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량당산 마을수호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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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동구 초량2동에 위치한 당산은 마을공동체의 수호신당으로 전국에 산재하여 있는 수많은 마을신당 중 한곳이다. 일명 동(마을)제당으로 부르기도 한다. 초량2동 당산 ‘초량이바구길’의 ‘이바구공작소’ 아랫길(망양로 478번길 13) 북편에 위치해있다. 시멘트 블록 담장의 출입구를 들어서면 왼쪽에 당수나무를 사이에 두고 할매 제당, 할배 제당이 자리 잡고 있다. 당수나무(팽나무 두 그루)의 남쪽 정동향으로 위치한 할매 제당에는 노랑저고리에 다홍치마를 입은 당산 할매도가 모셔졌다. 왼쪽 벽에는 연두빛 저고리와 붉은 치마 한 벌이 걸려있다. 정면 정방형에 가까운 제당은 블럭을 쌓아 시멘트로 마감한 벽체에 맞배지붕을 얹었다. 세살문 4개 중 두 개의 여닫이문을 출입구로 사용한다. 할배 제당은 할매 제당보다 낮은 터에 강담(돌각담)을 둘러치고 역시 동향으로 자리 잡았다.
할배 제당은 규모면에서 할매 제당 보다 크고 넓다. 정면에 산신도 모시고 북쪽 벽에는 신장도를 걸었다. 블록으로 쌓아 시멘트 마감한 벽체에 사모지붕을 얹었다. 처마 밑에도 경신맹하에 쓴 신령 각이란 편액이 걸려있어 할배 제당이 산신당을 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당은 잡목과 시눌대가 우거져 있다. 제의는 음력 3월 16일과 9월 16일 연 2회이다. 아침 7시 경에 올리는데 산신제(당산할배제)를 먼저 올리고 당산 할매제의 순이며, 산신제를 지내기 전에 당산목에 먼저 제의를 지낸다.
전통적 농어촌사회에서 많은 영향력이 있었던 이런 동 제당들은 지방마다 다양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략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산악지역인 강원도는 ‘산제당’, 동해안 일대는 ‘서낭당’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그러나 영남지방과 호남지방에서는 ‘당산’이라는 이름을 쓴다.
당산(동제당)의 형태는 전국적으로 가장 보편적인 것이 신목(당산나무)만 있는 자연 상태의 경우이다. 당산나무의 종류는 소나무나 느티나무들이 많고 그것들은 대개 거목들이다. 이 나무 밑에는 돌로 제단이 소박하게 마련된 경우들도 있다. 신목 옆에 조그마한 사당이 지어진 예도 있다. 그 당집이 큰 건물로 된 경우도 있다. 이때는 신목이 있는 경우도 있고 신목이 없는 경우도 있다. 당집 안에는 흔히 신상, 그림이 모셔지거나 아니면 나무로 만든 위폐들이 모신다.
대부분의 마을은 기본적으로 여러 신령들을 좌정시킴으로써 마을을 안정되게 하려고 애쓴다. 마을의 주산에 마을 최고의 산인 산신을 모시고, 마을 입구에 여러 거리 신들을 위함으로써 마을은 사람만이 아니라 신령들도 함께 사는 공간이 된다. 이른바 상· 하 당신을 말한다. 상당신이란 마을의 주산 내지는 진 산에 모셔진 산신을 가리키고, 하당신이란 마을 입구에 탑, 장승, 솟대(짐대), 수구 맥이 등 여러 거리 신들을 일컫는다.
마을신당(당산)에 모시는 당신은 여신(할매신)인 경우가 가장 많고 남신(할배신)만인 경우도 있고 또 부부신(할 매 할배신)인 경우도 있다. 그런가 하면 역사상의 이름 있는 영웅 위인들(임경업 장군, 최영 장군)이 그 연고지역의 당신으로 모셔지는 경우도 있다. 전통적인 마을신앙으로서 당산(동제당)은 여신숭배를 주로 하고, 정월대보름날에 대지의 풍요를 비는 만월-대지의 원초적인 풍요원리를 지니는 종교 신앙체이다.
제일(祭日)은 주로 음력 정월대보름이나 정초가 가장 많고 그 외에 10월 보름에 제사 지내기도 한다. 제관은 생기 복덕을 가려서 부정이 없는 깨끗한 사람으로 선정한다. 제관으로 선정된 사람은 산가, 상가의 출입과 외지 출타 등을 금하고, 개고기 등의 궂은 음식을 피해야 하며 언행을 삼가고 목욕재계를 하는 등 매사에 근신해야 한다.
제일이 다가오면 당산나무와 당산석·신당 등 제장주변을 청결히 한 뒤 금줄을 두르고 황토를 몇 줌 놓아 부정을 막는다. 제물은 화주나 제관 집에서 준비하는데 제사비용은 마을공동 제답의 수입에서 충당하거나 집집마다 추렴하여 쓴다. 제사는 대개 자정을 전후한 시간에 시작하여 새벽녘에 마친다. 제의는 마을 예에 따라 다른데 대부분의 경우 유교식 절차로 행해지는데 곳에 따라 무당이 주관하여 열두 거리굿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마을신이 남겨준 제물을 제관을 비롯한 마을사람들이 함께 나누어 먹는 ‘음복’을 한다. 단순한 제물이 아니라 성화된 제물로 마을신이 흠향하신 음식물은 강한 신성을 내포하고 있어 마을신의 행운이 그대로 깃들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수 있는 음식’, ‘복떡’, ‘약떡’ 등으로 부른다. 유교식 제상 음식을 ‘조상이 복을 내려준 음식’이라 하고 굿 음식은 자손의 무병장수를 보장하는 ‘명음식’이라는 사고들과 일맥상통한다.
- 작성자
- 조분자
- 작성일자
- 2019-09-04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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