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 대한 인문학 보고서
고은사진미술관 김기찬 사진전 '골목 안 풍경'
- 내용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열고 있는 김기찬 사진전 '골목 안 풍경'은 즐겁고 유쾌한 전시입니다. 지난 2005년 세상을 떠난 고 김기찬 사진가는 '골목 사진가'로 불렸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30년 동안 골목의 풍경과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카메라에 담아왔기 때문이지요.
'골목30'.사진전에는 생전에 작가가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골목 사진 94점이 우리를 반깁니다. 사진은 중년층의 향수를 억지로 자극하지 않습니다. 복고풍의 회상을 강요하기보다, 60·70년대의 '골목'을 체험하지 못한 세대에게도 유쾌한 상상력으로 신선한 문화적 감동을 선사합니다.
보는 이들마다 입꼬리가 올라가는 사진은 단연 물놀이 장면입니다. 남자 아이, 여자 아이 가릴 것 없이 달랑 '빤쓰' 하나씩만 걸친 채 물놀이 삼매경에 빠진 아이들의 표정 하나하나에는 스토리가 있습니다. 전봇대에 기대어 서있는 아이는 무리에 끼이지 못해 못내 아쉬운가 봅니다. 어린 자매는 한 양동이에 사이좋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물놀이가 즐거운 언니는 함박웃음이지만, 아직 어린 동생은 어리둥절합니다. 일곱 살 혹은 여덟 살 어릴 적에 놀던 그 풍경 그대로입니다.
무료한 동네 어른들의 모습도 발길을 잡습니다. 고양이를 쓰다듬는 마디 굵은 손에는 지친 일상의 그늘이 가득합니다. 막걸리 한 사발쯤 걸었을까요? 내기 바둑을 두는 아저씨의 표정은 진지하고 맹렬합니다. 막걸리 한 사발, 담배 한 개피에도 왁자한 싸움이 벌어지는 곳이 골목이지 않던가요.
정지된 사진은 영화보다 강렬합니다.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보다, 사진과 사진 사이 긴 여백에 자신의 이야기를 채워 넣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 런지요.
김기찬 사진전은 '골목'과 '산복도로'가 최근 인문학의 주요 관심이 된 이유를 가슴으로 느끼게 해줍니다. 사라진 '골목'을 환기시킨다는 것은 잠시 놓쳤던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기억하고, 이 땅에서 사라지는 모든 작고 초라한 것들을 추억하는 한 방법임을 분명하게 알려줍니다. 사진이 갖는 힘일 것입니다. 전시기간 오는 6월13일까지.
※문의:고은사진미술관 (746-0055)
- 작성자
- 김영주
- 작성일자
- 2010-04-07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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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418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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