 정신이 맑아졌다." 매헌은 소설 주인공. 마음에 둔 여인 타옥과 해운대온천에서 보낸 청순한 하룻밤은 독자들 애간장을 녹인다.
부산 온천 좋은 점은 값이 싸다는 것. 해운대든 동래든 대중탕은 5천∼6천원 정도다. 일반 목욕탕보다 1, 2천원 비싸긴 해도 온천이니 뭐 어떠랴 싶다. 일반 목욕탕과 온천 목욕탕은 어떻게 구별할까.
간단하다. 목욕탕 간판을 보면 금방 안다. 동그란 욕조에 김나는 예전 로고가 간판에 있으면 일반 목욕탕이고 파란 바탕에 사람 얼굴이 있는 로고가 간판에 있으면 온천 목욕탕이다. 새 로고는 2008년 도입되었다. 온천 목욕탕이 기존 로고를 그대로 쓰는 건 무방하지만 일반 목욕탕이 새 로고를 쓰면 온천법 제32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동래와 해운대는 볼 만한 게 널렸다. 온천을 겸해서 나들이 일정을 잡으면 일석이조, 일석삼조겠다. 먼저 동래온천. 노천족탕이 있고 스파윤슬길이 있다. 노천족탕은 무료고 온천장 예술의 거리 스파윤슬길은 시화와 옛 사진이 감흥을 자아낸다. 곰장어거리는 늘 북적인다. 새벽5시부터 오전10시까지 전을 펴는 녹천탕 앞 노천 깨죽은 별미다.  
해운대온천은 일대가 관광지. 관광지답게 온천에서 숙박하는 여행객이 많다. 멀리서 손님이 오면 해운대온천에 방을 잡기도 한다. 해수욕장 야외 무료 온천족탕은 연세 지긋한 분들이 관광객 버스를 대 놓고선 단체로 찾는 곳이다. 재래시장 곰장어집들은 줄을 한참이나 서야 한다. 튀김집에도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부산에 사는 순간순간 행복하다고 느끼는 때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멀리 가지 않아도 큰 돈 들이지 않아도 온천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 그대로 약천 온탕에 들앉아 몸 피로, 마음 피로를 풀면 얼마나 청초해 보일 텐가. 얼마나 청순해 보일 텐가. 찬바람 부는 이 계절, 부산의 온천을 찾아 하얀 김에 감싸인 고고한 백학이 되어 보자. 고고한 백록이 되어 보자.

작성자
부산이야기 2014년 12월호
작성일자
2014-12-05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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