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복도로가 달라졌다, 사람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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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산복도로에 사람이 몰리고 있다. 임시수도 부산의 애환이 서려있는 산복도로가 담고 있는 역사성과 독특한 공간성, 그리고 주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부산만의 독특한 산복도로 재생사업이 널리 알려지면서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동구 수정동과 초량동 등 부산을 대표하는 산복도로에 연일 관광객과 도심재생전문가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산복도로에 대한 관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삶의 터전을 산복도로로 옮긴 이도 있다. "산복도로에서 새로운 삶의 전환점을 찾았다"고 말하는 이들을 통해 부산 산복도로가 품고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알아본다.
감천문화마을에 카페 연 서울여자 김정희 씨
공동체 문화에 반해 정착
지속 가능한 발전 프로그램
주민과 공유하는 것이 목표김정희 씨."'재칩국 사이소' 외치는 소리에 잠을 깹니다. 새벽녘에는 닭이 홰치는 소리도 들리지요. 감천 아니면 들을 수 없는 소리가 이곳에는 남아 있어요."
세계적인 명소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감천문화마을에는 좁은 골목 사이에 소박한 카페가 한 곳 있다. 게스트하우스를 겸한 카페 우인이다. 이곳 김정희(44) 사장은 여행자로 왔다가 감천문화마을의 매력에 흠뻑 빠져 아예 눌러앉은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가 이곳에 카페를 연 것은 지난 2011년 9월. 이제 2년째 접어든다. 감천마을 주민이 되어 살고 있지만, 여전히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받았던 감동을 잊지 못한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비가 오고 있었어요. 비가 오니까 더 운치 있고 좋은 거예요. 물안개에 젖어있는 감천항을 내려다보니, 아, 여기가 내가 살 곳이라는 생각이 그냥 들었던거죠."
김정희 사장은 나이 든 어른신이 대부분이 이곳 주민과는 금방 구별된다. 젊은 나이도 그렇지만 세련된 말투와 빼어난 영어 실력은 그녀의 전력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강남 아줌마, 그녀의 이전 모습이다. 김정희 씨는 대한민국 사교육 일번지 강남 한 가운데 살았다. 그도 보통의 강남 엄마들처럼 아이에게 영어 중국어 일어 세 개 외국어는 물론이고 음악 미술 운동 등 온갖 사교육을 시키며 살았다고 했다. 그녀 자신도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이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기업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과 강남이라는 특급 프리미엄까지 누리며 무엇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삶에 문득 회의가 찾아와 찾은 곳이 이곳 감천문화마을이다.
그는 감천의 경치보다 감천의 사람들에게서 큰 충격을 받았다. 가난한 이곳 사람들은 많이 벌려고 하지 않았다. 필요한 만큼만 벌어서, 필요한 만큼만 쓰는 삶의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는 것.
그는 감천문화마을에서 황폐했던 몸과 마음을 치유했다. 사람들 사이의 따뜻한 정이 도시생활에 지친 자신을 일으켜 세웠다고 믿는다. 김정희 씨에게 감천문화마을은 제2의 고향이다. 현재 그는 감천문화마을운영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민들이 자력으로 생계를 꾸려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감천문화마을의 공동체정신을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해야지요."
감천문화마을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카페 '우인'.서울 건축가, 산복도로에 꽂히다 '유붕정' 김복래 씨
'평화의 집' 건축가 건립 유붕정
아이디어 가득한 인테리어 톡톡
산복도로, 관광명소로 발전시켜야김복래 씨.부산의 떠오르는 관광지 산복도로에 1년 전 이색적인 건물이 섰다. 샛노란 외장색이 수 ㎞ 밖에서도 눈에 띈다. 커피숍인가, 레스토랑인가 할 정도로 특이한 외장을 가진, '유붕정'이다. '놀 유(遊)' '벗 붕'(朋)자를 써서 친구들과 노는 사랑방이란 이름이다. 서울 출신 건축가, 김복래(56) 씨가 지난해 6월 산복도로의 매력에 푹 빠져 리모델링한 2층 건물이다.
초량동 산복도로의 명물로 떠오르고 있는 '유붕정'.특이한 외관만큼 입구부터 남다르다. 주차장에서 현관까지 리프트를 타고 오르내린다. 건물 한쪽 면은 큰 유리창 세 개로 구성했다. 부산항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집안은 은은한 조명과 매달린 와인잔, 은색 철제 가구들로 가득하다. 세련된 카페같다.
집 곳곳은 장난기 가득한 아이디어가 번뜩인다. 거실 한쪽 면을 장식하고 있는 엔디 워홀의 그림을 밀면 작업실이 나온다. 숨겨진 문이다. 작업실 선반을 밟고 올라서 액자를 젖히면 또 숨은 공간이 나온다. 2층 계단 도중엔 황토 찜질방도 숨겨져 있다. 집 구경만 해도 즐거울 정도다.
김복래 씨는 판문점의 '평화의 집'을 디자인 하고, 서울의 대학에서 강의도 한 '잘나가는' 건축가. 그는 왜 부산을, 그것도 산복도로를 택했을까.
"산복도로는 천혜의 환경을 가지고 있어요. 아침에 커튼만 젖히면 일출을 볼 수 있고, 길 한쪽이 트여 있어 햇볕도 잘 들죠. 부산이 산복도로 같은 곳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에요. 서울에서 이런 전망 좋은 곳은 부자들만의 공간이죠." 앞은 바다요, 뒤는 산이다. 듣고 보니 그렇다.
유붕정으로 인해 산복도로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건물에 페인트칠을 하고 있다. 컬러풀한 유붕정에 자극을 받은 것. 그는 이런 작은 움직임이 모여 산복도로가 더 밝고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뀐다고 믿고 있다. 시·구군 관계자에게 유붕정 주위의 집을 게스트하우스 촌으로 꾸며 관광객을 유치하자는 제안도 했다. 숙박업을 통해 마을 경제가 살아나고, 마을 경제가 살아나면 떠나간 사람들도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그는 부산 사람보다 더 산복도로에 푹 빠진 듯했다. "산복도로는 이 유붕정과 같습니다. 곳곳에 비밀 같은 공간이 있고, 햇빛이 쏟아 들어오는 그런 곳. 색을 칠하고 곳곳에 이야기만 심으면 분명 부산의 대표관광지로 거듭날 거라고 믿습니다"라며 산복도로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부탁했다.
- 작성자
- 김영주·조현경
- 작성일자
- 2013-04-04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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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571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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