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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1613호 전체기사보기

산복도로 사람 일상과 희망, 펜화에 담다

주경업 열네번째 펜화전 ‘산복도로 사람들 이바구’전
3월16일까지 유치환의 우체통서

내용
'내 좀 거들어 주까'.

주경업이라는 이름은 부산의 근현대사에 접근하는 문화적 코드다. 화가로, 향토사학자로 부산의 옛 모습을 발굴하고 알리는 한편 과거가 남긴 시간의 흔적에 뼈와 살을 입혀 오늘날의 이야기로 복원하는데 평생을 헌신해왔다. 특히 최근 부산의 근대를 품고 있는 산복도로에 천착, 산복도로가 품고 있는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알리는 일에 진력하고 있다.

주경업 작가가 산복도로를 발로 다니며 그린 펜화전 '산복도로 사람들 이바구'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가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산복도로에 쏟아낸 땀방울로 그려낸 작품들이 선보이기 때문이다.

흰 색 캔버스를 메운 검은 색 펜화는 산복도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삶을 영위하지 않고서는 담아낼 수 없는 정서를 선보인다. 애틋하고, 정겹다.

'뭐라 카노, 바빠 죽겠거마'는 건축현장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의 망중한을 포착했다. 무표정한 표정의 중년 사내의 손에는 휴대전화가 쥐어져 있다. 힘든 노동을 견디게 해주는 아들이나 딸, 혹은 아내와의 대화가 그가 들고 있는 휴대전화 속에 담겨 있다.

'하모, 쉬어야제'는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며 고된 숨을 고르고 있는 산복도로 어르신의 모습이 생생하다. 산복도로 계단에 아무렇게나 주저 앉은 노파의 앞에는 그의 늙음을 안쓰러워하는 중년의 여자가 서있다. 노인을 지켜보는 뒷모습에서 노인을 향한 애틋한 시선을 읽을 수 있다.

고단하고 지친 일상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팝콘 한 봉지'는 수정동 산복도로에 있는 한 골목 가게의 풍경을 담았다. 팝콘 한 봉지로 팝콘같이 환한 웃음을 터뜨리는 산복도로 사람들의 순박한 미소가 담백한 펜화 속에서 무한한 이야기를 상상하게 한다. '할매요 호떡 얼매요'는 너나없이 가난한 주머니를 털어 헛헛한 뱃속을 채우는 산복도로 사람이 숨어있는가 하면 달착지근하고 따뜻한 꿀물 흐르는 호떡 한 개로 산복도로 사람들의 지친 일상을 위로하는 호떡장수 할매의 투박한 손마디가 그대로 느껴진다.

주경업 선생이 굳이 펜화를 고집하는 이유는 색을 걸러낸 빈 공간에 담아낼 수 있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그는 "원도심 산복도로를 수 십 차례 걸으면서 골목에서, 골목시장 바닥에서, 길모퉁이에서, 계단 앞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림 속에 담고 싶었다. 자칫 무표정하게 보이는 이들 산복도로 사람들에게서 사람 냄새를 맡았고, 그들 삶이 녹아있는 모습을 담으려 했다"고 밝힌다.

지난해 9월말부터 12월에 걸쳐 그린 펜화 그림 속 산복도로 사람들은 소박하고, 담담하다. 그러나 주경업 선생의 그림 속 산복도로 사람들은 소박함 속에 따뜻한 인정을 담고 있다. 가난한 일상을 채우는 것은 서로를 보듬어내는 산복도로 사람들의 인정이다. 여윈 어깨에 떨어지는 가을햇살 같은 소박한 마음이 그림 속에서 살아 있다. 흑백의 농담으로 그려낸 펜화가 담고 있는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따라가면 그곳에서 소박한 우리 이웃을 만난다.

▶ 주경업 '산복도로 사람들 이바구'전 3월16일까지. 동구 산복도로 유치환의 우체통 2층 시인의 방. (469-9818)

작성자
김영주
작성일자
2014-01-23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613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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