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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시민에게 연애 걸다

내용

이 세상에 당신이 있어
내가 행복한 것처럼
당신에게 나도
행복한 사람이고 싶습니다.

내 아무리 돌아서도
당신이 내 앞에 서 있는 것처럼
당신이 아무리 돌아서도
나는
당신 앞에 서 있는
사랑이고 싶습니다.

김용택 시인의 ‘당신의 앞’이란 시입니다. 김용택 시인은 섬진강 연작시로 유명하며, ‘섬진강 시인’으로 더 잘 알려져 있죠. 1982년 ‘섬진강1’ 등 여덟 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1985년 첫 시집 ‘섬진강’을 냈습니다. 시집으로 ‘누이야 날이 저문다’ ‘꽃산 가는 길’ ‘그리운 꽃편지’ ‘그대 거침없는 사랑을’ ‘강 같은 세월’ ‘그 여자네 집’ ‘나무’ 등이 있고, 산문집 ‘촌아 울지 마’ ‘섬진강 이야기’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등이 있다고 ‘지식인’이 친절하게 가르쳐 주네요. 1986년 6회 김수영문학상과 1998년 12회 소월시문학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시 ‘당신의 앞’은 김용택 시인이 2002년 발표한 ‘연애시집’이란 시집에 실려 있는, 62편의 연애시 가운데 한 편입니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연애시라는 형식을 통해 사람과 자연, 인생에 대한 한층 더 농밀해진 사유와 더불어 그것들 사이의 따뜻한 화해를 시도하고 있다고 소개가 되어 있군요. 어렵습니다.

시적 감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대략 훑어본 바로는 이 시집의 모든 시들이 손가락을 오그라들게 만드는 언어로 구성돼 있으며, 같이 사는 사람에게 디밀면 감동보다는 민망함을 느끼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니까 사랑에 푹 파진 20대가 남몰래 밤새 적은 연애편지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당연하겠죠. 연애시이니까. 연애 시작하신 분들 한두 편 외웠다가 분위기 좋은 날 써먹으면, 눈물 한 방울쯤 흘리게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참고로 시집 가격은 5천500원, e-book은 3천300원입니다.

아무튼 손발 오그라들게 만드는 연애시 한 구절이 지난 11월1일부터 부산시청사 외벽에 커다랗게 걸렸습니다. ‘이 세상에 당신이 있어 내가 행복한 것처럼, 당신에게 나도 행복한 사람이고 싶습니다’는 ‘당신의 앞’ 첫 구절이 시청사 외벽 가로 27m 세로 8m 크기의 ‘부산문화글판’에 등장한 겁니다.

부산시가 관공서의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시민과 ‘감성 소통’을 위해 시작한 ‘부산문화글판’은 감동·희망·용기를 주는 글귀로, 시민들의 일상에 조금이라도 힘을 주자는 의도입니다. 말하자면 일종의 ‘연애 걸기’인 셈이죠.

첫 선을 보인 ‘부산문화글판’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은 ‘저게 뭐지?’하는 반응부터 ‘문구 하나로 시청이 달라 보인다’ ‘참으로 아름다운 글이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 같다’는 반응까지, 각양각색입니다. ‘감동적이다’ ‘눈물을 흘렸다’는 뜨거운 반응은 아직까지(?) 없네요.

대부분의 연애가 그렇듯 처음엔 좀 어색하고, 곁눈질로만 힐끔힐끔 보다가 어느 날 눈이 딱 마주치는 것 아니겠습니까. ‘부산문화글판’ 역시 시민들의 색다르다는 반응을 얻어내는 데는 성공했으니, 앞으로 잘만 하면 눈이 맞는 날이 올 것 같네요.

‘부산문화글판’의 첫 글귀로 김용택 시인의 시 구절을 추천한 사람은 연제구에 사시는 김단애 씨입니다. 부산의 문화예술계, 학계, 언론계 등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문안선정위원회가 추천작 237작품 가운데 뽑은 것이지요. 이 글은 내년 2월까지 4달 동안 시민들의 눈길을 끌 예정입니다.

가작으로 뽑힌 18편의 글 중에도 좋은 글들이 많습니다. 금정구에 사시는 황순규 씨는 ‘그대 있음에 오늘은 참 행복했습니다. 부산에 살기에 내일은 꿈이 자라지예!’라는 창작 글을 보내셨고, 북구 장홍현 씨는 ‘희망의 풍경을 보고 돌아온 사람의 얼굴은 아름답습니다.’는 글로 응모하셨습니다. 멀리 인천에 사시는 강성모 씨가 보내주신 ‘희망은, 사람을 시들게 하지 않는 영원한 샘물입니다.’는 글도 있습니다. 그밖에 이해인 수녀의 ‘우리집’, 박노해 시인의 ‘사람만이 희망이다’, 법정 스님의 ‘홀로 사는 즐거움’ 등 모두 훌륭한 글이었습니다.

부산시는 당선작을 추천한 김단애 씨에게는 30만원, 가작을 써주셨거나 추천한 분들께는 3만원의 문화상품권을 지급합니다. 좀 짜다는 생각이 들지만, 문화상품권 때문에 응모하지는 않으셨을 테니 이해하시겠죠.

‘부산문화글판’은 ‘당신의 앞’ 시 구절을 내년 2월까지 4달 동안 걸고, 다시 시민 응모와 추천을 받은 글로 바꿔답니다. 사랑과 희망, 훈훈한 정을 느끼게 해주고, 지역성과 계절성이 드러나며, 부산의 도시브랜드 향상에 도움이 되는 내용의 글귀를 내년 1월 공모할 예정입니다. 미리 아름다운 글 많이 읽고 메모해 두면 좋을 것 같네요.

작성자
구동우
작성일자
2010-11-04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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