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 사람과 사람을 잇는 유치환의 우체통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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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 초량동 산복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부산항을 가장 아름답게 품고 있는 특별한 명소를 만나게 된다. 바로 한국 문학의 거두, 청마 유치환 시인의 예술 혼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유치환의 우체통 전망대’다. 이곳은 유치환 시인이 부산 경남여고 교장을 지내고 생을 마감한 동구의 역사적 의미를 담아 2016년 문을 열었다.
전망대에 서면 푸른 부산항 대교부터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산복도로 마을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든다. 이곳의 마스코트인 ‘느린 우체통’은 편지를 쓰면 1년 뒤에 배달되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선사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옥상 전망대에는 넓게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바람을 맞을 수 있는 동시에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벤치까지 두어 잠깐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후 계단을 타고 내려오면, LP판을 골라 신청곡을 들을 수 있는 낭만적인 공간까지 마련되어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현재 전망대 내 아트갤러리에서는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하는 아주 특별한 전시가 한창이다. 바로 김채용 작가 초대전이다. 이번 전시는 팬데믹 이후 단절된 우리 사회의 인간관계 속에서 ‘연결’의 의미를 되새기는 ‘1+1>2’라는 주제로 구성되었다. 작가는 일상적인 사물을 예술로 확장하는 작업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이번에는 특히 버려진 단추와 패션 부자재를 활용한 ‘단추 인형(Button Figure)’ 시리즈를 선보인다.

폐단추와 폐의류를 업사이클링해 탄생한 각양각색의 인형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작가는 옷과 옷을 여미는 ‘단추’라는 소재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맺음’의 가치를 시각화했다. 각기 다른 색과 형태를 지닌 인형들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은 마치 서로 협력하며 공존하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을 보는 듯한 깊은 울림을 준다.

대표 시리즈인 ‘The Buttons’를 비롯해 위트 넘치는 신작들에는 김채용 작가 특유의 키치한 감성과 정교한 디테일이 살아있다. 생동감 넘치는 색채와 유명 작품의 오마주가 섞인 전시물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다 보면, 작가가 전하는 따뜻한 위로와 유쾌한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청마 시인의 문학적 향기가 머무는 우체통 전망대에서 부산항의 절경을 감상하고, 김채용 작가의 전시를 통해 잊고 있던 ‘연결’의 소중함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과거의 그리움과 현재의 예술이 공존하는 이곳은 부산 산복도로 여행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다.
- 부산 동구 김동우
- 작성자
- 김동우
- 작성일자
- 2026-01-31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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