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수도 부산의 문화
'절망속에 핀 꽃' 과 '그때 부른 노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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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미술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이해 몇가지 기획전시회와 공연행사를 열었는데 그 중에서 '피란수도부산- 절망속에 핀 꽃' 과 미술관 1층 로비에서 열린 '그때 부른 노래들' 이란 콘서트를 관람해 보았다. 형식적으로 보면 이 두 영역은 미술과 음악이라는 각기 다른 장르이기는 하지만 내용면에서는 피란시절 역경과 애환속에서 탄생한 예술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느껴진다.
'절망속에 핀 꽃' 에서는 부산으로 피란을 온 이중섭, 김환기, 장욱진, 박수근, 천경자, 김기창 화백들의 작품과 부산토박이 작가인 김경, 김종식, 김영교, 서성찬, 임호 등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주로 판자집이나 자갈치 시장과 같은 부산의 풍경들과 전쟁으로 인한 폐허의 모습이나 상실, 아픔 등을 그린 작품들이 많았다. 양달석의 '판자촌' 과 김환기의 '판자집' 이란 두 그림을 보니 당시 부산의 대표적인 풍경이 무엇인지를 가늠하게 된다.
▲ 양달석의 '판자촌'
▲ 김환기의 '판자집'전쟁이 나자 전국의 화가들이 부산으로 피란을 오게 되면서 부산은 한국 예술활동의 중심지가 된다. 그러나 워낙 열악한 피난생활이라 화가들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당시 영도에 있던 '대한도기'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책이나 잡지 등에 표지그림을 그리면서 생활고를 해결했다고 하니 피란화가들의 어려움이 어느정도 짐작되기도 한다.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코너는 피란시절 부산의 다방들이었다. 이때의 다방들은 단순히 차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문화예술인들에게는사람을 만날 수있는 사랑방이기도 했으며 전시회장, 작품발표장등 다양한 문화활동의 공간이었다고 한다. 어느 화가는 '피난 온 부산에서는 해만뜨면 다방으로 모여들었고 그 덕에 뜻맞는 사람끼리 모여서 쉽게 모임이 만들어졌다' 고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면 피란시절 한국문화는 부산의 다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절망속에 핀 꽃'은 7월 29일까지 전시된다.
'그때 부른 노래들'의 콘서트는 '프로무지카' 라는 전문예술단체의 공연인데 정식 콘서트 무대가 아닌 미술관 로비에서 열리는 콘서트였다. '나뭇잎배'와 '섬집아기' 같은 동요와 '명태' '보리밭' '그리운 금강산' '비목' '사월의 노래'와 같은 가곡, '굳세어라 금순아' '이별의 부산정거장' 같은 대중가요들이 불려졌다.
'섬집아기'는 함흥에서 피난 온 한인현씨가 기장에 놀러가서 그곳에서 영감을 받아 작사했다고 하는데 아기를 재워두고 그 틈을 이용해서 잠시 굴을 캐러나가야 하는 젊은 엄마의 고달픈 삶을 엿볼 수 있어 애잔함을 불러일으키는 동요다. 또 '보리밭'은 시인 박화목씨와 작곡가 윤용하씨가 부산의 어느 다방에서 재회를 함으로써 만들어진 노래라고 하는데 그 당시 부산의 연산동, 사직동, 온천동, 양정동은 온통 보리밭이었다고 한다.
'명태' 는 1952년 부산에서 처음으로 발표된 노래였고, 무명용사의 돌무덤을 보고 만든 '비목'은 어쩐지 부산의 유엔묘지를 떠올리게 하는 노래다. 그리고 박시춘 작곡에 현인이 부른 '굳세어라 금순아'와 '이별의 부산정거장'도 피란살이의 설움과 이별의 슬픔을 노래하고 있어서 피란수도 부산과 떼어놓을 수 없는 노래들이다. 앵콜송으로 '부산갈매기'를 가수들과 합창하면서 부르기도 했는데 이 노래들을 듣고 부르다 보니 이 노래들이야말로 바로 부산의 노래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음악이라도 연주가능하다는 프로무지카부산 공연이 상당히 새롭게 느껴졌다.
'절망속에 핀 꽃'이란 전시회와 '그때 부른 노래들'의 콘서트를 들으면서 피란시절 부산의 문화는 역경과 고난속에서 더 화려하게 피어난 꽃이기에 지금까지도 우리의 정서에 더욱 깊게 와닿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작성자
- 정헌숙/이야기 리포터
- 작성일자
- 2018-03-17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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