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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1576호 전체기사보기

부산 화단의 거목 풍운아 송혜수를 추억함

미광화랑 송혜수 탄생 100주년 회고전

내용

부산의 화가 송혜수 탄생 100주년과 서거 8주년을 기념하는 회고전이 미광화랑(수영구 민락동)에서 지난 3일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사후 8년여 만에 열리는 본격적인 의미의 첫 회고전이라 할 수 있다.

아직까지 그의 유작전이 부산에서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는 점이 도리어 의아하게 여겨질 만큼, 부산화단에서 작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부산 미술의 계보를 열거할 때, 그 정점에 송혜수와 김종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볼 때 이번 회고전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송혜수 '소'.

송혜수(1913∼2005) 화백은 평양 출생으로 20대 후반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제국미술학교에 입학했다. 1941년 제11회 일본 도쿄독립미술전에 입선했으며, 이듬해에 제6회 도쿄미술자유전에 입선했다. 1943년 도쿄제국미술학교 서양화과 5년 과정을 졸업하고, 도쿄미술창작가협회전에서 본상을 수상했다.

유학을 마치고 만주에 머물다가 해방 후 서울에서 활동한 그는 6·25전쟁 이후 부산에 정착했다. 양달석, 조동벽과 함께 독립작가 3인전(1959)을 열었고,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근대미술 60년전'(1967),'한국현대화가 100인전'(1967)에도 출품했다. 2005년 타계했으며, 그해 송혜수미술상이 제정됐다.

평양 출신의 일본 유학파로서 6·25전쟁 이후 부산에 정착해 반평생 이상을 살다간 송혜수 화백은 6·25전쟁을 전후해서 격동하는 시대의 불안하고 참담한 시대상을 표현했다. 초기에는 불상이나 말, 소, 수렵도 등을 그렸으나 이후 소와 여인으로 소재를 좁히면서 한 길을 깊이 있게 팠다. 초기의 소 그림이 민족성 문제와 연결되는 것이라면, 후기의 소 그림은 소라는 대상의 실재성보다는 그 대상의 골기를 파악하여 강렬한 색채와 선묘를 통해서 회화적인 맛을 찾아내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고 할 수 있다.

초기작에서 말년작에 이르기까지 송혜수의 주된 색감은 단색조였지만, 초기작에 비해서 후기작들은 선묘를 강조하는 것으로 변모한다. 초기의 주제의식이 민족적 정서나 생활상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후기의 작품들은 소와 여인의 골기를 파악하고 그것을 간략하면서도 대담한 필치와 선묘로 처리하면서 미적 탐구의 과정을 삼았다.

부산 미술계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재야파에 속했던 그는 송혜수미술연구소를 차려 후진양성에 힘썼다. 제자들이 국전에 입선과 특선을 하면서 그의 고단했던 부산미술 정착활동이 점차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수십 년 동안 전준자, 김정명, 허황, 안창홍 등 수많은 제자들이 그의 문하를 거쳐 갔다.

송혜수 화백은 후학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2005년 92세를 일기로 타계하기 전에 그는 사재를 털어 미술상 기금을 마련했다. 그가 부산미술계에 마지막으로 남긴 일이었다. 그의 유지를 이어 2005년 송혜수미술상이 제정되어 지금까지 주정이, 서상환, 차경복, 안세홍 등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전시 작품은 김옥남 씨와 부군 김진용 부부의 소장품과 김기봉 관장의 소장품 등으로 꾸렸다. 김옥남 김진용 부부는 송혜수 화백이 미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을 당시 그의 작품을 대거 구입해서 지원을 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평생을 풍운아로 떠돌며, 전쟁으로 고향을 잃은 실향민으로, 화단의 주류 권력에 비켜서서 재야 화가로 살았던 그의 도저한 예술혼을 이번 전시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송혜수'전=5월24일까지 미광화랑.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758-2247)

작성자
김영주
작성일자
2013-05-09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576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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