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동해남부선, 바다 달리던 기차 추억 속으로…
와이드 앵글로 본 부산-폐선 앞둔 동해남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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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사라질 것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애틋하고 아득하다. 바다 위를 달리는 기차 `동해남부선'을 바라보는 부산사람들의 마음자리가 요즘 딱 그렇다.
부전역을 떠나 경북 경주까지 달리는 동해남부선의 일부 구간이 오는 12월2일 지상에서 영원히 사라진다.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사업으로 동해남부선 노선 일부 구간이 변경돼, 해운대-송정 구간이 폐선되는 것이다. 폐선 구간은 하필이면 동해남부선 기차의 백미 구간이다. 해안선을 따라 철길이 놓인 탓에 이 구간을 지날 때면 마치 기차가 바다 위를 달리는 것 같은 인상을 주어 부산 바다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로 인기를 끌어왔던 것.
부산 바다의 절경을 보여주던 동해남부선 해운대∼송정 구간이 오는 12월2일부터 폐선된다. 오랜 추억을 담은 동해남부선 기차가 마지막 운행을 향해 철길을 달리고 있다.해운대-송정구간 폐선을 앞두고 마지막 추억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로 뒤늦게 인기를 끌고 있다. 토요일인 지난 16일 해운대역, 낮 12시10분 발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플랫폼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동해남부선 일부 구간 폐선이 임박하면서 많은 이들이 해운대∼송정 구간을 찾고 있다. 코레일 부산경남본부가 지난달 1일부터 지난 17일까지 해운대역과 송정역의 승하차 인원을 조사한 결과, 10월 한달동안 해운대역은 지난해보다 약 6천명, 송정역은 약 4천명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난 승객 대부분이 곧 사라질 동해남부선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기 위해 찾은 이들일 것이라는게 코레일측의 추측이다.
일부러 동해남부선 기차를 타기 위해 멀리 서울에서 왔다는 김혜정(49) 씨는 동해남부선 폐선에 짙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고향이 좌천이라서 설, 추석 명절이면 동해남부선을 타고 좌천까지 갔다.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기차가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 어린 마음에 무섭기도 했지만, 바다와 나란히 달리는 기차를 보며 고향 바다의 매력을 한껏 만끽할 수 있었다. 유년기의 소중한 추억이 남아있는 동해남부선이 폐선된다는 소식을 듣고 마지막으로 타보고 싶어 일부러 먼 길을 달려왔다"며 동해남부선 폐선을 아쉬워했다.
김 씨 뿐만 아니다. 휴일의 기차역은 머지않아 추억 속으로 사라질 기차에 대한 아쉬움과 애틋함에 못내 마음이 시린 이들이 가득하다. 한때 동해남부선에 사람이 붐빌 때에는 부산에서 울산으로 출퇴근하던 이들을 실어 날랐으리라. 부산에서 초등학교를 마친 이들은 누구나 동해남부선과 추억을 나누고 있다. 기차 타고 경주로 떠났던 수학여행길, 철길 곳곳에 추억을 새겨놓았던 이들은 오죽 많을 것인가. 폐선과 함께 많은 이들의 추억도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지게 됐다. 우동에서 해운대∼청사포∼송정으로 이어지며 열차에서 바다를 보며 달리는 현재 노선은 12월1일까지만 운행한다.
사라지는 것이 철길뿐이랴. 철길과 함께 동해남부선 기차길을 따라 아로새겼던 부산사람들의 눈물과 웃음, 추억과 역사의 한 자락도 아스라이 침잠하게 됐다. 동해남부선, 안녕! 부산 역사의 한 자락도 안녕!
- 작성자
- 김영주
- 작성일자
- 2013-11-21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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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604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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