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두 발 쭉 뻗고 잠 잤습니다”
부산시 공무원, 1년 만에 잠 잘 잔 사연
한진중 노사갈등 풀기, 음지에서 양지 만들어
- 내용
“1년여 만에 비로소 두 발 쭉 뻗고 잠 한번 잤습니다.”
지난해 12월 정리해고 문제로 비롯된 한진중공업 노사갈등이 지난 10일, 11개월 만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한진중 노사는 물론 지역 상공계, 경제계, 시민단체, 부산시민 모두 큰마음의 짐 하나를 내려놓았습니다. 지역 경제계, 상공계, 시민단체, 시민의 환영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진중 노사갈등은 비록 시간은 어느 정도 보냈지만, 노사문화 발전의 새 이정표를 만들어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마무리로 갈등으로 생긴 상처를 치유했기 때문입니다.
한진중 노사갈등을 지켜보며 1년여라는 짧지 않은 시간, 가슴 조이며 불면의 밤을 지새운 이들이 있습니다.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한다.” 이 말은 국가정보원만의 고유 영역이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진중 노사갈등을 풀어내기 위해 1년여 동안 숨은 노력을 기울인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부산시(고용정책과) 직원들입니다.
사실, 노사문제는 노사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갈등을 풀어내는 것이 우선입니다. 하지만 갈등 해결이 말처럼 결코 쉽지 않습니다. 노사 양측이 주장하는 바가 다르고, 생각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주장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보니 그만큼 꼬인 실타래를 푸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하나. 한진중 노사갈등을 풀기 위한 허남식 부산시장의 정성과 노력입니다. 노사갈등 해결에 지방자치단체장이 할 수 있는 역할과 책임은 분명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한진중 노사갈등을 바라보는 여러 생각과 시선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허 시장은 한진중 노사갈등을 단순한 노사문제로 인식하지 않았습니다. 한진중공업이라는 기업이 부산에서 지니는 상징성, 부산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을 생각할 때 결코 가볍게 생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노와 사 모두 부산시민이라는 사실도 허 시장이 한진중 노사갈등 해소에 적극 나선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허 시장은 하루라도 빠른 갈등 해소를 위해 수시로 노사 대표와 전화로 연락하고 만났습니다. 노사 양측 모두를 설득하고, 양쪽 모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주말을 잊고 수시로 노사대표와 만나고 또 만났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부산시 직원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고, 대안을 찾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습니다.
허 시장의 이런 노력은 지난 6월 27일 노사합의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물론 여러 돌발적인 변수로 인해 한진중 노사갈등은 다소 시간을 보내는 안타까운 과정을 거치기도 했습니다.
한진중 노사갈등을 바라보는 허 시장의 마음이 이렇다보니 덩달아 부산시 고용정책과 직원들의 마음은 더더욱 바빴습니다.
홍기호 부산시 고용정책과장의 말입니다.
“시장님은 한진중 노사갈등을 물리적인 충돌 없이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노사갈등을 물어내는 것 못지않게 노와 사 모두의 상처를 최소화하고 부산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줄이는 데 노력했습니다. 시장님 생각이 이렇다보니 한진중 노사갈등은 작은 변화 하나하나도 동향을 빠짐없이 챙겨 보고를 드려야했습니다. 보고는 밤낮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홍 과장을 비롯한 부산시 고용정책과 직원들은 한진중 노사갈등 이후 제대로 두 발 뻗고 잠 한번 제대로 못 잤다고 합니다.
시위버스가 부산을 찾는다는 발표가 있고부터는 아예 24시간 철야로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노사 양측 모두를 찾아가 설득하고 부산시민의 염려를 전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런 노력들이 더해져 한진중 노사갈등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노사문제 갈등 치유의 이정표를 세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산시 직원들의 마음고생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결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9일 한진중 노사갈등이 마무리 될 것이라는 소식에 이제야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또 다시 갈등 기미가 보이자 하늘이 노래졌다고도 합니다.
아무튼 1년여를 이어온 한진중 노사갈등이 큰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한진중 노사갈등이 풀어진 날, 부산시 고용정책과 직원들을 만났습니다. 그 동안 고생 많았다는 인사를 건넸습니다. 돌아온 답변에서 그들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오늘 밤은 두 발 쭉 뻗고 잠자리에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일부터는 한진중이 보다 빨리 정상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찾아야겠습니다. 노사가 대화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을 더해준 부산시민께 감사드립니다.”
- 작성자
- 조민제
- 작성일자
- 2011-11-11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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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500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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