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본 바다, 검푸름 속에서 찾은 우주
문진우 사진전 ‘Deep Blue’ 19~28일 해운아트갤러리
하루도 같지 않고 하루도 다르지 않은 바다, 그 경건함
- 내용
- 문진우 작가 ‘Deep Blue’
다큐사진 작가로 더 알려진 문진우 작가가 오는 19일 해운아트갤러리에서 12번째 개인 사진전 'Deep Blue' 를 연다.
생의 절반 이상을 카메라와 함께한 그에게 바다는 어떤 대상으로 보였던 것일까. 인사차 들른 작업실에서 작가는 때마침 잉크가 채 마르지 않은 인화지를 추리고 있었다. 검은 비단결 같기도 하고 나노로 확대한 인체 같기도 한 푸른 덩어리, 바다였다.
전시 소식을 묻기도 전에 바다에 대한 얘기가 작가를 통해 물처럼 흘러나왔다.
처음 카메라를 접했을 때는 무작정 바다를 찾아가서 부서지는 파도를 무수히도 찍었다. 두 번째 개인전이 바다였는데 '바다, 하늘 그리고 오브제'란 주제 아래 바다와 수평선이 맞닿은 하늘, 그리고 그것들과 어우러진 오브제(피사체)를 담아 세 개의 이미지가 빚어내는 심상을 추구했었다.
이번 전시의 사진들은 바다의 표면, 수면이다. 사물이나 대상에 대한 인식은 저마다 다르고 주관적 느낌도 제각각이다. 바다는 바다이지 별 다른 게 있나 라고 여기겠지만 바다는 물결이 잔잔하다 혹은 파도가 거칠다는 즉물적 모습 뒤에 숨어 있는 또 다른 것, 그것을 극히 주관적 시각으로 표현했다.
바다의 표면은 수심이나 날씨, 기온에 따라 다르고 또 바람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면서 바다가 파고로 출렁이는 모습은 늘 같다. 하루도 같지 않고 하루도 다르지 않은 바다의 표정에서 오르락내리락 내가 살아온 삶을 보았다. 격랑의 큰 파도 속에서 보일 듯 말 듯 숱한 작은 물결들이 리드미컬하게 춤추고 있었다. 격랑 속에서 발견한 '질서 있음'은 모든 것을 잉태하고 아우르는 우주의 질서였다. 거대한 해저가 숨을 고르며 뱉어낸 일렁임은 능청한 여인의 허리선이었고 어머니의 미소 지은 얼굴이자 세월의 주름이었다. 바다 표면이 만들어내는 굴곡에서 미학을 찾으려다 내가 발견한 것은 바다가 지닌 태고의 모습, 숙연함과 경건함이었다.
그는 "이번 전시는 형식을 조금 달리 했다. 흰 여백을 없애고 액자 가득 바다를 담아 바다의 민낯을 맞닥뜨리는 느낌을 주려했다. deep blue이지만 블루보다는 딥에 무게를 둔, 깊이를 알 수 없는 무한함과 광활함의 바다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바다와 관련한 시리즈가 나오는 것이냐 물었더니 '다음에는 어쩌면 밝게 반짝이며 끊임없이 조잘대는 쁘띠한 바다를 만날지 모른다'고 귀뜸했다.
문진우는 부산을 찍는 사진가이다. 부산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부산시민공원 이전의 하야리아, 산복도로 프로젝트, 조선통신역사관 등 부산의 역사와 그 기록에 대한 보존작업을 계속해 오고 있다. 사라지는 옛것들에 대한 애틋함이 끊임없이 부산 골목골목을 누비게 하고 철길을 걷게 한다고 했다. 같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는 바다를 찍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지 모른다.
- 작성자
- 박성미
- 작성일자
- 2014-09-16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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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646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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