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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칼레 시민처럼 행동하고 있는가?

부산이야기 - 인테크 '책임과 희생정신'

내용

1852년 2월 27일, 영국 해군의 수송선 버큰헤이드호는 사병과 그 가족을 포함해 총 630명의 승객을 태우고 남아프리카로 항해 중이었다. 그런데 케이프타운에서 65㎞ 떨어진 해상에 이르렀을 때 암초에 부딪히고 말았다. 시간은 칠흑같이 어두운 새벽 2시. 배는 순식간에 침몰하기 시작했지만 구명보트는 단 세 척에 불과했고, 1척당 승선 가능한 인원은 60명이었다.

선장 시드니 세튼 대령은 모든 장병들을 갑판 위로 소집시키고 전원 부동자세로 대기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그리곤 여성과 아이들을 구명보트에 탑승시켜 안전하게 대피시킨 후 세튼 대령과 병사들은 침몰하는 버큰헤이드호와 운명을 함께 했다. 이때부터 '배가 조난당하면 여자와 어린이부터 구출해야 한다'는 버큰헤이드호의 전통이 선원들 사이의 불문율이 됐다.

책임 다하고 스스로 희생한 칼레 시민

버큰헤이드호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책임'과 '희생정신'이다. 온 국민이 슬퍼한 세월호 사고에서 목격했듯이 책임을 다 하지 않은 사람들로 인해 얼마나 많은 어린 생명들이 꽃다운 목숨을 아깝게 잃고 말았는가! 책임과 희생정신이 없는 사회란 그야말로 비극에 불과할 뿐이다.

1347년, 프랑스 해안도시 '칼레(Calais)'는 1년 동안 영국군의 공격에 맞서 저항했지만 결국 항복을 선언했다. 영국 왕 에드워드 3세는 칼레의 시민을 모두 죽이는 대신 한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시민들 중 6명을 뽑아와라. 그들을 칼레 시민 전체를 대신해 처형하고 나머지 시민들의 안전은 보장하겠다." 칼레의 시민들은 생존의 기쁨과 동시에 어떻게 6명의 희생자를 선택해야 할지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그때 부유층의 한 사람인 '외스타슈 드 생 피에르(Eustache de Saint Pierre)'가 스스로 죽음을 자처하며 나섰고 그 뒤로 고위관료, 상류층 사람들이 차례대로 자신의 목숨을 바치겠다며 자원하고 나섰다.

이 같은 모습에 감명을 받은 영국 왕비가 그들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청원을 하자 에드워드 3세는 사형집행을 취소한 후 칼레시의 봉쇄를 풀고 철수했다. 흔히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 사례로 이야기되지만 어찌 상류층, 부유층에만 국한되는 교훈이겠는가. 모두가 죽을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칼레의 시민은 다른 시민의 안전을 위해 스스로 책임을 다하고 희생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졌다.

칼레의 시민들과는 정반대로 자신들의 목숨부터 건지겠다고 선장과 선원들이 가장 먼저 구조선에 올라타 도망치는 우리 현실은 생각만 해도 암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책임과 희생정신 다시 한 번 생각할 때

지금까지 이야기에 동의한다면 이제 스스로에게 질문 던져 보자. 나는 나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나는 칼레의 시민과 같은 희생정신을 가지고 있는가? 세월호 사고 이후 많은 국민들이 자책감을 느끼며 마음 아파했다. 어린 생명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주지 못했다는 자책감, 불법과 편법이 만연한 사회를 아무런 개선의 노력 없이 그저 지켜만 보며 방조했다는 자책감이었을 것이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시작해야 할 시간이다. 이제는 그만 자책감에서 벗어나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새로운 희망을 인양해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질문을 남긴다. "나는 칼레의 시민처럼 행동하고 있는가?"

작성자
부산이야기 2014년 7월호
작성일자
2014-07-10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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