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2단계 부산∼대구 타봤더니..
[기자 블로그] KTX 2단계 부산∼대구 구간 시승기
- 내용
- 경부고속철도(KTX) 2단계 부산~대구 구간이 오는 11월 초 개통한다(사진은 시험운행중인 KTX가 시원하게 달리는 모습).
KTX 2단계 부산∼대구 구간(131㎞)을 시승하고 왔습니다.
배영길 부산광역시 행정부시장, 철도시설공단 영남본부장을 비롯한 관계자 분들, 취재기자, 시승행사에 초청받으신 분들을 태운 기차는 오전 10시 56분쯤 부산역을 출발했습니다. 시네마 객실에서 KTX 2단계 공사 홍보 영상이 돌아가고 2분쯤 지나자 기차 안은 순간 캄캄해졌습니다. 국내 최장 20.3Km 금정터널이 시작된 것입니다.KTX 2단계 부산∼대구 구간은 1단계와 달리, 100% 콘크리트 궤도라고 합니다. 1단계는 일반 철로처럼 자갈 위에 레일을 놓았는데, 고속으로 열차가 운행하고 난 뒤에는 자갈이 흐트러지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자갈을 관리해줘야 한답니다. 콘크리트 궤도는 그런 관리 문제가 없다네요. 대신, 소음이 3% 정도 더 심하다고 합니다. 철로 바닥에 소음 저감 시설을 했다고 하는데, 역시나 시승 시간 내내 고막이 편하질 않더군요.
푸른 비상등 불빛만이 점점이 스쳐 지나는 금정터널을 빠져나와 양산 덕계로 이어지는 7번 국도를 잠시 볼 수 있었던 건, 제 느낌으로 컴컴한 터널 속을 10분 정도 달린 뒤였습니다. 공단 관계자 말씀으로는 7분 정도 걸렸다고 하더군요. 그 뒤로 계속 이어지는 터널, 터널, 터널, 또 터널들... 2단계 구간에만 모두 38개가 있답니다. 캄캄~
울산역을 지나 신경주역(건천)에 도착할 때까진 바깥 풍경 구경할 생각은 포기하는 것이 속 편합니다. KTX 자체가 ‘더 빨리’라는 시간과 속도와의 싸움의 산물이기 때문에 창밖 경치를 감상하며 느긋하게 즐기는 기차 여행의 낭만과 멋과는 거리가 좀 있다고 봐야겠죠. 그래도 부산에서 대구까지 38분 가운데 거의 20분 이상을 터널 속 어둠을 감상해야 한다는 건 고통이 아닐 수 없죠. ㅠㅠ
신경주역에 내렸을 때 가장 먼저 반겨준 건 향토색 짙은 ‘농촌의 향기’.^^ 주위에 가축 농장이 있는지, 아니면 유기농을 하는지 시골에서 맡을 수 있는 ‘구린내’가 코를 살짝 자극하더군요. 외국인이나 냄새에 민감한 도회지 사람들에겐 다소 부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열차는 동대구역을 향해 다시 달렸습니다. 신경주역을 지나 동대구역까지는 밝은 햇빛 속에서 그런대로 바깥 경치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부산서 신경주역까지 26분 정도 걸립니다. 신경주역에서 경주 시내까지 승용차로 20분 정도 걸린다고 하니, 수도권에서는 KTX로 경주 여행하는 것이 편하겠지만, 부산에서는 글쎄요, KTX와 승용차 중 어느 게 더 나을까요?KTX 2단계 구간 개통으로 부산~대구를 38분 만에 달렸습니다. 기존에는 1시간 8분 정도 걸렸습니다. 경주, 울산을 거쳐서 오기 때문에 거리는 늘어났는데 시간은 반 정도 단축되는군요.
이달 말까지 시험운행하고 10월 한 달간 영업 시운전을 거쳐 11월초에 완전 개통되면, 부산에서 서울까지 2시간 46분 걸리던 것이 28분 줄어들어 2시간 18분이 걸리게 됩니다. 서울과 부산이 더 가까워져서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을 겁니다. 나쁜 점부터 짚어보면, 부산 의료계는 지금 비상입니다.
환자 유출이 더 심해질 거다 보기 때문입니다.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에 부산에서 환자 62만3천여 명이 수도권 의료기관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이 수치는 2004년 KTX 개통 이후 해마다 계속 늘고 있습니다. 이른바 ‘빨대효과’입니다.
서울-부산의 거리가 약 30분 단축되면 이에 비례해서 환자 유출도 빠르게 증가할 거라 보는 거죠. 부산시 역시 이러한 문제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지역 의료계와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실력 있는 의료진과 감동적인 의료서비스, 최첨단 장비, 쾌적하고 편안한 치료·요양 환경, 편리한 교통 체계... 수준 높은 의료 질과 서비스를 갖추고 있다면 어디라도 경쟁할 수 있겠죠.KTX 완전 개통으로 인한 수도권으로의 ‘빨대효과’ 문제는 비단 의료계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닙니다. 지방 대학에 대한 편견이 엄연한 현실에서 수도권 대학에로의 인재 유출, 서울에 집중된 고급문화 향유 기회를 얻기 위한 이동, 쇼핑 등등 부산의 상권 자체가 흔들리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모두의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 작성자
- 원성만
- 작성일자
- 2010-09-09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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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441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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